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너의 시선이 내 몸을 지나 그에게 닿는 순간

남자친구가 몰래 보는 포르노 속 남자의 몸. 그가 반응하는 순간, 나는 그 몸을 쫓는 욕망의 덫에 빠진다. 두 여자의 실화처럼 펼쳐지는 대리 욕망과 금기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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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시선이 내 몸을 지나 그에게 닿는 순간

새벽 1시 47분. 침대 옆에서 스마트폰 화면이 은은하게 빛난다. 준수는 나보다 눈을 감은 척한 지 12분이 지났는데도 손끝이 여전히 팬티 위로 미끄러진다. 그는 지금 누굴 떠올리고 있을까. 나는 시뻘건 불안을 삼켜도, 숨소리를 의도적으로 고르게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만 남는다.


그의 시선이 먼저 닿는 곳

준수가 보던 영상은 이제 내 머릿속에 남은 6초짜리 루프. 몸집 큰 브라운 헤어의 배우가 여자를 벽에 밀어붙이는 장면. 아래턱이 날렵하고, 팔뚝에 퍼진 정맥이 마치 지하철 노선도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다. 나는 그 배우의 킥킥거리는 숨소리를 내 것보다 먼저 기억한다. 준수가 나를 쓰다듬을 때마다 내 몸은 자동으로 그 루프를 떠올려 버린다.

'혹시 네가 만지는 건 내가 아니고, 그 사람의 몸일까.'


욕망의 해부

두려움은 이미 또 다른 욕망으로 변해 있었다. 준수가 화장실에 들어가면 나는 빠르게 최근 검색 기록을 뒤진다. 그가 본 영상들, 그리고 그 영상 속 남자들. 나는 그의 몸을 눈으로 측정하고, 살을 만져보며 퍼즐을 맞춘다. 어깨 너비 3cm 부족, 허벅지는 5cm 더 굵어야 해. 이런 계산을 하면서도 내 안의 어두운 열망은 자라난다. 준수가 그 몸에 반응하는 순간, 나 또한 그 반응에 반응한다. 나는 결국 준수와 그 배우 사이의 은밀한 삼각 관계에 끼어든 셈이다.


첫 번째 이야기. 유리의 거울

유리는 29세 디자이너다. 남편 성준이 매일 밤 시청하는 콘텐츠 속 남자들은 대부분 키 190cm, 체격이 탄탄한 서양인. 어느 날 유리는 거울 앞에서 38분을 보냈다. 허리를 꺾고, 어깨를 돌려가며 똑같은 포즈를 따라 했다. 허벅지 뒤쪽에서 올라오는 굴곡이 달랐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녀는 처음으로 질투라는 단어를 입에 달았다.

성준이 잠든 새벽, 유리는 몰래 그의 태블릿을 열었다. 열람 기록은 1주일에 23건. 그녀는 각 영상마다 남주인공 이름을 메모했다. 로건, 마이클, 제이크. 그리고 미친 듯이 인스타그램을 뒤져서 실제 배우들을 찾아냈다. DM으로 운동 루틴을 물었다. 한 달 후, 유리의 몸무게는 3kg 감소했고, 허벅지 근육이 생겨났다. 그날 밤 성준은 그녀의 허벅지를 만지며 "뭔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유리는 지금도 매일 밤 그 몸이 자기 몸인지, 아니면 로건의 몸인지를 구분하려 안간힘을 쓴다.


두 번째 이야기. 민서의 전화

민서는 남자친구 현수의 노트북을 우연히 열었다. 다운로드 폴더에 'collection'이라는 이름의 파일. 클릭하자 127개의 영상 목록이 쏟아졌다. 그녀는 무음으로 한 편을 재생했다. 화면 속 남자는 현수와 똑같은 포즈로 여자를 끌어안았다. 민서는 자신도 모르게 영상을 0.25배속으로 돌렸다. 남자의 팔 흔들림이 느리게 반복될수록 그녀의 심장도 미친 듯이 뛰었다.

그날 이후 민서는 매일 밤 현수가 잠든 뒤, 그 collection 폴더를 열어보기 시작했다. 영상마다 남자의 피부 색깔, 근육 흔들림, 호흡 리듬을 적어 뒀다. 그리고 현수와 잠자리를 가질 때마다 그 체크리스트를 떠올렸다. 민서는 현수가 그녀의 가슴을 쓰다듬을 때, 이게 14번 영상의 리듬이야 라고 속삭였다. 그녀의 욕망은 점점 현수의 시선이 아닌, 현수의 시선이 향하는 그 대상 자체로 흘러갔다.


금기 뒤의 뜨거운 심장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대리 욕망'이라 부른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것을, 그것이 우리 자신이 되기를 바라는 대신, 그것을 직접 소유하고 싶은 충동에 떨린다. 금기가 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타인의 몸이 아니라 우리가 되고 싶은, 그러나 되지 못하는 또 하나의 나의 모습이 된다.

줄곧 우리는 연인의 눈을 통해 자신을 바라본다. 그러나 그 눈이 다른 대상에 머물 때, 우리는 그 눈을 가로채려 든다. 욕망은 늘 거꾸로 흐른다. 타인이 원하는 몸을 원하게 되면, 나는 결국 내가 아닌 것을 사랑하게 된다.


자네는 지금 누구의 몸을 떠올리고 있는가

지금 이 순간, 당신은 누구에게서 눈을 떼려 애쓰고 있나. 혹은, 당신의 연인이 누구의 몸을 떠올릴지 상상하는 순간, 당신의 심장은 무엇으로 뛰는가. 언젠간 그 몸이 당신의 것이 되길 바라는 것일까. 아니면, 당신도 그 몸에 반응하는 당신의 반응에 반응하고 싶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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