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발끝을 입에 물었을 때, 그림자조차 사라지는 순간

더러운 발끝을 받아들이는 순간, 이름·나이·회사마저 지워지는 완전한 굴복. 낮고 치욕스러운 곳에서만 찾을 수 있는,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 사랑의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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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끝을 입에 물었을 때, 그림자조차 사라지는 순간

신발을 벗어.

간판 하나가 꺼진 뒷골목, 술이 아직 목끝에서 떨어지지 않을 때였다. 준혁이 말했다. 신발부터. 검은 구두에 진흙이 켜켜이 꽉 찼다. 나는 그걸 벗겨주었다. 발이 드러났다. 냄새가 났다. 숯불, 가죽, 하루 종일 밟아온 세상의 먼지. 그 냄새가 코끝을 간질며 말했다. 여기, 끝까지 내려와.


발끝 하나가 입안에 들어오는 순간, 나는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다.

발끝이 혀끝에 닿자, 시간이 뒤틀린다. 지금까지 세상이 배치해둔 높이·낮이 뒤바뀐다.

더러운 것을 받아들인다는 건, 언제나 그렇게 시작된다. 처음엔 숨을 삼킨다. 두 번째엔 눈을 감는다. 세 번째엔, 그만. 손가락 끝만큼의 길이를 나는 목 끝까지 삼킨다. 쓴맛이 먼저 찾아온다. 그다음 단맛. 그 사이 민우의 손이 내 머리를 누른다. 더 깊이. 미친. 웃음소리 하나가 어둠 속에 떨어진다.


은비는 민우의 운동화 끈을 뽑았다. 흰 밧줄이 진흙에 젖었다. 운동화가 벗겨지자, 하루의 지친 발이 드러났다. 민우가 소파에 앉아 말했다. 발 닦아줘. 은비는 무릎을 꿇었다. 발이 냄새 났다. 흙냄새, 맥주 잔뜩 쌓인 테이블 아래 새어 나온 냄새, 하루 종일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며 밟아온 냄새. 은비는 그 냄새를 맡으며 말했다. 넣을게. 민우는 눈을 반쯤 감으며 피식 웃었다. 해 봐.

혀끝에 흙알갱이가 붙었다. 은비는 그걸 삼켰다. 민우의 발끝이 혀등을 간질였다. 눈물이 났다. 눈물은 뺨을 타고 흘러내려 턱끝에서 떨어졌다. 민우의 손이 머리를 눌렀다. 잘해. 은비는 그 끝을 끝까지 넣었다. 입안 가득, 더 이상 숨 쉴 틈 없이. 이 순간, 그녀는 스스로를 잊었다. 이름도, 나이도, 회사에서 맡은 광고企業도 다 지웠다. 남은 것은 민우의 발끝과, 그걸 삼키는 자신의 목뿐이었다.


왜 우리는 이런 끝을 원할까?

대답은 간단하다. 우리는 평생 높은 곳만 바라보다가, 한 번쯤 깊숙이 파고든 뒤틀림을 원한다. 발끝 하나가 주는 굴복은, 지배당하는 가장 철저한 순간이자 동시에, 지배하는 가장 완전한 순간이다. 신체의 가장 낮은 부분을 입에 넣는 순간, 우리는 말한다. 나는 너의 가장 더러운 부분도 사랑할 수 있다. 그 말 한마디로 우리는 둘 다 녹는다. 흔적조차 남기지 않는다.


발끝이 빠져나간 뒤, 입안은 텅 비었다. 그 텅 빈 자리에, 하루의 먼지가 맴돌았다. 은비는 울고 있었다. 민우는 잠들었다. 그의 발끝은 아직도 축축했다. 은비는 그 축축함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어디에도 없다. 발끝을 삼켰던 그 깊이만큼, 나는 스스로를 지웠다. 그게 바로 끝이다. 흔적 하나 없이, 완전한 굴복. 그게 바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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