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내가 임신 열아홉 주째야, 대단하지?”
카페 테라스, 봄볕이 쨍했다. 그가 테이블을 두드리며 던진 말이 공중에 둥둥 떠다녔다.
친구들이 눈을 반짝이며 우와, 대단하다, 부럽다, 고생 많겠다라고 퍼붓는 동안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속으로는 눈앞이 새까맣게 타버렸다.
왜 대단한 거지? 왜 자랑스러운 거지? 그건 나의 몸이 부은 거고, 나의 가슴이 쪼그라드는 거고, 나의 하루가 구토와 허리 통증으로 찢기는 거잖아. 누가 누구를 위해 자랑스러워해야 하는 걸까.
그날 오후, 나는 처음으로 남편이 사라진 세계를 상상했다. 침대 끝에 앉아 그의 따뜻한 손이 식는 순간을 떠올렸다. 손톱 대신 차가운 침묵이 그의 가슴 위에 내려앉았다.
남편은 임신이라는 단어 앞에서 갑자기 수호자로 변했다. 출근길에도 배가 보이지 않는데 손을 얹고, 병원에서 초음파를 보며 벅차 올랐다. 그의 눈에 비친 나는 건강한 태아의 어머니였다. 과거의 연인이자, 미래의 산모. 그 사이의 여자는 사라졌다.
그러나 나는 아직 나였다. 잠 못 드는 새벽 3시, 뱃속의 존재가 물결치며 내 간을 건드릴 때마다 화장실 조명 아래서 내 얼굴을 들여다봤다. 입가에 잔주름이 패었고, 눈 아래는 검으며 가슴은 갈라질 듯 아팠다.
그런데 왜 모든 축하는 남편에게로 흐를까. 왜 그는 임신 테마 파티에서 하이파이브를 받고, 회사에서도 육아휴직을 앞둔 멋진 남편이라고 칭찬받을까. 나는 부엌 싱크대 위에 팔꿈치를 올리고 울었다. 아니, 울음이 나오지 않았다. 뜨거운 증오가 목끝까지 차올랐다.
그를 향한 게 아니라, 나를 향한 증오였다. 내가 왜 이리 초라해졌지? 왜 이리 화가 나지?
그날 밤, 우리는 침실에서 마주쳤다. 침대 끝에 앉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내 배를 어루만지며 다시 말했다.
“정말 대단해.”
그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그의 손목을 잡았다. 너무 세게 잡아서 손목에 푸른 핏줄이 드러났다. 그는 놀라 눈을 흘겼다. 나는 그의 손을 내 배 위에 누르고 말했다.
“이건 네가 만든 게 아니야. 이건 내가 망쳐놓은 거야.”
그 순간, 남편의 눈이 흔들렸다. 그는 처음으로 나를 임신한 여자가 아닌, 지금 여기 있는 여자로 바라봤다. 그리고 나는 처음으로 그를 남편이 아닌, 내 몸을 자랑하는 남자로 보았다.
그날 밤, 우리는 서로를 마주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조용히, 내 몸이 부풀어 오르는 소리만이 방 안에 가득 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