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너무 졸려요, 대리님도 빨리 들어가세요"
24살 윤하가 슬랙으로 보낸 메시지. 3분 뒤 같은 채널에 올라온 사진. 회사 건너편 술집 화장실 거울, 치마가 너무 짧아 속살이 살짝 보이는 각도. 문장 끝에 달린 온점 하나가 도발처럼 느껴졌다.
숨겨진 동물적 계산
39살, 경력 15년, 결혼 7년. 능력 없는 남편이 아니라, 그저 한순간도 흔들린 적 없는 남편이라는 사실이 더 흥분을 돋웠다. 윤하는 나의 권한 앞에서 눈을 반짝였다. 승진 심사표, 야근 승인, 해외 출장 기회. 어린 여자들이 말하는 '오빠 감성'이 아니었다. 그들은 권력의 실루엣을 보고 움직이는 나비였다.
나는 정말 그녀를 원하는 걸까, 아니면 그녀가 나를 원한다는 착각을 원하는 걸까?
젓가락질 사이로 스미는 맛
최근 사례 두 개.
첫 번째는 지난주 목요일. 팀 회식 자리, 서브 프로젝트 신입 지원이었던 혜빈이 술이 확 깬 눈으로 다가왔다. 다섯 명이나 있던 방이, 갑자기 둘만 있는 듯 조용해졌다. 그녀는 내 앞 접시에 조개구이를 올려놓으며 중얼거렸다.
- 대리님, 저희 엄마가 그러는데... 나이 드신 분이랑은 술만 잘 마셔도 좋은 곳으로 승진한다더라고요.
- …뭐?
- 농담이에요. 근데 진짜로, 저희 엄마는 45살에도 굉장히 젊어 보이셨어요.
그녀는 마지막 문장을 속삭이듯 내뱉었다. 젊어 보여서 그랬다는 말이 아니라, 젊은 여자들이 노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라는 뉘앙스였다. 그날 밤 나는 부인에게 누워서도 계속 목 뒤를 만졌다. 혜빈의 시선이 닿았던 곳이 화끈했다.
두 번째는 지난 금요일. 윤하는 회식 끝나고 택시를 같이 탔다. 그녀는 뒷좌석에서 무릎을 내 쪽으로 살짝 기울였다. 검은색 스타킹 사이로 뼈가 아른거렸다.
- 대리님은 아직도 '남편'이라는 단어가 낯설어요?
- …무슨 말이야?
- 결혼하면 애인도 아니고, 남편이 되잖아. 뭔가 서글픈 느낌.
그녀는 창밖을 보며 말했다. 사흘 뒤,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하얀 봉투가 놓여 있었다. 속에는 회사 근처 모텔 키 카드. 뒷면에 쌍둥이 점을 그려놓고 '12/7 22:00'이라고 적혀 있었다. 내 생일이었다.
금기의 향기가 왜 달콤한지
심리학자들은 이를 '상대적 권력 이론'이라 부른다. 나이 든 남자에게 젊은 여자가 보이는 시선은 단순한 호감이 아니다. 그것은 능력에 대한 주가다. 젊은 여자들은 우리의 직급, 연봉, 인맥을 수치화해서 읽는다. 그리고 그들에게도 똑같이 투자할 수 있는 자신들의 유일한 재산이 있다. 시간, 탄력 있는 육체, 아이 같은 미소.
내가 그녀들에게 주는 건 기회이고, 그녀들이 내게 주는 건 가능성이다.
우리는 서로에게서 미래를 캐내려 한다. 나는 죽어가는 젊음을, 그녀들은 아직 오지 않은 권력을. 그래서 이 유혹은 끝내기 어렵다. 너무 정직한 계산이기 때문이다.
숨 가쁜 17일 뒤
모텔 키 카드를 처음 만진 그날 이후로, 나는 하루도 편안히 지내지 못했다. 휴대폰을 들 때마다 '밀어서 잠금 해제'가 아니라 '밀어서 부인 없는 방으로 들어가기'처럼 느껴졌다.
12월 7일. 나는 모텔 문 앞에서 15분을 서 있었다. 휴대폰 너머로 윤하는 초인종 대신 문자를 보냈다. "들어오지 않으셔도 돼요. 그냥 오늘은 그 자리에 계신다는 것만으로도, 내일 회사에서 웃어줄게요."
그날 밤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부인은 잠든 채였다. 나는 욕실에서 문을 닫고 토했다. 하지만 그건 죄책감이 아니었다. 놓친 기회에 대한 분노였다.
눈을 마주치지 않는 이유
사람들은 흔히 중년의 유혹을 타락이라 말한다. 하지만 그건 반만 맞는 말이다. 우리는 단지 더 이상 속지 않기를 원할 뿐이다. 부인도, 상사도, 윤하도. 모두에게서 숨겨진 가격표를 읽어내려 한다.
그래서 젊은 여자들은 더 위험하다. 그들은 아직 가격표를 숨기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우리는 그 가격표를 보면서, 내가 얼마나 저렴해졌는지를 뼈저리게 느낀다.
너도 그녀들의 시선을 느꼈을 텐데
지하철에서, 회식 자리에서, 혹은 단톡방에서. "저희 엄마가 그러던데"라는 말이 아니라, "오늘 회식 끝나고 같이 가실래요?"라는 말 한마디와 함께. 당신도 39살이 되면, 혹은 이미 되어 있다면, 한 번쯤 그 시선을 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날 밤, 당신도 욕실에서 문을 닫고 스스로를 응시했을 것이다.
그녀들이 원하는 건 네가 아니라, 네가 가진 미래라는 걸 아는 순간에도, 왜 손을 뻗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