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숨이 새어 나온 순간
"조용히 해, 들릴까 봐."
준영은 민지의 귓속에 속삭이며 허리를 더 깊이 붙였다.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15층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가는 동안, 민지의 숨소리 하나하나가 준영의 가슴에 직격했다.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 신발을 벗는 쿵쿵거림, 그리고 나.
민지는 입 안에 혀를 꽉 깨물었다. 그래도 소리는 새어 나왔다. 숨을 삼켜도, 뒤통수를 세게 바닥에 박아도. 준영의 손가락이 그녀의 복부를 타고 올라올 때마다, 작은 음절이 창피할 만큼 또렷이 흘렀다.
나도 모르게. 정말 몸이 먼저 움직인 거야.
숨도 참을 수 없는 체온
신음은 결국 항복이다.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부위가, 통제할 수 없는 운동을 하며 공기를 뒤흔드는 순간. 그 순순함에 가까운 나약함이 말해준다. '내가 지금 얼마나 쾌감에 굴복하고 있는지'를.
그러나 동시에 신음은 사랑받고 있다는 증거다. 누군가 나를 만져서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만들었다는, 나의 내면을 실제로 건드렸다는 증거. 그래서 민지는 더욱 창피해했다. 증거는 남는다. 한번 새어 나온 소리는 방 안에 머물러 떠나지 않는다.
하연과 도현의 목요일
하연은 처음이었다. 불과 세 달 전까지만 해도 도현을 '선배'라고 부르던 그녀는, 오늘은 달랐다. 도현의 무릎 위에 앉아 있었다. 회사 인근 모텔의 침대는 누가 눌러놓은 듯 푹 꺼져 있었다.
"커튼 좀 치지 말아줘."
하연이 말했다. 아직 햇살이 남아 있어서, 둘의 그림자가 벽에 그대로 드러났다. 도현이 하연의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뒤쪽으로 기대자, 하연의 숨이 끊겼다가 이어졌다.
창피해서 눈을 감았다. 그런데 도현이 속삭였다.
"소리 내줘."
하연이 눈을 떴다. 도현은 벽에 비친 하연의 실루엣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작은 소리 하나, 하나마다 도현의 숨도 거칠어졌다. 하연은 알았다. 이 소리는 나의 목소리가 아니라, 그가 만든 나의 목소리다.
소희와 상우의 시간차
소희는 상우와 다섯 번째 만남이었다. 같은 동네 헬스장에서 시작한 스캔들이었다. 상우는 소희보다 열두 살 많았다. 그래서 더 조심했다. 첫 키스는 복도 끝에서, 두 번째는 지하 주차장에서, 세 번째는 소희의 집 앞에서.
그러나 네 번째는 소희의 침실 안이었다. 상우는 소희의 머리 뒤로 손을 넣고 뒤에서 다가왔다. 소희는 베게를 물었다.
"괜찮아, 집은 텅 비었어."
소희가 말했다. 그러나 소리는 컸다. 상우는 멈췄다가, 더 천천히 움직였다. 소희의 신음은 짧은 울림이었다. 참았다 터뜨렸다, 참았다 터뜨렸다. 상우는 그 울림의 주기를 맞추며, 아주 오래도록 소희를 뒤에서 안았다.
나는 지금 너를 훔치고 있는 거야, 그리고 너도 알고 있어.
왜 우리는 수치심을 원하는가
신음을 억누르는 순간, 우리는 금기를 지키는 동시에 금기를 깨뜨린다.
- 금기의 성역 —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예의라는, 모범적인 여성/남성으로 남는 방법
- 금기의 탈출 — 그러나 나의 몸은 그 금기를 무시하고 울린다. 숨을 이용해, 공기를 이용해, 울림을 이용해.
심리학적으로 이중적이다. 우리는 동시에 '죄송하다'와 '더 세게'를 원한다. 수치심은 고통이 아니라 강렬한 자극이다. 내가 귀착할 수 없는 나의 부분을 드러내면서, 또 다른 누군가에게 위임한다는 쾌감.
정리하자면, 신음은 우리가 가진 가장 순수한 자기부정이다. 스스로를 부인하면서 동시에 스스로를 드러내는 행위. 그 순간 우리는 철저히 감각의 지배를 받으며, 그 지배를 즐긴다.
당신은 어떤 소리를 가졌나
오늘 밤, 당신의 방에서, 누군가를 뒤에서 안을 때. 화장실 물소리로 감추려 해도, 베개로 막으려 해도, 결국 한 번은 새어 나올 소리.
그 소리가 당신의 목소리인지, 아니면 당신을 만든 사람의 목소리인지. 그리고 당신은 그 소리를 또 듣고 싶어질 테니까, 조용히 물어본다.
그날 네가 참았던 신음, 아직도 내 귀에 남아 있는데. 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