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주말 남편이 유혹할 때, 차마 못할 짓이 내 안에도 있었다

남편의 친구 정호가 찾아온 토요일, 민지는 ‘차마 못할’ 상상의 문을 열었다. 그 손길이 떨어지지 않는 17분, 그리고 남편이 돌아온 순간의 ‘살았다’와 ‘아쉽다’가 교차하는 음습한 욕망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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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모르는 사이, 우리는 벌써 키스했다

  • 오늘은 정호가 먼저 왔네?
  • 어, 길이 막혀서 일찍 출발했나 봐.

정호는 맥주 한 캔을 뚜껑째 들고 거실 소파에 걸터앉았다. 나는 설거지를 하며 뒷모습을 훔쳐봤다. 느슨해진 티셔츠 아래로 드러난 어깨뼈, 그리고 땀에 젖은 목덜미. 그 순간 냄새를 맡은 것만 같았다. 아니, 노란 수세미에 박힌 주황빛 찌든 기름 냄새마저 달콤하게 느껴졌다.

  • 민지야, 이리 와서 같이 한 잔 하지.

정호가 뒤돌아 웃었다. 잠시 눈이 마주쳤는데, 그 눈빛이… 참으로 정직했다. 그래서 더 위험했다.


왜 우리는 침묵으로 맛을 보려 하는가

‘이건 아니야.’

‘애들도 있고, 그래도 남편 친구고…’

‘그냥 한 번, 딱 한 번만.’

그 순간 내가 느낀 건 전율이 아니라 분노였다. 분노는 왜 그가 먼저 와서 ‘자리’를 차지했는지, 왜 나를 초대했는지, 그리고 왜 그 초대를 받는 내가 죄인이 되는지에 대한 분노였다. 그래서 나는 거실로 나갔다.

민지의 일기, 3월 18일 토요일

11:14am
오늘 아침 남편이 아이들 데리고 축구교실에 갔다. 집에 혼자 있을 줄 알았는데 정호가 왔다. “형이랑 오늘 맥주 한 잔 하러 오래.” 그러면서 냉장고를 열어 맥주를 꺼냈다. 내가 입고 있던 건 잠옷 위에 걸친 남편 허드렛 티셔츠. 속옷이 보일까 싶어 가슴을 움켜쥐었는데, 정호는 그런 나를 보더니 웃었다.

11:37am
그가 말했다. “민지, 너 예능 보는 거 좋아하잖아.” 나는 티비를 켜고 그 옆에 앉았다. 그런데 정호가 리모컨을 잡으며 ‘우리’가 좋아하던 예능을 찾았다. 우리. 남편도 나도 아니라, 그와 나.

11:52am
예능 MC가 웃긴 농담을 했다. 웃음이 터질 때 정호가 살짝 내 어깨를 툭 치며 웃었다. 그 손이 내려오지 않았다. 몇 초? 아니, 몇 분?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이건 아니야.’ 하지만 내 몸은 그 손의 온도를 기억했다. 따뜻하고, 약간의 맥주 냄새가 섞인 손.

12:05pm
문잠금 소리. 현관문이 열렸다. 남편이 아이들과 함께 돌아왔다.

정호는 자연스럽게 손을 떼고 일어나 “형, 늦었네.”라며 맞이했다. 남편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웃었다. 그리고 나는…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살았다.’ 그리고 동시에 또 생각했다. ‘아쉽다.’


같은 여자의 두 가지 결말

은영의 이야기

은영은 봄맞이 대청소를 하던 중 남편의 친구 민석과 눈이 맞았다. 처음엔 우연이었고, 두 번째는 ‘도와달라’는 핑계였고, 세 번째는 ‘마지막’이라는 말이었다. 그녀는 한 달 후 차를 몰고 부산으로 도망쳤다. 남편에게는 ‘일 때문에’라고 했지만, 사실은 민석이 아닌 ‘그 순간의 민석이 그리워서’였다. 지금도 그녀는 주말마다 부산역에서 남편의 친구를 만난다. 그러나 민석은 아니고, 그녀는 그를 민석이라 부르지 않는다.

수진의 이야기

수진은 똑같은 상황에서 반대로 갔다. 그녀는 남편 친구 한 명과 ‘한 번’ 갖고 말았다. 그날 이후로 수진은 매주 남편이 사는 아파트 복도 끝에서 그 친구를 기다렸다. 남편이 아이들과 잠든 사이, 문 앞에서 키스하고, 금세 헤어졌다. 6개월 후, 남편 친구가 결혼했다. 수진은 축하한다고 연락했다. 그 다음 날, 부부 상담 전화를 남편에게 걸었다. 그리고 말했다. “다시는 안 할래.” 하지만 그녀는 아직도 화요일마다 그 복도 앞을 지나친다.


금기는 왜 우리를 더 뜨겁게 만드는가

나는 왜 ‘차마 못할 짓’을 떠올릴 때 더 설레는가?

심리학은 말한다. 인간은 금지된 열매에 먼저 손이 가고, 도덕적 거리가 멀수록 책임감이 흐려진다고. 가장 비밀스러운 순간일수록 우리는 자신을 속이기 쉽다. ‘우리’라는 단어도 그렇다. 남편도, 친구도, ‘그’도 아닌 우리 둘만의 비밀은 혀끝에서 사르르 녹는다.

게다가 ‘주말 남편’은 월요일 아침이면 회사로 사라진다. 남는 건 주말의 나뿐이다. 그래서 나는 그 빈틈을 채우려 든다. 누구와? 그 누군가는 눈치채지 못할 테니.


닫히지 않은 문

정호는 떠났다. 남편이 아이들 재우러 간 사이, 거실에 홀로 앉아 맥주 캔을 돌려본다. 뚜껑을 열어보니 이미 따끈해졌다. 누군가의 체온 같다. 문득, 오늘 정호가 손을 떼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니, 내가 손을 떼지 않았다면?

주말 남편이 유혹할 때, 너는 정말로 거절했던가? 아니면 끝까지 거절하지 못한 건가?

문 앞에 아무도 없지만, 나는 아직 문손잡이를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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