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하룻밤 입맞춤이 식기도 전에, 그는 내 친구에게 ‘더’ 간절했다

뜨거운 하룻밤 뒤 그가 선택한 첫 연락처가 나였어야 했는데, 알림은 너에게 떴다. 너와 나 사이를 가르던 욕망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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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입맞춤이 식기도 전에, 그는 내 친구에게 ‘더’ 간절했다

아침 7시 18분, 종로구 창신동 고시원 5층. 눈을 뜨자마자 그가 내게 건넨 건 입술이 아직 데일 만큼 뜨거운 키스였다. 혀끝이 쓰라릴 정도로 격렬했던, 소름이 올라올 만큼 끈적했던 그 키스.

10분 뒤. 그는 화장실로 들어가더니 샤워 물소리를 켜놓고 나지막이 말했다.

“카톡 한번만 확인할게.”

그리고 7시 19분. 내가 봤다. 방금 전까지 내 가슴 위에 있던 손가락이 ‘민지’라는 이름을 터치하는 걸.


입술 맛이 채 가시기 전에

나는 최애 친구라는 말을 민지에게 붙여놨다. 강남역 2번 출구 ‘카페 베르사유’에서 매주 수요일 7시, 우리는 아메리카노 두 잔과 함께 누구보다 먼저 서로의 연애사를 썼다. 그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오늘 생일파티에 민지도 오는 거 알지?” 너는 하루 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지. 나는 그 떨림을 음모로 오독했다. 민지는 내가 가장 오래 알고, 가장 믿는 친구. 네가 그녀에게 맥주 한 잔 건넬 때마다 내 시선은 자꾸 너의 손등에 꽂혔다. 뜨거운 손등.


화장실 문 앞에서 숨죽이며

생일파티가 열렸던 이태원 ‘맨홀’ 지하 2층. 화장실 앞 복도, 좁고 긴 통로. 민지가 나를 끌고 들어가더니 문을 닫고 말했다.

“야, 저 새끼 너 좋아하는 거 맞아?”

“글쎄…”

우리는 숨을 겹쳤다. 10초, 20초. 서로의 숨소리가 닿을 듯 말 듯. 그때 민지가 속삭였다.

“나도… 저 사람 좋아하거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었다. 눈치 챘다. 하지만 그 말이 나온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왜냐하면 그 쿵 하는 소리가 너무 달콤했으니까.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양보의 욕망

‘나는 왜 이 상황이 흥분되는 걸까.’

썸이 시작될 때 우리는 누구나 테리토리를 그린다. 그 사람은 나의 것이다. 그런데 가끔 이 선이 흐려지는 순간이 있다. 친구가 관심을 보이면 더욱 선명해지면서도 동시에 흔들린다. 이중적인 욕망이다.

  • ‘내가 먼저 차지해야 해’
  • ‘둘이 나를 위한 경쟁이라도 하면 좋겠다’

특히나 민지 같은, 내가 ‘복제하고 싶은 나’를 닮은 친구라면 더욱. 같은 로션 냄새, 같은 슬랙스 핏, 같은 글씨체까지. 그래서 더 견딜 수 없었다.


그녀의 반응은 예상보다 순수했다

다음날 오후 3시 12분. 카페 베르사유 2층 창가 좌석. 민지는 드립백을 흔들며 웃었다.

“야, 어젠 진짜 미쳤지?”

나는 속으로 그가 보낸 메시지를 떠올리며 침을 삼켰다. ‘어젠 재밌었어. 담주도 같이 가자.’ 민지의 눈동자를 들여다봤다. 거기서는 상처보다 호기싼이 더 컸다. 미세한 우쭐함, 그게 내가 민지를 사랑하는 방식이었다.


두 번째 사례: 룸메이트의 미소

세라는 회사 동기였다. 합정동 원룸텔 301호. 룸메이트가 되던 날, 우리는 각자의 남자친구 자랑을 경쟁처럼 늘어놓았다. 그러다 어느 날 세라의 남자친구가 밤새 머물다가 갔다. 아침 7시 25분, 세라는 화장실에 들어가고, 나는 잠깐 그의 휴대폰을 보았다.

잠금화면에는 내가 아닌 세라의 메시지가 떠 있었다.

‘아침에 너무 예쁘더라. 네가 잠든 모습도, 샤워하던 모습도.’

그 순간, 나는 화가 아니라 경이로웠다. 왜냐하면 나 역시 흥미롭게 느껴졌으니까. 우리는 서로의 연인을 공유하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욕망은 타인의 시선 위에 선다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욕망은 대상에 대한 것이 아니라, 내가 그 대상을 통해 어떤 모습으로 비칠지에 대한 것’

내 친구가 나의 썸남에게 관심을 보일 때, 나는 두 갈래 욕망에 사로잡힌다.

  1. ‘나는 더 특별해’라는 우월감
  2. ‘이 모든 게 무너질 수도 있어’라는 불안감

이 두 감정이 교차할 때, 우리는 오히려 더 뜨거워진다. 왜냐하면 승리의 쾌감이 더 크게 다가올 때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서로를 견제하면서도 끌리는가

동물 서식지 연구에 따르면, 같은 먹이를 두고 경쟁하는 동물일수록 서로를 더 자주 스캔한다. 인간도 다르지 않다. 특히 연애 초반에는. 친구가 나의 썸남을 흥미롭게 바라볼 때, 나는 ‘뺏기지 않겠다’가 아니라 ‘이 욕망의 불길이 내 안에서도 타오르고 있다’를 느낀다. 결국 우리는 서로를 통해 자신의 욕망을 확인한다.


아침 7시 19분, 다시

나는 민지에게 말했다.

“어제 그랬잖아.”

그녀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너랑 내가 둘이서 화장실에서 숨죽여 서로의 숨소리를 겹쳤던 거?”

아니, 그건 아니었다. 나는 그가 보낸 메시지를 보여줬다. 민지는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나도 사실… 너랑 나 사이에 뭔가 흔들릴까 봐 무서웠어.”

우리는 서로의 눈에서 같은 불안과 흥분을 읽었다.


그날 이후, 나는 민지와 그를 동시에 만나지 않았다. 하지만 가끔, 내가 그를 생각할 때 민지의 표정이 떠오른다. 왜냐하면 그 뜨거움의 끝에서 나를 비춘 건 결국 친구였으니까.


당신은 지금 누구의 연락처를 먼저 확인하고 있는가? 그 이름이 당신의 욕망보다 먼저 떠오르는 이유, 과연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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