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몸을 조이는 순간, 진짜 조여드는 건 누구였을까

한 치수 작은 원피스를 입고 데이트에 나선 여자. 그녀는 그가 자신을 원한다 믿었지만, 사실 불안한 건 그였다. 몸을 조이는 순간 우리가 상대에게 넘기는 욕망의 실체를 파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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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조이는 순간, 진짜 조여드는 건 누구였을까

"살이 좀 쪘네요?"

올가가 이태원 언덕에서 처음 말했다.

나는 그날 밤 블랙 미니 원피스를 입었다. 옆구리 살이 빵빵하게 흘러넘쳤고, 브라 끈이 옷 위로 살짝 드러났다. 차 안에서 올가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살이 좀 쪘네요?

창밖의 네온사인이 그의 눈동자를 도려내는 듯 번쩍였다. 손은 내 허벅지를 향해 있었다. 하지만 닿지 않았다. 그는 나를 보고만 있었다.


벌어진 지퍼 사이로 들어오는 시선

나는 원피스 지퍼를 다 올리지 못했다. 옷장 앞에서 30분 동안 숨을 참고 끌어올렸지만, 마지막 2cm가 되돌아 내려왔다.

‘이건 너무 작아.’

그러나 나는 그걸 입었다. 엉덩이가 움직일 때마다 원단이 찢어질 듯 팽팽했다. 숨만 쉬어도 가슴이 터질 것처럼 답답했다. 그래도 나는 올가의 카페로 발걸음했다.

카페에 도착했을 때, 올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는 내 몸에 시선을 꽂은 채 말했다.

이렇게 예쁜 걸 왜 숨겨왔어?

그러나 그가 말한 ‘예쁜 건’ 정말 나였을까. 아니면 원피스로 억지로 압축된 나의 형태였을까.


사실은 그가 더 두려웠다

욕망의 해부실. 나는 올가에게서 무엇을 원했을까. 단순한 칭찬? 아니면 그가 나를 보며 느끼는 질식할 듯한 욕망의 증거?

그러나 되돌아보니, 올가는 오히려 불안해했다. 내가 몸을 조이는 동안, 그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마주한 듯 눈을 흔들렸다.

그날 오후, 올가는 말했다.

차라리 네가 예뻐지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걸.


조이는 몸, 열리는 욕망 (사례)

사례 1. 수진 29세

수진은 3년 만에 첫 소개팅이었다. 그녀는 여행 중 사온 코르셋 블라우스를 꺼냈다. 처음엔 안에 들어갈 수 있을지 고민했지만, 결국 치수보다 한 사이즈 작은 걸 골랐다.

소개팅남 민석은 처음 5분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수진은 민석이 고개를 돌릴 때마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가슴이 터질 듯 팽팽해지는 느낌이, *‘지금 이 순간 나는 누군가에게 존재한다’*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민석은 딱 한 번 말했다.

저기… 숨 쉬는 거 괜찮아?

수진은 그때 처음 느꼈다. 나를 조이는 건 옷이 아니라, 내가 상대에게서 얻고 싶은 욕망일지도 모른다는 걸.

사례 2. 재영 31세

재영은 여섯 번째 데이트날, 옛 애인이 선물했던 스키니 진을 꺼냈다. 2년 전엔 딱 맞던 청바지는 지금은 다리를 넣는 순간 살이 흘러넘쳤다. 그는 누워서 지퍼를 올렸다. 숨을 쉴 때맷 허벅지가 아파왔다.

데이트남 혜원은 처음엔 농담을 했다.

와, 오늘따라 각선미가 살아 있네.

그러나 밤이 깊을수록 혜원은 재영의 다리에 손을 얹지 못했다. 오히려 혜원이 먼저 말했다.

야, 편하게 앉아. 네가 숨쉬기 힘들어 보여.

그날 밤 재영은 집에 돌아와 청바지를 벗었다. 2년 만에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아프게 보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우리는 몸을 조이는가

우리는 조여야 누군가에게 보인다고 믿는다. 하지만 사실은 반대다. 몸을 조이는 순간, 우리가 더는 통제할 수 없는 욕망을 상대에게 넘긴다. 상대는 그 욕망을 마주해야만 한다. 그래서 민석은 불안해했고, 혜원은 손을 떼었다.

조여지는 몸도, 열려지는 욕망도 결국 우리의 것이다.


당신은 누구를 위해 몸을 조이는가

당신이 원피스 지퍼를 마지막 2cm 올릴 때, 그건 진짜 ‘너의 몸’을 위해였는가. 아니면 누군가에게 네가 아닌 다른 형태로 보이기 위해였는가.

지퍼가 올라가는 소리가 들릴 때, 정말로 조여지는 건 몸인가. 아니면 네가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는 불안감인가.

오늘 밤, 당신은 누구를 위해 그 지퍼를 잡고 있는가.

‘나는 사랑받기 위해 왜 이렇게 아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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