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첫 키스를 훔친 순간, 나는 그녀의 남자가 됐다

열일곱, 그녀는 여전히 미성년자였다. 그러나 내가 그 입술을 가로챈 순간, 그녀는 누군가의 ‘여자’가 되었다. 숨겨진 계약, 그리고 도둑이 된 두 남자의 이야기.

열일곱숨겨진 계약첫 키스삼각관계도둑이 된 순간
첫 키스를 훔친 순간, 나는 그녀의 남자가 됐다

복도 끝 물품수거함 뒤, 소독약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재헌이가 내 팔뚝을 붙잡았다. 손끝이 차가웠다.

아니야, 진짜 아니야. 그냥 확인만 하려고 했어.

CCTV 붉은 불빛이 우리 사이를 찍었다. 재헌이 한숨을 삼켰다. 그의 숨결이 내 귓가를 간질였다.

“그날도… 네가 먼저였잖아.”

나는 아무 말도 못했다. 어젯밤, 창현이 형과 단둘이 있던 베란다에서도 이마에 입 맞췄다. 그때는 눈 감았는데, 지금은 뜨고 있었다. 눈 뜬 채로도 입을 맞출 수 있나. 그건 아마 도둑의 특권일 것이다.

나는 17살, 창현이 형은 스물셋. 우리 엄마와 그의 아빠는 같은 회사. 난 그냥 음악실에서 피아노 치는 아이였다. 형은 대학 휴학하고 시골집에 얹혀 산다고 했다. 비 오던 날, 버스 정류장에서 우산 하나를 같이 썼다. 형이 손등을 쓱 쓸었다.

너도 알지? 나한테서 가면 딱이야. 아무도 몰라.

고개 끄덕임이 계약이었다. 키스는 서명이었다. 그러나 서명은 항상 계약서 아래쪽에 숨겨진다. 나는 그 숨겨진 줄에 도장을 찍었다. 그 순간 나는 여자가 되는 줄 알았다. 아니, 도둑이 되었다.

재헌이는 10년 짝궁. 유치원 때부터 같은 반. 점심시간마다 음악실로 가면 피아노 연주를 들으며 도시락을 먹었다. 그는 내가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칠 때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 끄덕임은 나를 누구보다 잘 알았다는 증거였다.

“니가 왜 그 형이랑...” 말이 잘렸다. 도레미파솔라시도. 손끝이 떨렸다. 재헌이는 그 떨림을 읽었다. 그는 내가 치는 음악의 진짜 주제를 알고 있었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빼앗는 것에 대한 긴장이었다.

나는 아직 물건이 아니었어. 그래서 누군가의 물건이 되고 싶었던 거야.

형은 계약서를 쥐어줬다. 그 사인이 나를 ‘여자’로 만들었다.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였다. 나를 ‘도둑’으로 만들었다. 아직 17살의 도둑. 그리고 도둑은 항상 두 번 훔친다. 한 번은 물건을, 두 번은 마음을.

“니가 왜 계속 가?” 재헌이의 물음은 피아노 건반 위로 떨어졌다. 나는 대답 대신 피아노를 쳤다. 손끝에 피가 섞였다. 도레미파솔라시도. 끝나고 나면 창현이 형이 온다. 재헌이는 뒷문으로 나간다.

누구도 나를 두 번 선택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계속 가.

그러나 가는 길은 항상 되돌아오는 길이다. 첫 키스를 훔친 순간, 나는 그녀의 남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열일곱, 여전히 미성년자였다. 우리 사이의 계약은 숨겨져 있었다. 그리고 숨겨진 계약은 항상 누군가를 도둑으로 만든다.

창현이 형이 다가온다. 그의 손이 내 머리카락을 쓸었다. 그 손길은 따뜻했다. 그러나 나는 그 따뜻함이 재헌이의 차가움과 다르지 않음을 알았다. 둘 다 나를 훔치려 했다. 그리고 나는 둘 다에게 훔쳐졌다.

우리는 모두 도둑이었다. 서로의 첫 키스를, 서로의 미래를, 서로의 순수를.

피아노는 여전히 울린다. 도레미파솔라시도. 그 음악은 우리의 비밀 계약서를 노래한다. 열일곱, 그녀의 이름표는 여전히 ‘여자’였다. 그러나 그 이름표는 누군가의 손에 의해 떼어졌다가, 다시 붙여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모두 도둑이 되었다.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