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19살, 너와 나가 몸을 섞을 수 없는 진짜 이유

그 나이엔 신체는 열려 있어도 욕망은 얼려져 있다. 네가 보낸 한 장의 사진이 만들어낸 침묵과 불타는 심장 사이를 걷는 이야기.

금기19살절제집착
19살, 너와 나가 몸을 섞을 수 없는 진짜 이유

퇴근길 지하철 속 고백

"지금 당장 만나고 싶어." 나의 카카오톡이 울렸을 때, 유리창 너머로 서울의 네온이 죄다 날 비웃고 있었다. 19살, 스무 살이 되기 한 달 전이었다. 손에는 아르바이트 가방과 피곤이 가득했다.

만나면 뭘 하지? 어차피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나는 대답 대신 지갑 속 콘돔 한 장을 꾹 쥐었다. 사실 준비한 것은 갖가지 상상이었다. 얼굴부터 발끝까지 떨어지지 않고 붙어 있고 싶었다. 몸이 아닌, 눈동자를 맞대고 싶었다.


욕망의 얼음

19살의 눈빛엔 늘 얼음이 있다. 뜨거운 피부를 만져도, 입 안 깊은 곳까지 파고들려 해도, 얼음은 녹지 않는다. 그건 단순한 두려움이 아니었다. 언제든 돌이킬 수 있다는 착각이었다. 갖지 않은 것만큼 영원할 것 같으니까.

나는 그날 밤 유리창에 비친 그녀의 반사상을 보며 생각했다.

아직 아무도 우리를 더러운 아이들이라 부르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더러워질 수 없었다.


혜진이의 문신

"여기, 찍어줘." 혜진은 클럽 화장실 거울 앞에서 치마를 살짝 걷어 올렸다. 허벅지 안쪽에 새겨진 작은 별 문신이 흔들렸다. 스무 살이 되는 날, 몰래 새겼다고 했다.

  • 언제 했어?
  • 열 아홉 생일날. 혼자.

그녀는 눈을 감았다. 문신 아래로 흘러내린 술방울이 붉은 별처럼 퍼졌다. 나는 그녀의 다리를 만지고 싶었다. 하지만 손은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줍는 데만 급급했다.

혜진이 웃었다. "왜 안 만져?"

나는 말할 수 없었다. 만지면 끝장이라는 걸 안다. 한 번 닿은 손은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별 하나만으로도 세상이 무너질 판이었다.


민서의 메모장

다른 날, 민서는 나에게 봉투를 건넸다. 내부에 검은색 메모장이 들어 있었다.

7월 3일 - 키스만 했는데도 죄인이 된 기분
7월 10일 - 옷 위로 손이 스쳤다. 끝났다. 다 끝났다
7월 25일 - 오늘 눈 맞춤만으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페이지마다 낙서처럼 적힌 문장들은 열두 살 소녀의 일기처럼 보였다. 민서는 속삭였다. "나는 아직 여기서 멈추고 싶어."

그녀는 손등에 난 상처를 보여줬다. 병원에서 꿰맨 흉터였다.

  • 뭘 했길래?
  • 아무것도. 그냥, 스무 살이 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못하게 되는 거래.

금기의 향기

19살의 몸은 열려 있지만, 문은 굳게 닫혀 있다. 공포가 아니다. 기다림의 쾌감이다. 한 달, 이틀, 혹은 다음 생일이 되기 전까지는 내 욕망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우리를 지켜준다.

학교 뒤편 창고에서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녀의 손등을 어루만졌다. 그러나 손끝은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의 입술을 훔쳐보았다. 입술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가장 먼 곳이었다.


오늘밤, 너를 품지 못한 이유

졸업식 다음 날, 우리는 다시 그 창고에 모였다. 스물이 되었으니까. 문이 닫히자마자 그녀가 나를 밀었다. 이번엔 더는 막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둥근 손목에 내 손가락이 스며들었다.

우린 이제 해도 되는 걸까?

그녀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그것도 아니었다. 나는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말했다.

"아직도 못 해."


마지막 질문

당신은 스무 살이 되기 전날 밤, 어떤 몸을 품고 싶었나요? 아니, 어떤 몸을 품지 못해서 아직도 가슴이 뜨거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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