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그가 두 번 만에 사랑한다 말한 날, 나는 이미 지옥에 있었다

두 번 만에 사랑 고백을 받은 날, 나는 이미 지옥에 있었다. 그 말 한마디에 목숨 건 순간들과 우리가 미쳐버린 이유를 고백한다.

초기관계집착사랑착각도덕불안

그가 처음 만난 지 47분 만에 손등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나, 너 좋아하는 거 같아.” 웃기지도 않는 말장난이라고 생각했어. 두 번째 만남, 그가 눈을 맞추며 조용히 덧붙였을 때도. “진짜 사랑하는 것 같아.” 술에 취한 거라며 끝내지 않았잖아. 하지만 이미 늦었다. 내 심장은 폭발했고, 머릿속은 ‘사랑’ 하나로 가득했다.


광기가 시작된 순간

그게 사랑이 아니라면 뭐지?

그는 나를 알지도 몴는데, 나는 그를 알고 싶어서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하루에 수십 번 인스타그램을 열어 그의 프로필을 들여다봤다. 3일 전 스토리에 올라온 와인 잔 사진, 1주일 전 교통사고 현장, 그의 눈은 왜 그렇게 슬펐을까. 나는 그 슬픔을 위로하고 싶어서 목이 타들어갔다.

전화번호를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는 그냥 “내가 연락할게”라고 했고, 나는 하염없이 기다렸다. 1시간, 5시간, 28시간. 휴대폰을 뒤집어놓고 샤워를 나왔을 때, 푸시 하나도 없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처형 대기 시간이었다.


불타는 빨간 원피스

주혜는 고작 일주일 전 소개팅에서 만난 남자에게 빠져버렸다. 상대는 은행원 정우였는데, 딱히 잘생기지도 않았고 키도 작았다. 하지만 손에 든 와인 잔을 내려놓으며 던진 한마디가 있었다.

“내가 누군가를 이렇게 빨리 좋아하는 건 처음이에요.”

주혜는 그날 집에 가서 바로 빨간 원피스를 주문했다. 정우가 보낸 ‘좋아요’ 하나에 심장이 터졌다. 그날부터 그녀는 하루에도 열두 번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켜 정우가 들어오는지 확인했다. 정우는 3일 만에 연락을 끊었다. 주혜는 그 뒤로도 76일 동안 빨간 원피스만 입고 다녔다. 그가 돌아올 거야, 내가 빨간 원피스 입으면.


남자 이름은 윤수였다

윤수는 다섯 번째 만남에서 눈물을 흘렸다. 여자친구한테 차인 지 한 달 만이었다.

“나, 아직도 사람 못 믿겠어.”

들은 순간, 나는 내가 아픈 걸 치료해주겠다는 생각에 미쳤다. 그날 이후 나는 그의 치료사였다. 새벽 두 시에 전화오면 나갔다. 오후 11시에 술 먹자 하면 회사 회식을 뻥쳤다. 윤수는 내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망상에 빠져 살았다.

윤수는 한 달 만에 여자친구와 다시 잤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도 전화를 받았다. 새벽 세 시, 그가 “미안하다”고 한 마디 했을 때, 나는 오히려 안도했다. 미안하다는 말, 그래도 나한테 하는 거지. 죽을 만큼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왜 우리는 이 말에 미쳐버릴까

사랑한다는 말이 눈을 가리면, 사람은 누구나 시궁창이 된다.

심리학자들은 이걸 ‘급속한 친밀감 착각’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건 너무 깨끗한 설명이다. 우리가 미쳐버리는 진짜 이유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가진 폭력성 때문이다. 누군가의 마음을 단박에 점령해버리는 말, 그게 바로 ‘사랑한다’는 고백이다.

우리는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특별하다’는 환각에 빠진다. 하지만 그건 대부분 상대의 말장난이거나, 혹은 자기 암시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말장난에 목숨을 건다. 왜냐하면, 그 말 한마디가 없었다면 우리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 존재라는 끔찍한 진실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믿고 싶은 너

이 글을 읽는 너, 지금도 누군가의 ‘사랑한다’는 말을 되새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 사람이 지금 연락이 없어도, 너는 그 한마디를 껴안고 잠든다. 아마 너는 내가 하는 말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겠지. 우리는 특별했어.

하지만 잠깐, 그가 두 번 만에 사랑한다 했던 그날, 너는 뭐라고 대답했지? 아마 “나도”였을 거야. 그 순간 너는 이미 빠져들었고, 그 사람은 이미 떠났다. 지금도 기다리고 있니? 아니면, 미친 건 우리 모두였다는 걸 깨달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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