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좀 찍어줘요. 아내는 결코 못 들어올 곳이니까"
"여기, 누워볼까요?"
그녀는 하얀 시트 위로 살금살금 기어들어갔다. 구두는 벗었지만 검은색 스타킷슈는 그대로였다. 뒤꿈치가 시트를 끌며 내려가는 소리, 마치 누군가의 속삣는 숨소리처럼 야릇했다.
그가 핸드폰을 들었다. 카메라 앱이 아니라 그냥 카메라. 플래시는 꺼두었다. 방 안은 희미한 오후 햇살과 그들의 불안한 숨결만이 감돌았다.
"여기요."
그녀가 베개를 두 개 겹쳐서 받쳤다.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누웠을 때, 스커트가 허벅지까지 올라갔다. 검은색 스타킹과 하얀 시트의 대비가 너무 또렷해서—눈이 시려왔다.
그가 한 걸음 다가섰다.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가 반짝였다. 주차된 차에서 가져온 듯한 은은한 차 냄새와, 그 반짝임이 섞여버렸다.
이 장면이 사진으로 남는다는 게, 뭔가를 영원히 잃어버리는 일일지도 모른다.
꿈속에서도 입에 담지 못할 상상
사진 속 여자는 결코 그의 아내가 아니다. 하지만 하얀 침대, 아침 햇살, 그리고 아침잠이 덜 깬 듯한 눈빛—모두가 너무 새신부처럼 보인다. 마치 이 침대에서 잠든 건 그녀가 아니라 그의 법적인 아내였어야 할 것처럼.
사실 여기에는 두 개의 욕망이 포개져 있다. 하나는 그녀가 원하는 '대체'의 욕망. 아내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아내의 자리를 대체하고 싶은 욕망. 다른 하나는 그가 원하는 '중첩'의 욕망. 아내 몫까지 채우고도 남는 욕망.
그리고 그 사진은 그 두 욕망의 교차점이다. 하지만 교차점은 언제나 파국으로 이어진다. 한 여자는 가족의 이름으로, 다른 여자는 금기의 이름으로, 같은 공간을 차지하려 한다. 그러나 공간은 하나이고, 시간은 늘 뒤늦게 온다.
"아, 여기서요. 오늘은... 무슨 요일이에요?"
지은(32세, 마케팅팀 과장)은 지난 5월 둘째 주, 강남의 한 오피스텔 14층에서 그 사진을 찍었다. 상사는 영준(45세, 부장). 결혼 12년차, 아내는 대기업 변호사, 두 아이의 아빠.
그날은 토요일이었다. 회사에서 주최한 워크숍 둘째 날. 새벽까지 술을 마신 뒤, 그녀는 그의 차에 올랐다.
여기가 어디예요?
우리 회사 오피스텔이야. 오늘 여기서 좀 자고 갈까?
...네가 먼저 씻어.
샤워를 마친 그녀가 나왔을 때, 그는 이미 침대에 앉아 있었다. 흰색 셔츠 단추를 두 개 풀어놓은 채. 그리고 말했다.
"한 장만 찍자. 나중에 보면 좋을 것 같아."
그녀는 순순히 누웠다. 스킨로션 냄새와 머리가 젖은 냄새가 섞여 있었다. 플래시가 터지지 않았지만, 그 찰나의 어둠 속에서 그녀는 뭔가를 영원히 빼앗기는 기분이었다.
반지를 낀 손이 시트를 움켜쥐는 순간
다른 사례. 수진(29세, 인턴사원)은 지난해 겨울, 상사와 여행을 갔다. 강원도 펜션. 눈이 소복이 쌓인 하얀 침대.
그녀는 잠든 척했다. 그가 나간 사이, 그녀는 그의 지갑에서 아내 사진을 꺼냈다. 잘생긴 아내, 예쁜 아이들. 그리고 조용히 침대에 누워서, 그 사진을 하얀 시트 위에 올려놓았다.
여기가 당신 자리예요. 대신 제가 누워있을게요.
그리고 그 사진 위에 몸을 누이고 눈을 감았다. 상사가 돌아와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조용히 사진을 침대 옆 탁자 위로 옮겨놓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날 밤, 그녀는 꿈에서 아내의 목소리를 들었다. 당신도 언젠가 이 자리를 떠나야 해요.
우리는 왜 금기의 침대에 누워보고 싶은가
사실 이건 단순한 불륜 이야기가 아니다. 이건 하나의 '흉내'의 문제다. 아내의 자리를, 아내의 시간을, 아내의 냄새마저도 흉내 내고 싶은 욕망. 하지만 흉내는 언제나 부족하다. 진짜가 아니니까.
심리학자들은 이를 '부재의 욕망'이라 부른다. 뭔가가 없을수록, 그 부재는 더 강렬한 욕망을 낳는다. 결혼한 남자의 침대는 그 부재의 완벽한 상징이다. 아내가 있지만 그녀가 없는—그 틈새를 채우고 싶은 것.
그리고 하얀 침대는 이 욕망을 극대화한다. 순결과 금기, 결혼과 불륜, 하얀 시트 위에는 모든 대립이 동시에 놓인다. 그 대립이 사진으로 고정될 때, 우리는 결국 자신의 욕망을 영원히 소실된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지금 당신도 누군가의 하얀 침대를 상상하고 있나요?"
그 사진은 아직도 그녀의 휴대폰 속에 있다. 잠금 화면에는 아님. 숨겨진 폴더 안, 그래도 가끔 열어본다.
그리고 매번 느끼는 건—그 순간이 점점 하얗게 페이드아웃된다는 것. 하얀 시트처럼, 하얀 거짓말처럼.
당신도 혹시, 지금 이 순간 누군가와의 하얀 침대를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있나요? 그리고 그 상상의 끝에서—당신이 진짜 원하는 게 그 침대인지, 아니면 그 침대에서 결코 잠들 수 없다는 사실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