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칼렛, 숨을 참아줘"
"아, 이건... 끝내줘요."
스트리트 램프가 비치던 오후 4시, 파리 마레지구의 작은 호텔 방. 레옹은 내 손목을 침대 시트에 눌러놓은 채 그 말을 했다. 아니, 속삭였다. 프랑스어로.
나는 그때까지도 로망스어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비디치'라는 단어가 프랑스어로 '삶다'라는 뜻인지, '끝내주다'라는 뜻인지. 어쨌든 그는 혀끝으로 내 아랫입술을 살살 씹으며 그 단어를 흩뿌렸다.
나는 왜 그때 손목을 떼지 못했을까? 왜 '끝내줘요'라는 말의 진짜 뜻을 묻지 않았을까?
욕망의 해부: 시선이 머무는 곳
프랑스인의 키스는 단순한 입맞춤이 아니었다. 그는 나를 관찰하고 있었다. 내가 숨을 쉴 때마다 콧망울이 파르르 떨리는 걸 보면서, 내 눈동자가 왼쪽으로 살짝 비뚤어지는 패턴을 체크하면서.
그 관찰자의 시선이 가장 선명했던 순간.
레옹이 내 손등을 입 안에 넣고 살짝 삼켰을 때. 침대 옆 벽에 걸린 오래된 거울에 비친 나는, 낯선 여자였다. 눈이 너무 커졌고, 콧대가 날카로워졌고, 입술이 축 늘어져 있었다. 그게 나였다.
그 순간 나는 레옹이 아니라, 나 자신을 욕망했다. 거울 속의 그 여자를.
실제 같은 이야기 1: 클라라, 29세, 의류 디자이너
"그날 이후로 난 모든 남자의 손목을 확인해요."
클라라는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작년 12월, 성수동의 한 카페. 그녀는 키스에 대한 강박이 생겼다고 했다.
"레옹처럼 푸른 정맥이 돋보이는 손목만 보면... 여기까지 올라와요." 그녀는 목끝을 가리켰다. "혈관의 맥박이 보이면 보일수록, 나는 그 사람이 나를 관찰할 거라는 걸 알아요. 그러니까 도망가요."
그녀는 5년째 연애를 하지 않는다. 대신 매주 수요일마다 똑같은 스웨덴 남자의 OnlyFans를 구독한다. "그는 얼굴을 안 보여줘요. 그저 목덜미만. 레옹의 손목처럼."
실제 같은 이야기 2: 준우, 31세, 게임 개발자
준우는 더 간단했다. 그는 아예 프랑스어를 금기어로 만들었다.
"아니, 진짜예요. 'Bonjour'만 들어도 가슴이 답답해져요." 그는 맥주잔을 돌리며 말했다. 2022년 7월, 홍대의 숨은 바. 준우는 3년 전 파리 스터디어학교에서 6개월 동안 한 여자와 살았다고 했다.
"그녀는 매일 아침 'Tu es magnifique'라고 했어요. 당신은 숨겨진 걸작품이라고. 그런데..." 그가 잠시 뜸을 들였다. "그녀는 내가 화장실 갈 때마다 뒤를 따라왔어요. 문 앞에서 기다리면서. 나는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했죠."
준우는 지금도 화장실 문을 열 때마다 뒤를 돌아본다.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아무도 없어.
왜 우리는 이것에 끌리는가: 관음증의 맛
프랑스인의 키스는 관음증의 완벽한 은유다. 그들은 당신을 관찰한다. 당신이 어떻게 숨 쉬는지, 눈동자가 어디로 튀는지, 귓불이 얼마나 붉어지는지.
그리고 당신도 그 관찰자를 관찰한다. 거울 속의 자신을. 내가 그의 눈에 어떻게 비칠까?
이건 단순한 성적 긴장이 아니다. 이건 분열이다. 나는 관찰되는 나, 그리고 관찰하는 나. 두 명의 나는 절대 만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해서 더 깊은 키스를 찾는다.
그러나 깊어질수록, 우리는 더 멀어진다. 관찰자와 피관찰자 사이의 간극이 너무 커져서, 결국 우리는 서로를 놓치게 된다.
당신도 그날 밤, 누군가에게서 뱃속 깊은 곳까지 들여다보인 적이 있나요? 그리고 지금도 그 시선이 당신의 척추를 타고 흐르는 걸 느끼나요?
마지막 질문
오늘 밤, 당신이 문득 '그 키스'를 떠올릴 때.
그 사람의 혀끝에 무슨 맛이 있었는지, 아직도 혀끝에 맴도는 그 맛.
정말로 그 사람의 입맛이었을까, 아니면 당신이 뱉지 못한 자기 자신의 맛이었을까?
그리고 지금도 당신은, 누군가의 키스가 아니라 자신을 관찰하는 그 눈빛을 다시 만나고 싶은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