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둘 사이에 나도 껴줘"
화장실 앞 복도. 유리창에 비친 내 얼굴 위로 그의 숨결이 스친다. 손을 씻으며 흘린 말 한마디, "난 너희 둘 사이에 끼고 싶어".
순간 손등이 떨린다. 물기마저 식어버린 듯 차가워진다. 그 말이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는 걸, 우리 셋 다 알고 있었다.
속삭이던 욕망의 해부학
왜 하필 '셋'일까. 둘이면 부족하고, 넷이면 넘쳐흐른다. 셋은 완벽한 불균형이다.
'나는 배제당하고 싶지 않아. 그래서 배제하는 쪽이 되고 싶어.'
이 상황의 본질은 욕망의 재분배다. 둘의 관계에 낀 제3자는 두 가지를 동시에 원한다. 함께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둘을 무너뜨리고 싶은 더 깊은 마음.
사실은 깨뜨리고 싶었던 거야. 우리의 단단한 둘. 그 단단함이 너무 아름다워서 부러뜨리고 싶어졌던 거야.
민서와 지후, 그리고 나
민서는 먼저 다가왔다. 회사 옥상에서 피우던 담배를 나에게 내밀며.
"너도 한 번 해봐. 익숙해지면 중독돼."
그녀의 남자친구 지후는 그날 저녁 우리 술자리에 합류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알았다. 그가 나를 보는 눈빛이 이상하다는 걸. 민서를 향한 애정과는 다른, 더 날카로운 무언가.
몇 주 후, 지후가 혼자 찾아왔다.
"민서는 몰라. 우리 둘 사이에서 뭔가 생기고 있다는 걸."
"그런 건 없어."
"그럼 지금 이 순간, 네 손이 왜 떨리는 거야?"
내 앞에 놓인 그의 손이 서서히 다가온다. 민서의 손길이 떠오르는 순간, 왜 하필 그때였을까. 민서가 카페 문을 밀고 들어왔다.
두 번째 이야기: 연희와 도균, 그리고 다은
연희는 결혼 5년 차. 남편 도균과의 관계는 완벽에 가까웠다. 너무 완벽해서 지루했다.
그때 다은이 나타났다. 도균의 대학 후배. 처음엔 단순한 친구였다.
"오빠, 저희 셋이 같이 놀러 가요." 다은의 제안이 시작이었다. 술집, 영화관, 그리고 어느 날은 그녀의 집.
소파에 앉아 셋이 함께 영화를 보던 밤. 다은이 연희의 손을 잡았다. 놀란 연희가 뿌리치려 하자, 도균이 그녀의 다른 손을 잡았다.
"우리 그냥 이대로 있어도 될 것 같아."
순간 연희의 몸이 굳었다. 둘의 체온이 그녀의 팔뚝을 타고 올라왔다. 그녀는 알았다. 이 순간을 끝내고 싶지 않다는 걸. 그리고 동시에, 이 순간이 끝나길 바란다는 걸도.
금기의 달콤함
셋이 되는 순간, 우리는 동시에 두 가지를 갖는다.
우선은 규칙을 깨는 쾌감. '정상적인' 관계에서 벗어난다는 전율. 그리고 두 번째로 권력의 재편성. 둘 사이에 끼어든 제3자는 본능적으로 균형을 흔든다. 누군가 더 사랑받고, 누군가는 더 사랑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 불안정에 홀린 걸까.
'나는 사랑받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야. 남들의 사랑을 끊임없이 검증받기 위해 존재하는 거야.'
너는 누구의 욕망 속에 떠있니
민서는 나에게 물었다. "니가 먼저 시작한 거야? 지후가?"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중요한 건 우리 셋이 동시에 원했다는 거야.
그 관계를 깨뜨리고 싶었다는 걸.
지금 이 순간, 너도 누군가의 관계를 무너뜨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 없니? 아니면 네 관계 안에 끼어들 제3자를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니니?
진짜로 물어봐. 그 순간이 오면 너는 끊을 수 있을까? 아니면 끊기를 바라면서도 끊지 못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