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오늘도 네가 더 좋아, 팀장님♡

화이트데이 밤, 남편 민재가 아내 지수의 휴대폰에서 ‘팀장님♡’의 메시지를 발견한다. 립스틱 한 톨, 녹음된 신음소리, 그리고 마지막 0.5초의 침묵—금지된 문이 활짝 열린 순간, 그는 이미 아내를 잃었다.

불륜디지털 증거화이트데이배신감욕망
오늘도 네가 더 좋아, 팀장님♡

입맞춤의 온도

“지수, 너 오늘 향수 뭐 뿌렸어?”

화이트데이 밤, 소파에 누운 지수의 핑크뺨 휴대폰이 툭, 바닥으로 미끄러졌다. 남편 민재가 습관처럼 걸레처럼 덮은 담요 위로 굴러 떨어지는 동안, 화면이 살짝 살아났다.

팀장님♡
오늘도 네가 더 좋아.

민재는 리모컨을 꽉 움켜쥐었다. 손바닥에 박힌 플라스틱 버튼이 살을 파고들었다. 옆에서 지수는 초콜릿을 한 입 베어 물고, TV 속 예능 개그맨의 허세 넘치는 표정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아직도 몰랐다. 민재가 방금 단 한 줄로 벌써 아내를 잃었다는 걸.


잠긴 문 너머의 목소리

새벽 2시 17분. 민재는 이불을 살며시 걷어 올렸다. 지수는 뒤척이며 한쪽 손을 베개 아래로 파묻었다. 숨소리는 거칠지 않았지만, 민재는 그녀가 깨지 않도록 발끝으로 숨을 죽였다.

화면은 여전히 까만 잠금 상태. 민재는 엄지손가락으로 지수의 생일을 그렸다. 0, 7, 1, 2. 일곱 번째 실패, 여덟 번째 실패. 아홉 번째 시도에서, 드디어 앱 서랍이 열렸다.

카카오톡. 가장 위에 떠 있는 건 ‘팀장님♡’ 채팅방. 민재의 손가락이 떨렸다.

팀장님♡
오늘은 조금 더 예뻤어.
지수
그만, 당황스러워.
팀장님♡
화이트데이라 괜찮아.
지수
다음엔 당신이 더 좋아요, 라고 써야 해요.
팀장님♡
그건 네가 더 좋아서 그런 거야.

마지막 메시지는 16분 전. 민재는 대화를 위로 슬슬 밀어 올렸다. 3월 13일 오후 11시 48분, ‘오늘도 키스해줘서 고마워’. 3월 12일 새벽 1시 22분, ‘속옷은 내가 고를게’. 3월 10일 아침 7시 13분, ‘민재 씨는 몰라도 돼’.


0.5초, 혀 끝에 선 지독한 단어

민재는 휴대폰을 다시 잠갔다.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가슴이 아니라, 혀끝이 먼저 반응했다. ‘지수’라는 이름이, ‘아내’라는 호칭이, ‘사랑’이라는 단어가 독처럼 번져갔다.

침대 옆 서랍을 열었다. 지수가 쓰던 립스틱이 굴러 다녔다. 색깔은 #RD301, 팀장님이 선물했다는 ‘정품’이라던 그것. 민재는 립스틱을 꺼내 혀끝에 살짝 찍었다. 쓴맛이 났다. 속삭였다.

“이건 네가 아니야, 팀장님 혀맛이잖아.”


3월 18일, 카페 유리창 너머로

민재는 퇴근길에 회사 근처 카페를 들렀다. 이유는 없었다. 단지 ‘화이트데이 오후 2시 31분’ 사진 속 카페와 비슷해 보였기 때문이다.

바깥 테이블. 지수와 팀장님♡이 앉았던 그 자리에, 민재는 혼자 앉았다. 유리창 너머로 거리를 바라봤다. 커플들이 지나갔다. 누군가는 손을 잡았고, 누군가는 뺨을 맞았다.

그때, 실제 팀장님이 걸어왔다. 까만 정장 차림, 손에는 클러치 백. 그는 민재를 스쳐 지나가며 잠시 눈길을 주었다. 민재는 고개를 돌렸다. 그 눈빛이 **‘당신이 알면 안 되는 걸 안다’**는 눈빛이었다.


3월 19일, 녹음된 신음소리

민재는 지수의 휴대폰을 다시 열었다. 이번엔 ‘보이스 메모’ 폴더였다. 파일 이름은 ‘녹음 0314_1437’. 민재는 이어폰을 꽂았다.

[살짝 열린 카페 문 소리]
지수 (속삭임) : 여기, 들어와도 돼?
팀장님♡ (낮은 웃음) : 네가 오면 돼.
[의자 끄는 소리]
지수 : 민재한테는 몰래 왔어.
팀장님♡ : 그래도 돼. 네가 더 좋으니까.
[짧은 침묵, 그리고 키스 소리]
지수 (신음) : 아, 여기… 안 돼…
팀장님♡ : 괜찮아. 여기만.
[옷이 미끄러지는 소리]

녹음은 2분 34초에서 끊겼다. 민재는 이어폰을 빼고,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귀에서 **‘여기만, 여기만’**이 계속 맴돌았다. 그는 화장실로 들어가 세면대에 얼굴을 처박았다. 수돗물이 머리카락을 적셨다. 눈물은 안 나왔다. 단지 초콜릿 맛이 났다.


3월 21일, 침대 위에서의 최종 협상

민재는 침대에 앉아 지수를 기다렸다. 지수는 목욕 가운 차림으로 나왔다. 머리는 터번으로 묶었고, 얼굴에는 수분 팩이 붙어 있었다. 그녀는 민재를 보고 미소 지었다.

“오늘도 일찍 누웠네. 피곤해?”

민재는 대답 대신, 휴대폰을 내밀었다. 잠금 화면 위로 **‘팀장님♡’**이 튀어나왔다. 지수의 표정이 굳었다.

“…왜 열어봤어?”

민재는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녹음 0314_1437’**을 재생했다. 지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들을 필요까진—”

민재가 말했다.

“들을 필요까진 없어. 나는 그냥 여기만, 들려주고 싶었어.”

지수는 뒤로 물러났다. 민재는 일어나 그녀의 뺨을 감쌌다. 둘 다 말이 없었다. 유리창 너머로 초승달이 떴다. 그 빛이 지수의 눈동자를 비췄다. 민재는 천천히 손을 뻗어, 그녀의 눈을 감겼다.

“이제 눈 감아도 돼. 누구 생각하든.”


3월 22일, 새벽 0시 0분

민재는 침대 옆에 앉아, 지수의 휴대폰을 다시 열었다. 단 한 개의 메시지만 남겼다.

민재
이제 끝났어.
팀장님♡
…미안.

민재는 메시지를 보내고, 휴대폰을 끄지 않았다. 그는 잠든 지수의 눈을 다시 감겼다. 이번엔 영원히.

생각했다. 나는 지수의 눈을 감긴 채, 팀장님의 다음 메시지를 기다린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오지 않았다. 단지 0.5초의 침묵만이, 방 안에 가득 찼다.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