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하루만에 천사가 되었다
"이건 괜찮은가요?" — 수진이 거울 앞에서 어깨를 으쓱거리며 웃었다.
하얀 레이스가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리는 순간, 나는 문득 숨이 멎을 것처럼 아팠다. 그 아름다움이 너무 강해서가 아니었다.
거기엔 죄가 없었다. 죄는 내 안에 있었다.
꼭꼭 숨은 욕망의 냄새
아니라고, 절대 아니라고.
나는 수진의 결혼을 축복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계속 뇌까렸다. 그녀는 결혼이라는 ‘합격선’을 넘었고, 나는 아직도 시험장 앞을 서성인다. 그 차이를 인정한다는 건 내가 떨어졌다는 걸 뜻한다.
그래서 나는 수진의 웨딩드레스 자락을 보며 괜히 입안을 깨물었다. 왜 하필 ‘공정’하게 아름다운 것일까. 아주 작은 실수라도 있었다면, 예를 들면 허리가 조금만 더 짧았다면, 나는 약간 안심했을지도.
흰 실타래 붉은 실타래 — 두 사람의 비밀
사례 1: 미란 32세, 웨딩플래너
미란은 3년째 일한 웨딩홀을 그만두기로 했다. 이유는 단 하나. 예비신부들의 얼굴이 투명해지는 순간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다.
마지막 손님, 하은은 28세, 재벌 3세와의 결혼. 하은은 드레스 피팅 때마다 미란의 눈을 마주치며 속삭였다.
나도 불안해요. 하지만 누군가는 봐야 하잖아요.
미란은 웃으며 대답했다.
어차피 드레스는 당신이 입는 거예요. 제가 불안해 봤자 소용없죠.
그러나 그날 밤, 미란은 하은이 찍어준 하이힐 사진을 확대해 봤다. 범벅이 된 발뒤꿈에 피가 묻어 있었다. 미란은 화장실에서 하악하악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도 나처럼 밤마다 가위에 눌려 깨는구나.
사례 2: 지아 29세, 수진의 미래 시동생
지아는 오빠의 약혼녀 수진이 처음 집에 온 날을 기억한다. 어머니는 수진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우리 집은 곧 네 집이야.
지아는 식탁 아래로 손을 내려 자신의 무릎을 꾹 눌렀다. 그녀는 수진의 투명한 손톱에 이끌려, 문득 오빠가 그 손을 잡고 잠들 장면을 떠올렸다.
그날 밤, 지아는 오빠 방문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미안, 수진아. 네가 행복해지면 나는 왜 이렇게 외로워지는지.
왜 우리는 행복을 두려워하는가
피로 물든 발뒤꿈, 잠든 방문 앞의 무릎. 예비신부를 향한 감정은 단순한 질투가 아니다.
거기엔 포기라는 단어가 스며 있다. 내가 갖지 못할 미래를 누군가는 해내고 있다는 사실.
심리학자 킴버리 크레프는 말했다. ‘인간은 타인의 행복을 과대평가할수록, 자신의 상처를 더 깊게 핥는다’고.
수진이 웨딩드레스를 입는 순간, 나는 내가 아직도 19살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직도 잘린 머리카락 한 올처럼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그래서 너는 누구를 미워하고 있는가
거울을 마주해 봐. 그 눈초리의 끝에 선 사람은 예비신부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 눈은, 아직도 결혼이라는 시험장 앞에서 번호표를 빼앗기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너 자신을 향하고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