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침대 위, 세 번째 그림자
이불 위에 떨어진 것은 머리카락 한 올이 아니었다. 검고 긴 머리카락도, 짧고 곱슬머리도 아닌, 딱 중간 길이 초커컷의 붉은 실 한 가닥이었다. 주인은 따로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유리의 반지 앞에서 진욱이 나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녀가 돌아오기 전, 아니, 그녀가 돌아오고 난 뒤에도 우리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웃으며 맞을 것이다.
맛보지 않은 술병처럼 흔들리는 우리
‘이건 단순한 배신이 아니야.’ 나는 스스로에게, 진욱에게, 아직 모르는 유리에게도 되풀이한다. ‘우리는 보고 싶어서 그런 거지.’
삼각은 평형을 거부한다. 두 사람 사이를 벗어나, 또 다른 한 명이 생긴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그건 시작이다. 삼각 안에서 누군가는 구멍을 뚫고, 누군가는 흘려보내고, 누군가는 숨기려 한다. 그러나 뚫린 구멍은 커지기만 한다.
세 사람의 관계는 늘 A→B, B→C, C→A라는 단순한 화살표로 설명되지 않는다. 화살은 서로를 겨냥하다 문득 뒤틀리고, 누군가의 가슴에 꽂히는 순간 다른 끝이 흔들린다. 그 흔들림이 더 달콤해서, 우리는 손을 놓지 못한다.
사라진 초콜릿과 붉은 실
류진의 일기, 3월 7일
유리가 오늘은 늦게 들어왔다. 샴푸 냄새가 다르다. 초콜릿 향이 섞여 있었다. 집에 있는 초콜릿은 내가 다 먹었는데. 진욱이 오늘도 왔다 갔다. 문 앞에 놓인 그의 재킷 만큼이나 당연한 존재가 돼버렸다. 우리 셋은 이제 ‘어색함’이라는 단어를 먹고 자란다.
나는 유리에게 말했다. "오늘도 샤워를 했네." 유리는 대답했다. "땀 냄새가 나서." 땀 냄새는 없었다. 그녀의 목덜미에는 진욱이 입 맞추던 붉은 기색이 남아 있었다.
유리의 메모, 3월 8일
진욱이 오늘도 왔다. 류진이 집에 있었다. 세 사람이 소주를 마신다. 류진은 내가 아닌 진욱의 컵에 소주를 더 따라준다. 진욱은 내가 아닌 류진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다. 나는 그 장면을 휴대폰 카메라로 찍었다. 아무도 못 볼 장소에 숨겨두었다. 이 영상을 다시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숨이 멎을 것 같다.
왜 우리는 구멍을 베어 무는가
삼각관계를 단순히 ‘탐욕’이라고 부르면 조금 쉽게 들린다. 그러나 정확한 말은 ‘불안의 공유’다. 두 사람이 서로를 견제하며 만들어내는 떨림을, 세 번째 사람이 한입 먹는 순간, 불안은 나눠진다. 작은 불안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위험한 맛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욕망을 ‘포비든 플레져’라고 부른다. 금지된 것이기에 더 선명해지는 촉감. 언젠가 터질 거란 걸 알면서도, 하루하루 뒤틀리는 균형 위에서 서성이는 감각. 우리는 그 감각의 온도를 잴 수 없어서, 손가락을 대본다. 물론 화상을 입어도.
너도 거기 있었던 거야?
당신은 지금 누군가를 떠올리고 있다. 아니, 그 사람이 아니라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을까’라는 상상을. 얼굴이 겹쳐지는 순간, 당신의 심장은 한 박자 쉬었다.
삼각의 끈은 단순히 상대를 괴롭히는 도구가 아니다. 끈을 잡은 손은 모두가 겹쳐 있다. 누구도 놓지 못한다. 누구도 끊지 못한다.
그래서 질문은 하나다. 언젠가 그 끈을 놓게 될 때, 당신은 누구의 손을 맞잡을 것인가. 아니면 손을 놓고, 아무도 잡지 않은 채로 그 자리에 남을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