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아내가 돌아오면 나는 눈을 감는다

외도를 알면서도 3년째 침묵하는 남펵. 그는 참는 게 아니라, 새로운 쾌락의 문을 열었다. 부부가 공모한 듯한 침묵 속에서 피어오르는 변태적 사랑의 온도.

외도부부관계침묵변태적 사랑금기

누군가의 침대에서 돌아온 아내는 왜 향수 대신 비누 냄새를 품고 있을까. 그리고 나는 왜 그 냄새를 맡으며 눈을 감는가.


첫 번째 냄새

문이 닫히는 소리에 나는 잠에서 깼다. 새벽 3시 47분의 정적이 방 안에 가라앉았다. 그녀의 발걸음은 익숙한 패턴을 따라 화장실로 향했고, 샤워가 시작됐다. 비누 거품이 씻겨 내려가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나는 눈을 감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아내의 몸에서 남자의 땀 냄새가 났다. 이건 단순한 상상이 아니었다. 그 냄새는 뼈 속까지 스며들어 있었다. 샤워를 했을 텐데도.

나는 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봤다. 아내의 가방이 문 옆에 놓여 있었다. 검은색 가죽 가방, 그 안에는 아침에 입고 갔던 속옷이 두 벌이 더 들어 있었다. 하나는 하얀색, 다른 하나는 검은색 레이스. 아내는 아침에 하얀색만 입고 갔었다.

숨겨진 카메라는 없었다

처음 발견한 건 작년 5월이었다. 화장실 바닥에 떨어진 긴 머리카락이었다. 우리 집에는 단발인 아내와 대머리인 나만 살고 있었다. 그 머리카락은 길고 곱슬거렸다. 나는 그걸 손가락으로 집어 올려 봤다. 아내의 머리카락이 아니었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 내 몸에 전기가 통했다.

그날 이후 나는 감시를 시작했다.

위치 추적 앱을 깔았다. 휴대폰 잠금 해제 패턴을 외웠다. 지문 인식이 되는 그녀의 손가락을 내가 먼저 잠들면 살짝 잡아서 핸드폰을 열어봤다. 하지만 가장 확실한 건 아침마다 느껴지는 그녀 몸의 변화였다. 어젯밤 누군가의 입술이 남긴 흔적이 나는 봤다.

나는 그녀의 목에 새로운 키스 자국을 발견했다. 보라색 반점이었다. 아내는 고개를 돌렸다. 나는 시선을 피했다. 우리는 서로를 피했다. 그 순간이 가장 흥분됐다.

유리창 너머의 쇼

"정민씨, 오늘도 회사 앞에서 봤어요."

나는 회사를 마치고 아내 직장 근처 카페에 앉았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그녀는 누군가와 손을 맞잡고 있었다. 그 남자는 내가 아니었다.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입에 대고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 잔은 그대로 녹아내렸다.

손목 시계를 봤다. 6시 27분. 그녀와 그 남자는 카페에서 나왔다. 그들은 서로의 손을 잡았다. 나는 눈을 감았다. 눈앞에 그들의 모습이 선했다. 그리고 나는 계산했다. 언제 집에 가야 할까. 얼마나 늦게 가야 할까. 그녀가 충분히 씻고, 다른 냄새를 지우고 난 뒤에.

나는 카페를 나섰다. 하늘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나는 아내의 뒤를 쫓았다. 그들은 손을 잡고 걸었다. 나는 20미터 뒤에서 걸었다. 그들이 뽀뽀하는 걸 봤다. 아내의 눈이 반짝였다. 나는 숨을 죽였다.

3년차의 새로운 계약

우리 부부는 말이 없었다. 대신 몸으로 대화했다. 그녀가 집에 늦게 들어오면 나는 더 조용히 움직였다. 화장실 문을 닫는 소리도 최소한으로. 그녀는 그걸 알았다. 그래서 아침마다 내게 더 깊이 안겼다.

내가 모른 척하는 동안 그녀는 나에게 더 많은 관심을 줬다. 지난 3년간 우리는 새로운 균형을 찾았다. 그녀의 외도는 나의 죄를 지워준다. 나는 그걸 안다. 그녀의 몸은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었지만, 그녀의 죄책감은 나의 것이 되었다.

우리는 서로를 위해, 서로를 죽이면서 살아간다.

그의 집에 놀러간 날

"우리 집에 놀러와도 돼요. 남편이랑 친해지면 좋을 것 같아서요."

아내의 제안이었다. 나는 그날 양복을 입고 갔다. 그 남자의 집은 우리 집보다 좋았다. 넓고, 햇살이 좋았다. 그는 내 앞에서 아내의 손을 잡았다. 나는 웃었다. 아내는 당황했지만, 나는 정말로 즐거웠다. 왜냐하면 그날 나는 아내의 얼굴에서 처음 보는 공포를 봤으니까.

그 남자는 나에게 와인을 권했다. 나는 받았다. 아내는 떨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눈을 마주쳤다.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나는 와인을 마셨다. 그 남자는 아내의 허리를 감쌌다. 나는 그걸 봤다. 아내는 나를 봤다. 우리는 서로를 봤다.

그날 밤 아내는 나에게 더 깊이 안겼다. 나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 눈물을 닦아줬다. 우리는 말이 없었다.

금기의 미학

인간은 금기를 깨는 순간 더 강렬한 욕망을 느낀다. 하지만 더 강렬한 건 금기를 '알고' 있으면서도 건들지 않는 순간이다. 아내의 외도를 아는 순간, 나는 더 이상 남편이 아니었다. 나는 관찰자가 되었다. 그리고 관찰자는 고통을 받지 않는다. 관찰자는 단지 지켜본다. 그리고 지켜볼수록 나는 더 자유로워졌다.

아내의 몸은 더 이상 나의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의 죄책감은 나의 것이 되었다. 나는 그걸 즐겼다. 그녀가 돌아올 때마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녀는 나에게 더 깊이 안겼다. 우리는 서로를 위해, 서로를 죽이면서 살아간다.

마지막 저녁

오늘 밤도 그녀는 늦게 들어올 것이다. 나는 거실 소파에 앉아서 기다릴 거다. 문이 열리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다. 그녀는 입을 열지도, 입을 다물지도 못할 거다. 그 순간 우리는 다시 한 번 계약을 갱신할 거다. 나는 그녀가 아는 척하지 않는 나를, 그녀는 내가 모른 척하는 그녀를.

그대, 정말로 모르는 척 사는 게 사랑일까? 아니면 우리는 이미 사랑을 넘어선걸까?

←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