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강아지 목줄을 맨 그가 물었다, 너도 하고 싶지?

세 번째 만남, 그가 가방에서 꺼낸 건 예쁜 장식 목줄이었다. 그리고 던진 질문 한마디에 나는 숨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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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네 거야."

카페 벽면에 걸린 거울에 비친 우리. 그가 테이블 아래 가방에서 꺼낸 건 분홍빛 가죽 목줄이었다. 동그랗게 접힌 고리에 새겨진 글자가 읽혔다. MIN. 내 앞글자.

나는 웃었다.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다. 세 번째 만남, 그와 나는 아직 입술도 맞대지 않았다. 손끝만 스칠 때마다 전기가 올라오던 차였다.

"진짜로 해줄래?"

그의 목소리는 농담 같지 않았다. 손가락으로 가죽을 쓰다듬는데, 문득 내 허벅지 안쪽이 간질거렸다. 마치 그 손길이 이미 내 목을 어루만지는 것처럼.


목줄을 쥔 그의 눈빛

나는 왜 숨이 막히는지, 왜 도망치고 싶은 발끝에도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

그가 목줄을 건네며 한 걸음 다가왔다. 우리 사이에 남은 테이블도 없었다. 카페의 재잘거림이 멀어졌다. 내 목 뒤가 달아올랐다.

"여기서...?"

"아니." 그가 미소 지었다. 우리 집.

나는 머뭇거렸다. 분홍 가죽 고리가 손바닥 안에 푹 파였다. 이건 단순한 목줄이 아니었다. 누가 누굴 지배할지, 누가 누구 앞에서 무릎 꿇을지를 결정하는 열쇠였다.

욕망의 해부실

심리학자들은 이런 욕망을 '인식적 불일치(cognitive dissonance)'라 부른다. 낮엔 강한 척, 밤엔 무너지고 싶은 마음.

대한민국 직장인 여성 87%가 '지배당하는 상상'을 한다는 조사가 있다. 익명 보장된 설문이라 거짓말일 리 없다.

그런데 왜 난 되레 내가 지배하고 싶은 걸까?

실제 같은 두 이야기

첫 번째, 유리의 밤

"주인님."

유리는 잘생긴 남자를 침대 발치에 앉혔다. 손목에 붉은 실크 끈을 동여맸다. 시계가 새벽 2시였다. 그는 평소 유리의 상사였다. 낮엔 유리의 업무를 질책하던 입이 지금은 "주인님, 더 가혹하게 해주세요"라고 떨었다.

유리는 처음엔 복수심이었다. 믿고 싶지 않은 건, 그 복수가 곧 이토록 달콤한 권력감으로 변했다는 것.

두 번째, 수진의 오후

수진은 오히려 목줄을 차고 싶었다.

"나도 하고 싶어."

그녀의 애인은 처음엔 놀랐다. 언제나 자기주장 강한 수진이었으니까. 하지만 어느 날, 그녀가 직접 사온 검은 가죽 목줄을 내밀며 말했다.

"이걸로 나... 묶어줘."

그날 이후 밤마다 수진은 퇴근길 지하철에서 그 끈을 만졌다. 지하철 손잡이를 잡은 그녀의 손목 위로 가죽 끈이 슬슬 감기는 상상. 누군가 자신을 데려가는 상상.

'정상'이라는 꼭지를 벗어나는 순간, 그녀는 비로소 숨통이 트였다.

금기를 꿈꾸는 우리들

왜 우리는 반듯한 사랑 말고, 이런 불안한 긴장감을 원할까?

정답은 없다.

다만 한 가지.

우리는 누군가에게 지배당하면서도 안전함을 느낀다. 누군가에게 지배하면서도 책임을 벗어난다.

그건 마치... 누군가의 손끝에 모든 것을 맡긴 채, 눈을 감고 사랑받는 느낌.


나는 아직 그의 집에 가지 않았다.

분홍 가죽 목줄은 지갑 속에 그대로다.

하지만 매일 밤, 혼자 집에 돌아오면 내 손은 저만치 테이블로 간다. 목줄을 만지면서 나는 생각한다.

내가 끌리는 건 그가 아니라, 내 안에 숨겨났던 '그런 나'인 건 아닐까?

그대는요? 지금 당신의 서랍 속, 혹은 마음 속에도 누군가에게 넘기고 싶은 끈 하나쯤은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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