훅(Hook)
밤 열두 시, 클럽 변두리 흔들리는 조명 아래. 그가 불쑥 내 손목을 잡았을 때, 손가락이 겹쳐지는 감각이 너무 아슬아슬했다.
"언니, 여기서 술 마시면 머리 아파요." 순진한 얼굴로 말하는데, 눈빛은 사냥개처럼 날카로웠다.
그날 나는 스물두 살, 회사 동아리 MT에 휘말린 휴학생이었다. 그는 서른둘, 막 컨설팅사 떠나 창업 준비 중. 우리 열 살 차이는 술잔 너머로 낯선 대륙처럼 떠밀렸다.
‘이 아이가 나를 원하는 게 맞을까? 아니면 내가 아직 끝내지 못한 스물을 사고 싶은 걸까?’
욕망의 해부
열 살 아래 남자를 바라볼 때, 우리는 뭘 진짜 원하는 걸까.
피하기엔 너무 따끔한 유혹 너머에는 시간 역행에 대한 집착이 숨어 있다. 그는 내가 이미 지나온 나이이기에, 그의 손길은 지난 실수들을 만져주는 것처럼 착각된다. 미래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과거의 나를 다시 사랑하는 기회로 받아들인다.
더 깊이 들어가면 두려움도 손뼉을 친다.
- ‘내가 그를 성장시켜 줄 수 있을까’라는 자만
- ‘나이 들수록 매력은 줄어든다’라는 불안
- ‘젊은이는 언제든 떠날 수 있다’라는 종말론
이 모든 감정은 숨겨둔 복수심처럼 달콤하다. 내가 스물 때 누렸어야 할 관능을, 지금 그가 대신 수확해 오도록 유도하는. 그래서 우리는 서로의 상처를 핥듯 키스한다.
실제 같은 이야기
그녀는 29, 그는 19였다
봄, 연남동 작은 와인바. 유리잔에 담긴 레드가 노을 같았던 날.
"썸네일 디자인 좀 봐주실래요?" 스물아홉 디자이너 지은은 테이블 너머로 핸드폰을 내밀었다. 화면에는 아직 굴곡이 남은 소년, 민재의 얼굴이 박혀 있었다.
민재는 여느 대학교 1학년이었다. 유튜브 배경화면 의뢰라며 DM으로 찾아왔고, 지은은 취미 삼아 도와줬다. 그게 계속 되던 어느 날.
민재: 왜 눈이 쌀쌀해요?
지은: …쌀쌀해?
민재: 나 봐도, 아무 감정 없는 것 같아서.
지은은 순간 숨을 멈췄다. 스물아홉의 그녀에게는 모든 표정이 무기였다. 하지만 열 살 아래 소년은 그 무기를 빼앗아가 버렸다. 그날 이후, 지은은 민재에게 자신의 20대 초반 사진들을 보여주며 재미있는 일화를 늘어놓았다. 대부분 꾸며낸 이야기였지만, 그녀는 민재의 눈동자에 비친 ‘과거의 나’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는 31, 나는 21이었다
여름, 그의 원룸에서 선풍기 돌리며 시원한 맥주 마신 밤.
"야, 너 스무한 살이라니까?" 그가 나지막이 웃었다. 그는 이미 서른한 살의 창업가였고, 나는 막 취업 준비생이었다.
나: 너무 늙은 거 아냐?
그: 난 네가 젊은 게 아니라,
그: 아직 모든 걸 믿는 눈빛이 좋아.
그날 밤, 그의 침대 옆 책장에 놓인 고등학생 뺨을 스치는 사진이 눈에 밟혔다. 사진 속 여자는 나와는 전혀 닮지 않았지만, 같은 나이였다. 그는 나를 통해 그녀를 다시 만나고 있었을까? 아니면 나를 통해 자신의 스물한 살을 부활시키고 있었을까?
그리고 나는 그가 내게 주는 관심이 과거의 나를 위로하는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참았다. 왜냐하면, 나 역시 미래의 나를 미리 쓰다듬고 싶었으니까.
왜 우리는 이것에 끌리는가
심리학자 브루마의 ‘시간차별적 욕망’ 이론은 말한다.
“인간은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시간을 가장 절실하게 소유 욕구를 느낀다.”
다시 말해, 열 살 차이는 단순 숫자가 아니라 두 개의 폐쇄된 시간대가 서로를 탐닉하는 구조다. 서른은 스무에게는 미래형 과거, 스무는 서른에게는 과거형 미래다.
이중 가장 견고한 감정은 부당함에 대한 집착이다. 20대는 30대에게 미래를 훔치려 하고, 30대는 20대에게 과거를 훔치려 한다. 이 훔치기의 순간이 바로 끌림이자 두려움이다.
게다가 사회적 금기는 이 욕망을 더 달콤하게 만든다. ‘연상·연하’라는 낱말이 붙는 순간, 두 사람은 이미 반역자로 찍힌다. 그리고 반역은 늘 상처를 동반하지만, 그 상처 속에서만 짜릿한 쾌감이 샘솟는다.
마지막 질문
당신도 지금 누군가의 손목을 꿈틀거리며 잡고 있진 않은가.
그 뜨거운 손끝이, 정말 지금 이 순간의 너를 원하는 건지, 혹은 너의 아직 오지 않은 과거 혹은 이미 지나간 미래를 탐내는 건지.
그리고 당신은 그 구분 없이, 입 맞추고 싶지는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