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그래서 우리는 아직 헤어지지 못했다, 더러운 비밀을 안고

헤어진다는 말보다 쉬운 게 있을까. 하지만 우리는 물건도 잘 못 버리는데, 서로를 버리는 건 더 어렵다. 더러운 비밀을 안고 사는 연인들의 이야기.

파국적인 관계비밀헤어지지 못하는 이유집착용서
그래서 우리는 아직 헤어지지 못했다, 더러운 비밀을 안고

"오늘 말하려고 했어"

밤 11시 47분. 지하철 마지막 차가 끊긴 뒤, 유리창에 비친 우리 얼굴이 너무 선명했다. 진우는 내 손을 꼭 쥐고 있었는데, 그 손바닥에 묻은 건 아직도 내 친구의 립스틱이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 말이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지난 3개월 동안, 진우는 매일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끝내자는 말 대신 괜찮아가 튀어나왔다. 내 입에서.


끝내지 못하는 우리의 진짜 이유

헤어지지 못하는 건 사랑해서가 아니었다. 사실을 마주치기 싫어서였다. 진우가 내 친구와 한 키스, 내가 그걸 목격한 순간, 우리 사이엔 이미 층층이 쌓인 거짓말이 있었다.

'이제 끝내자'고 말하면, 진우는 떠날 거야. 그러면 나 혼자 남는다. 혼자서 이 더러운 사실을 품고 살아야 한다. 차라리 두 사람이 함께 비밀을 지키는 게 낫지 않을까?

내 안의 목소리는 이렇게 말했다. 이건 복수야. 아니, 연민이야. 아니면 그냥 겁이야.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나

서현은 매일밤 진우의 목에 팔을 얹고 있었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내가 다 알고 있다는 걸. 2주 전, 술집 화장실 앞에서 마주쳤을 때, 서현은 이렇게 말했다.

지갑에서 꺼난 립스틱을 들고.

"너도 참겠지?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걸."

그날 이후, 우리 셋은 완벽한 침묵의 연대를 맺었다. 진우는 우리 둘 다를 사랑한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증오하면서도 필요로 했다. 서현은 진우의 불륜을, 나는 그 불륜을 숨기는 진우를, 진우는 자신의 욕망을.


우리가 숨기는 건 단지 외도가 아니었다

작년 12월, 진우는 회사 상사에게 뇌물을 줬다. 그 돈은 우리 결혼식 자금이었다. 서현은 대학 시절 낙태 수술을 두 번 했고, 그 중 한 번은 진우의 아이였다는 걸 아무도 모른다. 나는 회사에서 횡령을 했다. 작은 금액이지만, 2년 동안 꾸준히.

우리 셋은 각자의 더러운 비밀을 안고 있었다. 그래서 헤어질 수 없었다. 누구 하나 떠나면, 남은 자들의 비밀이 드러날지도 모르니까.


금기의 매력, 또는 공범의 쾌감

심리학자 에스더 페렐은 말한다. 불륜은 종종 부부를 더 가까워지게 한다고. 공동의 비밀은 관계를 고착시키는 접착제가 된다. 우리는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았지만, 더 이상 떨어질 수도 없었다.

매일밥처럼 먹는 거짓말. 서현의 립스틱 자국, 진우의 지갑 속 모텔 영수증, 내 휴대폰 속 삭제된 메시지들. 이 모든 것이 우리를 끈끈하게 묶었다. 마치 방 한복판에 놓인 시체를 함께 묻는 살인자들처럼.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오늘 밤도 진우는 늦게 들어올 거다. 서현의 향기가 옷에 배어 있을 거다. 나는 그걸 느끼면서도 웃을 거다. 오늘도 수고했어라고 말하면서.

당신도 누군가와 함께 더러운 비밀을 품고 있지 않은가. 헤어진다는 말은 그렇게 쉬운데, 왜 아직도 그 자리에 있는가.

아니면, 당신이 품은 비밀이 우리보다 더 더러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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