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도 민감해?"
유진이 나지막이 물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내 목덜미를 스쳤다. 숨을 죽인 채 눈앞의 태성을 바라봤다. 그는 모른 척했다. 아니, 모르는 척했다. 그가 먼저 제안한 거였잖아.
"우리, 같이 해볼래?"
그때는 정말 세 사람이 서로를 믿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손끝에 남은 떨림
그날 밤을 되새길 때마다 왜 그랬을까라는 질문이 먼저 온다.
하지만 정답은 이미 알고 있다. 단순히 손을 뻗어야겠다는 욕망이었다. 태성의 키스를 받으며, 유진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싶었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했다. 그 욕망이 사랑이 아니라는 걸.
그저... 소유욕이었다. 두 사람 모두 내 것이길 원했다.
'사랑은 나누는 거야.'
그 말이 얼마나 거짓말인지 그때 알았다.
엘리베이터 안의 37초
아파트 14층에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
태성이 먼저 들어가고, 유진이 그 뒤를 따랐다. 나는 마지막이다. 문이 닫히는 순간, 유진이 내 손을 잡았다.
"오늘도 우리 집이야?"
태성이 대답 대신 웃음으로 때웠다. 그 웃음이 참 불편했다.
37초 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유진의 엄지가 내 손등을 그렸다.
태성은 정면을 바라봤지만, 유리벽에 비친 우리의 모습을 훔쳐봤다.
그 찰나에 느꼈다.
이건 이미 끝난 관계라는 걸.
유진의 눈빛, 태성의 숨소리
그녀는 처음부터 아니라는 걸 알았다.
우리가 보낸 48일 동안 유진은 눈치를 떨지 않았다. 태성이 나를 더 뜨겁게 원한다는 걸.
반면 나는 유진의 차가운 손길에 미쳤다.
서로를 바꿔 끼우는 그 순간마다, 우리는 더 이상 연결이 아니었다.
단지 각자의 욕망을 빌려줄 뿐이었다.
'당신도 느꼈잖아.'
유진이 그날 새벽 말했다.
'태성이 너를 볼 때 나는... 사라지는 기분이야.'
화이트 보드 침대 위의 붉은 자국
세 번째 밤, 태성이 유진의 목에 입을 맞췄다.
나는 그 사이에 끼어들었다.
하지만 유진의 눈은 나를 보지 않았다.
그녀는 태성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날 이후 침대 시트에 남은 붉은 자국을 지우지 못했다.
피가 아니었다.
그건 우리의 믿음이 찢겨나간 흔적이었다.
금기는 왜 달콤할까
우리는 왜 허락된 행복보다, 금기를 향해 손을 뻗는가.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금지된 것은 항상 더 뜨겁게 빛난다고.
하지만 그건 반쪽짜리 진실이다.
우리가 원한 건 금기 그 자체가 아니었다.
파괴의 맛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의 믿음을 조금씩 갉아먹는 그 통증을.
그 통증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나'를 느낀다.
아직도 따가운 네 번째 손가락
지금도 샤워할 때면 유진이 내 팔뚝을 붙잡던 감각이 되살아난다.
뜨거운 물이 흘러도 차가운 그 손길은 지워지지 않는다.
태성은 결국 우리를 떠났다.
"그냥... 눈 감고 싶어서요."
그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그가 눈을 감으려 한 건 아니었다.
우리를 지우려 했던 거다.
당신은 누굴 위해 손을 뻗을 것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세 사람의 침대,
아니 네 사람의 침대를 꿈꾸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모른다.
손을 뻗는 순간,
누군가의 믿음이 부서진다는 걸.
그리고 그 부서진 조각 하나가 영원히 당신의 심장에 박혀 있다는 걸.
당신은 과연 누굴 위해,
어떤 욕망을 품고 손을 뻗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