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7 a.m. 화장실 바닥에 흩어진 머리카락 위로, 손목이 떨린다.
여섯 번째 줄 끝에 커서가 깜빡인다.
"나 없이도 잘 지내지?" 지웠다.
"미안해, 내가 다 잘못했다" 지웠다.
"돌아와" 아직 저 위에 살아 있다.
잠긴 대화방의 숨소리
와이파이 한 칸 남은 방, 테두리가 초록색에서 회색으로 바뀔 때마다 너의 실루엣이 흔들린다.
보내지 못한 문장은 떨림 위에서 살아 숨 쉰다.
내가 먼저 보내면 다시 끌려내려갈까 봐.
안 보내면 너는 영원히 모를 테니, 이건 나만의 복수지.
관계는 시체 위에 올라타는 기술
어떤 사람들은 이별이 끝이라 말하지만, 그건 거짓말이다.
진짜 끝은 ‘보내지 못한 메시지’가 눈을 감을 때다.
집착은 놀이가 아니라 정복이다.
상대가 떠난 뒤에도 내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그의 푸시 알림을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 착각.
지금쯤 너는 잠에서 깨겠지. 화면을 열었을 때 내 이름이 올라오면 심장이 쿵 떨어지겠지.
사실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아무 일도’마저 나는 통제할 수 없으니까 더 간절해진다.
민서, 31세, 디자이너 – 47일째
– 민서야, 너 없이 나는 하루도 못 살 것 같아
– 지우고 다시 쓴다
– 민서야, 나는 너 없이도 살고 있어
– 다시 지운다
47일째 민서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은 바뀌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들어온 시간은 2월 3일 새벽 3시 42분.
그날 민서는 말했다.
"힘들어서 그만둘래. 네가 사랑하는 방식이 날 조금씩 죽여."
나는 지금도 그 문장을 복사했다 붙였다 지웠다 반복한다.
복사할 때마다 휴대폰 진동이 올까 봐 손바닥에 땀이 차오른다.
https://open.kakao.com을 열어두고 새로고침만 200번.
들어오는 메시지는 없다. 하지만 ‘읽씹’도 없으니까, 아직 희망이라 불러도 되겠지.
준영, 28세, 음악 프로듀서 – 휴지통 3천 개
제일 밑바닥까지 스크롤해야 살아남은 한 줄이 있다.
"형, 그 여자는 절대 돌아오지 않아요."
준영은 그걸 3,027번 지웠다가 복구했다.
노트북 휴지통이 무거워져서 팬 소리가 날카로워졌다.
그녀는 클럽에서 나를 처음 볼 때 키가 작다고 놀렸지.
키 작은 남자가 버리면 다시 찾아올 거라 생각했지.
사실 준영은 그녀가 돌아오길 바라는 게 아니었다.
그녀가 돌아오지 못하는 사실을 확인하는 게 목표였다.
계속 누르지 못함으로써, 자신이 여전히 무언갈 지배하고 있다고 믿고 싶었다.
우리는 왜 이 금기에 눈을 떼지 못하는가
1. 끝내지 못한 대화는 상처를 덮지 않는다
– 아직 덜 말했다고 생각하면, 관계는 끝나지 않은 셈이다.
– 덜 말한 만큼, 상대의 빈 자리가 더 커진다.
2. 권력의 착시
보내지 못함으로써 우리는 최후의 일격을 쥐고 있다고 착각한다.
나만 아는 무기 같은 느낌.
문장 한 줄에 모든 것을 망쳤다가도, 안 보낸다고 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다시 살아 있는 것처럼 굴며 나를 속인다.
3. 욕망의 두 배
보내면 끝날지도 모르겠지만, 안 보내면 숨통이 조여드는 쾌감이 있다.
이 고통이 사랑의 마지막 잔여물이라면, 나는 고통을 지킬 거야.
사랑이 끝난 뒤에도 욕망은 계속된다. 그 욕망은 더는 상대에게 향하지 않고, ‘내가 미쳐버릴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몸을 맡긴다.
아직도 커서가 깜빡인다
2:49 a.m. 화장실 조명이 꺼지면서 스마트폰 화면이 유일한 불빛이 된다.
“돌아와” 앞에 새 문장이 붙었다.
"내가 너를 버리면, 너는 어떻게 될까 궁금해."
지금 당신의 키보드 위엔 무슨 말이 남아 있나요?
지금 당신의 손가락은, 아직도 끝내지 못한 누구의 이름을 두드리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