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그녀의 침대 옆에서 남편이 울먹이며 고백한 말

아내 앞에서 남편이 타인의 부인에게 고백한 밤, 그 조용한 파국 뒤에 숨겨진 우리 모두의 어두운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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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침대 옆에서 남편이 울먹이며 고백한 말

천장에 투사된 조명이 새까만 문양처럼 흔들리는 그때, 진우는 내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그는 내 앞이 아니라 우리 침대 맡에 놓인 수진의 가방 앞에서 입을 떨었다.

  • 솔직히… 그때 수진 씨,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어요.

한동안 나는 그 말이 내게 하는 것인지, 잠들어 있는 가방에게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기다렸던 고백이 맞았다. 단, 나 대신 다른 여자의 부인에게.


검은 실이 감기는 저녁

딸아이가 첫눈이라며 창밖을 가리킨 순간, 나는 창틀에 붙은 검은 실이 눈발처럼 춤추는 걸 보았다. 그 실은 진우 목뒤에도 붙어 있었다. 밤마다 숨이 차오르는 냄새. 아니, 징후였다.

이건 게임이야 나는 속으로 되뇌었다. 끝나면 모두가 망가질 게임.

그래서 나는 수진 부부를 불렀다. 동창 모임이라는 핑계로. 다섯 시, 무심한 겨울 저녁 식탁 위에 와인 네 잔과 거짓말 한 상자를 올렸다.

진우의 눈동자가 수진의 손등을 따라가는 걸 계속 보고 있었다. 그녀가 머리를 넘길 때마다 선명해지는 목덜미. 나는 와인을 홀짝이며 그래, 더 떨어지지 못하게 만들어줄게 싶었다.


숨겨진 안부, 드러난 욕망

수진 남편 정훈이 화장실에 일어난 틈에 나는 의도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 요즘 진우가 너무 힘들어해요. 아무도 모르게… 한 사람을 마음에 품고 산다는 게.

수진의 손에 든 잔이 살짝 기울었다. 레드와인이 새어 나와 하얀 테이블보를 흥건하게 물들였다. 바로 그때 진우가 고개를 들었다.

  • 누구요?

대답은 없었다. 정적이 흘렀다. 그 정적이 우리 모두를 서로의 피부에 번지게 만드는 7초.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실로 걸어가면서 뒤돌아 말했다.

  • 진우, 해봐. 누군지.

시청자 없는 무대

정훈이 몰래 한 모금 더 따라 마신 와인 잔을 내려놓을 때였다. 진우는 입을 열었다.

  • 수진 씨… 당신… 그러니까…

말이 아니었다. 숨이 밀려 나온 거였다. 수진이 얼굴을 내게 돌렸다. 눈이 무척 커다랗고 속이 텅 비어 있었다.

  • 제가 뭐… 잘못한 게 있나요?

그때, 정훈이 깔깔 웃었다. 술에 취한 어깨가 떨렸다.

  • 야, 진우야. 그만 좀 해. 친구 아내한테 뭐하려고 그래.

하지만 진우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한 마디를 내뱉었다.

  • 한 달 전, 수진 씨가 아파트 현관 앞에서 우연히… 저한테 물었잖아요. ‘오늘도 늦게요?’ 그때, 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어요. 그 눈빛에…

침묵의 무게

수진의 입이 벌어졌다. 손에 들고 있던 잔이 바닥에 떨어졌다. 유리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 가루 위에 우리 네 명의 침묵이 쌓였다.

정훈이 처음으로 말을 잊었다. 수진은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 반복. 나는 그 순간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누군가의 고백이 내 남편의 것이 되는 순간.

나는 왜 이걸 원했을까? 그가 떨어지는 걸 보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끝내 자신도 모르게 사랑한다고 말하게 만드는, 그 비참한 징후를 확인하고 싶었던 걸까.


우리 모두의 검은 실

심리학자들은 ‘감정적 방관자’라는 말을 쓴다. 관계가 기울어지는 걸 지켜보면서도 손을 쓰지 않는 사람. 하지만 그건 너무 뻔한 설명 아닌가.

우리는 때로 상대가 다른 누군가에게 빠지는 걸 눈 앞에 두고 싶어 한다. 아니, 그래야만 확인할 수 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혹은 내가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둘 중 하나. 아니면 둘 다.

우리는 침묵 속에서 끝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망가뜨리고 싶어”*가 아니라 “망가지는 걸 보고 싶어”. 그 차이가 욕망이다.


수진이 나에게 보낸 문자

그날 밤, 수진이 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미안해. 나도 몰랐어. 진짜 몰랐어…’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게 무슨 소용이야. 나는 이미 결심했다. 아니, 그 결심은 오래전부터 내려져 있었다. 한 사람이 아닌, 네 사람 전부를 끝내기로.


마지막 질문

당신은 상대가 누구에게 고백하는 걸 보고 싶은 적 있나요. 그 고백이 당신이 아닌, 완전히 다른 사람에게 향하는 순간.

그때 당신은 무엇을 느끼나요. 분노인가. 아니면… 놀랍도록 차가운 해방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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