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24시간 지나면 넌 사라진다

읽씹 1분 만에 차단되는 남자들. 그들의 관심은 왜 유통기한이 있을까? 0.5초, 36시간, 24시간—타이머가 달린 연애의 속도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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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지나면 넌 사라진다

잠들려던 순간, 휴대폰이 울렸다. 잠금화면에 뜬 문자 한 줄이 심장을 쥐뜯었다.

지금 답장 없으면 나도 끝

시계는 새벽 2시 17분. 3초, 5초, 10초… 화면이 꺼지는 순간, 그는 나를 지웠다. 눈을 떴을 땐 이미 그의 프로필 사진이 연락처에서 증발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첫 번째 DM, 0.5초의 함정

화요일 새벽, 인스타그램 DM이 왔다.

김도현: "와 동네 똑같네? 혹시 ○○동 사시나요" 나: "맞아요 ㅋㅋ 근처 펍 가봤어요?" 김도현: "어제도 갔음. 내일 같이 갈래요?"

4분 만에 오간 대화. 그의 답장 속도는 0.5초 단위로 측정됐다. 그는 대기업 브랜드 마케터였다. ‘트렌드 반응속도 0.3초’가 자랑거리였다.

그날 저녁 8시 12분.

김도현: "내일 저녁 7시 어때요? 맥주 한잔만"

나는 1시간 뒤에 확인했다. 집 근처 펍 사진까지 보냈다. 그러나 도현은 더 이상 답장하지 않았다. 3일 후, 동네 단톡방에 올라온 그의 새 프로필 사진. 옆엔 내가 아닌, 5분 만에 답장한 다른 여자가 있었다.

두 번째 문자, 36시간의 전쟁

차민수는 첫 만남부터 선언했다.

차민수: "저는 36시간 룰 있어요. 호감 가면 36시간 안에 확실히 안 하면 끝" 나: "36시간이면 주말 내내잖아요" 차민수: "그게 룰이죠 ㅋㅋ"

23시간 47분이 지났을 때, 나는 그의 카카오톡 프로필을 수백 번 들락날락했다. 마지막 접속 시간은 2분 전. 초록색 원이 깜빡였다가 사라졌다.

나: "나도 봐요"
24시간 1분. 회색 체크 두 개, 영원히.


타이머가 달린 연애

그들의 관심은 타이머를 달고 온다. 24시간, 12시간, 심지어 30분. 숫자는 줄어들수록 당신의 초조함은 커진다. ‘읽씹’ 한 번에 사라지는 건 그의 호감만이 아니다. 당신의 존재 자체가 사라진다는 공포, 바로 그것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들어온 단어들이 성인이 된 우리의 연앜에 숨어 있다. ‘빨리 빨리’, ‘선착순’, ‘한정수량’. 그들은 관심을 ‘재고’로 말한다. ‘재고가 없어요’는 ‘나는 더 이상 너를 원하지 않아’보다 덜 상처 주니까.


36분째

오늘 밤, 다시 한 번 ‘읽씹’ 당했다. 36분째 멍하니 화면을 보고 있다. 손가락이 떨린다. 답장을 보낼까, 아니면 그를 지울까. 이 선택마저도 그가 주문한 시한부 플레이의 일부는 아닐까?

화면이 다시 어두워진다. 이번엔 3초, 5초, 10초… 눈을 감았다 떴다. 그는 사라졌고, 나는 아직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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