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춤추던 남자의 손끝에서 아침이 되자 사라진 나의 욕망

밤새 서로의 숨결을 맞추던 순간이 아침이 되자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다. 우리는 왜 하룻밤의 뜨거움이 식는 공허함에 이끌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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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갈래?"

클럽 벽에 등을 기댄 채 그가 속삭였다. 스피커에서 터져 나오는 베이스가 가슴을 울릴 때마다 그의 손끝이 나의 허리 뼈를 스쳤다. 숨을 쉴 때마다 마구 뒤섞인 향수 냄새. 아직 서로의 이름도 모르는 사이였다.


왜 하필 오늘밤이었을까?

숨겨진 끌림

그는 춤을 출 때마다 일부러 나의 시선을 피했다. 고개를 돌리고, 다른 사람의 눈을 마주치는 척 하면서도, 5분마다 한 번씩 나를 확인했다. 그것이 더 야했다. 누군가를 원한다는 걸 숨기면 숨길수록 그 욕망은 더 깊게 파고든다.

밤이 깊어질수록 우리는 서로에게서 '좋은 사람'이 되려 하지 않았다. 술은 거꾸로 마셨고, 눈빛은 점점 더 노골적이었다. 그는 내 손목을 잡고 리듬에 맞추어 살짝 비틀었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어떤 여자로 변하고 있는지 알았다.


그가 머물던 방

'재현'이라는 이름의 남자는 종로구에 작은 원룸을 얻어 산다고 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 복도 어둡게 켜진 형광등 아래에서 그는 갑자기 나를 벽에 기댔다.

아까부터... 
그러고 싶었어

입맞춤은 거칠었다. 문 열기도 전에, 옷 정리할 틈도 없이. 영화처럼 벽에 부딪혀 가며 옷을 벗는 순간은 3초도 채 되지 않았다. 그의 침대는 이불 하나 던져놓은 것처럼 흐트러져 있었다. 야한 냄새. 타인의 방에 풍기는 낯선 방 냄새가 반쯤 취한 나를 더 자극했다.

그는 나를 누이면서도 계속해서 눈을 맞추려 했다. 그 집요한 시선이 나를 더 노출시켰다. 서로의 몸을 탐색하면서도, 정작 서로의 이름은 입 밖에도 내지 않았다. 이름은 다음에 기억하자는 듯이.


아침 6:47분

새벽이 가장 차가울 시간, 그의 몸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나는 눈을 반쯤 뜨고 그의 뒷모습을 봤다. 셔츠를 입고, 천천히 지갑을 챙기는 손끝이 떨리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현관문을 열었다. 닫히는 쇠철컥 소리.

나는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봤다. 그의 방이 아니라, 나의 모습이 천장에 비쳤다. 어젯밤의 내가 여기 없었다. 그 여자는 누구였을까. 문을 닫아버린 그의 뒷모습은 어째서 그토록 결단에 찼을까.


왜 우리는 사라짐에 홀린가

심리학자 바버는 말한다. 사람은 알 수 없는 종료의 공허함에 더 깊게 빠진다고. 완벽하게 설명되지 않는 끝은 뇌가 계속해서 그 빈칸을 채우려 한다고. 그래서 우리는 아침에 사라진 그를 계속해서 되돌려 놓는다. 내가 뭔가 잘못했을까, 하고.

사실 우리가 원한 건, 끝나지 않는 밤이었다.


또 다른 살인적인 아침

'수진'이라는 여자는 2주 전의 일을 떠올렸다. 클럽에서 만난 남자와의 키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8시. 남자는 아침을 먹자며 나갔다가 다시는 오지 않았다. 수진은 그날 밤 그가 남긴 목걸이를 착용했다. "이거 네가 떨어뜨린 거 아냐?" 라며 다시 올 거라는 기대.

하지만 4일 동안 아무 연락도 없었다. 그녀는 결국 그의 인스타그램을 찾아, '같이 간 친구' 태그를 하며 "우리 또 만나자" 라고 DM을 보냈다. 읽씹. 읽씹은 두 번째 죽음이었다.


욕망의 방식

우리가 사라진 그를 또 찾는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는 사라지는 순간에 더 뜨겁게 타오르는 법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룻밤의 끝에서, 아침의 시작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그것은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어젯밤의 욕망이 죽어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왜 그렇게 아침이 되면 떠나려 하나. 어쩌면 그들은 우리가 아침의 현실을 원하지 않을 거란 걸 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젯밤의 여자는 아침이 되면 다시 '좋은 여자'로 돌아가야 하니까.


당신은 또 다시 춤을 추겠는가

그가 문을 닫고 간 그날 이후로 나는 클럽에 다시 가지 않았다. 하지만 때로는 지하철에서, 혹은 카페에서 비슷한 향수 냄새를 맡으면 갑자기 발가벗은 느낌이 든다. 그날 밤의 나는, 지금의 나의 어떤 부분일까.

너는 왜 그날 밤, 그의 손을 잡았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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