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14분, 나는 눈을 떴다. 그의 손이 내 가슴 위에서 미끄러지는 느낌—아니, ‘그의 손’처럼 보이는 무언가였다. 시끄러워. 오늘은 피곤해. 몸을 돌렸다. 그는 웃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그 미소가 이제와 생각하면 너무 완벽했다. 딥페이크처럼.
남편이 출장 간 사이, 나는 침대 옆 서랍을 열었다. 먼지 냄새. 그 속에서 손끝이 닿은 건 납작한 검은 USB. 금이 가 있었다. 꽂는 데 3초. 냄새가 났다. 플라스틱이 타는 듯한, 끈적한 냄새. 노트북 팬이 켜지며 서늘한 바람이 손등을 스쳤다.
검은 화면이 반짝였다. 0.5초, 화면이 떨렸다. 그 사이에 나는 숨을 죽였다. 첫 번째 파일 이름이 보였다. 2020-05-08_샤워_001. 더블클릭. 거기 나의 얼굴이 있었다. 목 아래는 전혀 다른 여자의 몸이었다. 물방울이 굴러내렸다. 가슴이 흔들릴 때마다 내 목소리가 섞였다. 아니, 내 목소리의 일부만. 숨소리. 한숨.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폴더는 37개였다. 이름은 날짜와 옷차림. 2022-11-03_수영복, 2023-02-14_레이스, 2023-07-08_교복. 가장 최근 파일, 2024-03-21. 나의 생일이었다. 화면 속 ‘나’는 촛불 앞에서 속옷만 입고 웃고 있었다. 손에는 초를 붙잡은 대신, 가상의 손이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그날 밤 남편은 나에게 딥페이크를 본 적 있냐고 물었다. 속으로 웃었다. 그는 나에게 물었지만, 그때도 그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을 거다.
USB 안에는 숨겨진 폴더가 또 있었다. _backup. 열자마자 냄새가 더 강했다. 남자의 냄새. 그의 방 냄새. 파일 이름은 숫자만. 0001.mp4부터 0420.mp4까지. 영상이 시작됐다. 침대. 같은 침대다. 침대 위에는 내 얼굴이 붙은 여자가 누워 있다. 숨소리가 녹음돼 있다. 그의 숨소리. 그의 손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손가락 하나하나가 내 가슴 위를 스친다. 그때마다 ‘나’는 움찍인다. 0.5초마다 화면이 흔들린다. 그는 손을 움직이고, 또 움직인다. 그날 밤 그가 홀로 끝낸 횟수는 3번이었다. 3번, 12분 17초. 그리고 다음 영상은 또 다시 3일 뒤.
나는 화장실로 뛰어갔다. 토했다. 물이 끓는 소리. 거울 속 내 얼굴이 보였다. 눈이 빨개졌다. 눈물이 아니었다. 화장실 조명 아래서 내 얼굴이 딥페이크 속의 내 얼굴과 겹쳤다. 똑같은 눈, 똑같은 코. 하지만 입은 달랐다. 그는 내 입술을 원했지만, 내가 말하는 소리는 원하지 않았다.
밤이 되자 남편이 돌아왔다. 냄새가 났다. 그의 옷에서도 USB에서 맡았던 그 냄새가 났다. 나는 물었다. "나를 사랑해?" 그는 말했다. "물론이지." 그는 내 뺨을 쓰다듬었다. 손가락이 내 귀 뒤를 스쳤다. 그 손은 오늘도 화면 속에서 나의 가슴을 만졌다.
나는 그날 밤, 눈을 감았다. 그러나 눈꺼풀 뒤에서는 여전히 그의 손이 움직였다. 3초 동안 꽂힌 USB, 10년 동안 꽂혀 있던 거짓. 나는 그날 밤, 침대 위에 누워 스스로에게 물었다.
내가 어떤 모습이었길래, 그는 진짜 나를 만질 필요가 없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