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조심스레 입을 벌렸을 때, 나는 혀를 살짝 내밀다가 문득 멈췄다. 3초 전만 해도 침대 시트를 비틀고 있던 우리가 갑자기 동상이 되었다. 희미한 조명 아래, 그녀의 혀끝이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근데 왜 난 입을 다물어버렸을까.
숨겨진 반사신경
26㎜. 평균 성인 남성의 혀 길이였다. 나는 그것을 0.5㎜도 들어가게 하지 않았다. 그녀는 당황했겠지. 키스의 다음 단계를 요구하는 눈빛. 근데 나는 입 안으로 무언가를 넣는 순간이 두려웠다. 마치 그 안엔 끝없는 심연이 존재한다는 듯이.
입 속에는 정말로 내가 보고 싶지 않은 나 자신이 있을까.
그래, 아마도. 나는 혀끝에 갇혀버린 욕망이었다. 깨끗하게 가리고 싶지 않아서, 아니면 그걸 숨기고 싶어서였을까.
그녀의 이름은 하린
하린은 커피잔을 놓으며 말했다. "혹시 입 안으로 들어가는 게 싫어?" 오후 3시의 카페, 우리는 입술만 붙인 채 12분째 말없이 있었다. 그녀는 내가 입 안에 혀를 넣는 걸 꺼려하는 걸 알고 있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대답을 끌었다. 진짜 이유를 말하자면, 혀끝이 닿는 순간 그녀의 '전부'를 알게 될까봐 두려웠다. 혀의 미세한 맛, 그 안에 담긴 그녀의 과거까지.
그날 밤 나는 결국 입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대신 그녀의 입술만 계속해서 빠는 수밖에. 하린은 눈을 감고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이런 건 얼마나 오래 갈까. 그녀의 입술은 따뜻했지만, 그 안은 두려웠다.
나는 왜 혀를 숨기는가
심리학자들은 이걸 '친밀감 회피'라고 부른다. 하지만 그건 너무 단순한 설명이다. 나는 혀끝으로 그녀의 진실을 탐색하는 순간, 나 자신의 진실도 드러날까 두려웠다. 입 안엔 그녀의 과거, 나의 과거, 그리고 우리 둘 다 외면하고 싶은 욕망이 공존한다.
혀를 넣는 행위는 단순한 섹스 기술이 아니었다. 그건 믿음의 서약이야. 믿음의 가장 치명적인 형태. 누군가의 입 안으로 들어가는 건, 그 사람의 영혼을 핥는 것과 같다. 내가 그걸 두려워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나는 그녀의 영혼을 핥고 싶었지만, 동시에 그 영혼이 나를 뒤집어쓸까 두려웠다.
혀끝에 남은 질문
지금도 나는 그녀의 입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대신 혀를 숨기고, 입술만으로 감정을 나눈다. 그녀는 언젠가 이유를 물을 거다. 그때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까.
"내가 네 입 안으로 들어가는 건, 네가 내 전부를 알게 되는 거야. 그게 무서워."
그럼 너는 지금까지 누구와 키스를 해왔나. 그 질문은 여전히 내 혀끝에 남아있다. 입에 넣지 못하는 건 단순한 혀가 아니라, 나 자신의 가장 깊은 욕망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욕망은 아직도 혀끝에 가둬져 있어, 너의 입 안으로 들어가길 기다리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