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신혼 3개월, 그녀가 매주 수요일 저녁 남사무실에 멈추는 이유

백일도 채 안 된 침대 위, 그녀는 남편의 손길보다 냉정한 모니터 불빛을 더 뜨겁게 기다린다. 그녀가 수요일마다 사무실로 향하는 속사정.

신혼금기의 욕망사무실관계의 냉기집착

"오늘도 야근이야, 일찍 자"

문을 닫으며 던진 그 한마디가 길게 잘린 실처럼 목뒤를 간질인다. 3개월 된 결혼, 아직 서로의 몸을 다 모르겠다는 핑계로 대충 허겁지겁 끝낸 섹스 뒤, 남편은 샤워를 하러 간다. 침대 위에 누운 채 스마트폰을 쥔 그녀의 손가락은 수요일 저녁마다 똑같은 번호를 누른다. "아직도 남아있어?"


숨겨진 냉기 속의 뜨거운 흔적

결혼은 뜨거운 것이라고 배웠다. 하지만 둘의 방은 8월임에도 스산하다. 그녀는 남편의 손이 닿기 전부터 몸을 움츠린다. 이건 아니야, 아직 괜찮아, 어차피 다들 똑같대. 그러나 반대편에서 느껴지는 것은 냉기가 아니라 권태다. 딱 3개월 만에 닳아버린 관심, 그 공백 속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사무실의 냉장고 소리를 기억한다. 휘적이 열릴 때마다 새어 나오던 남사원의 웃음소리.


지하철 3호선, 그가 없는 길

채린, 31세, 디자인팀. 남편은 마케팅팀 과장이라는 타이틀 하나만으로도 그녀를 설레게 했었다. 지금은 그 타이틀이 침대맡의 알람 시계처럼 지루하다. 수요일마다 그녀는 강남구청역 4번 출구로 나온다. 남편은 알지 못한다. 그녀가 출근길에 아닌 퇴근길에 다시 이 곳으로 오는 걸.

사무실은 언제나 텅 비어 있다. 9층 복도 끝, 회의실 겸 창고.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모니터 불빛이 유일한 증거. 문을 살짝 열자, 준호가 앉아 있다. 같은 팀, 2년 연하, 여자친구는 있지만 결혼은 아직.

"오늘도 왔네."

그가 일어선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다가간다. 가까울수록 느껴지는 건 냄새가 아니라 불안감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돌아갈 곳이 없다는, 그리고 그게 좋다는 불안감.


"결혼 반지를 안 끼고 왔지?"

준호는 그녀의 왼손을 잡는다. 반지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있다. 그 자국이 없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 그녀는 처음으로 속옷 안쪽이 축축해지는 걸 느낀다. 이건 배신이야, 아니, 우리는 아무것도 한 게 없어. 스스로에게, 그리고 벽에 비친 그림자에게 말한다.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회의실 한쪽에 앉아서, 서로의 손에 남편의 존재, 여자친구의 향기를 맡는다. 30분, 1시간. 그 시간이 길수록 그녀는 더욱 떨린다. 결혼하면서부터 남편이 본 것과는 전혀 다른 눈빛. 타인의 눈빛.


두 번째 사례: 누나의 반지

민지, 29세, 회계팀. 신혼 4개월 차. 남편은 대기업 엔지니어, 결혼 전까지는 매일 밤 영상통화로 잠드는 애정 과잉이었다. 지금은 주말마다 PC방 행. 민지는 그 사이를 비집고, 사내 동호회 선배인 현석의 연락을 기다린다.

현석은 결혼 7년 차, 아이 둘 아빠. 흔들리는 결혼생활에서 오는 회색 눈빛이 민지를 자극한다. 회식 자리에서, 그가 "누나, 결혼하면 왜 이렇게 재미없어지냐"라고 속삭였을 때, 민지는 처음으로 자신이 누군가에게 여전히 여자라는 걸 깨달았다.

그날 이후, 민지는 매주 수요일마다 현석의 차를 타고 회식 장소 근처로 갔다. 차 안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단지 현석의 손이 민지의 손등을 쓰다듬을 뿐. 그 터치가 민지의 남편이 마지막으로 했던 것보다 몇 배 더 뜨거웠다. 민지는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가로등 하나하나를 세며, 내가 왜 여기 있는 거지라고 되뇌었다.


금기의 뒤엔 언제나 ‘확인’이 있다

사람은 왜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관계에 홀린 걸까. 심리학자 슬로테르다이크는 ‘권태’를 두고 말한다. *결혼은 사랑의 무덤이 아니라, 사랑이 확인받지 못하는 무덤이다.*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이미 확인된 관계. 그래서 우리는 다른 곳에서 다시 확인받고 싶어 한다.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은 듯한, 아직 내가 선택받을 수 있는 듯한.

사무실의 냉장고 소리, 차 안의 브라운관 음악, 회의실 모니터 불빛. 그것들은 모두 ‘아직’이라는 시간을 선물한다. 아직 끝나지 않은 욕망, 아직 시작되지 않은 배신. 그 미끄러운 지점이 우리를 끌어당긴다.


밤 11시 47분, 그녀의 집 현관

채린은 열쇠를 돌린다. 안쪽에서 TV 소리가 들린다. 남편은 아직 안 잔다. 그녀는 신발을 벗으며, 반지를 다시 끼워 넣는다. 아무 일도 없었다. 단지 회의실에서 47분을 보냈을 뿐.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입술을 만진다. 아직 떨리는 입술.

"오늘도 늦었네."

거실에서 남편의 목소리. 그녀는 대답하지 않는다. 아직 끝나지 않은 대화, 아직 시작되지 않은 고백이 그녀의 목끝에 걸려 있다. 내가 사랑하는 건 누구지.


마지막 질문

당신이 지금 가장 떨리는 순간, 그곳은 정말 당신의 침대 위인가? 아니면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누군가의 눈빛이 기다리는 사무실 한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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