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았다 떴다 하는 사이, 세게 끌어안던 팔이 풀렸다. 방 안에는 둘의 숨결이 아직 뜨겁게 감돌았다. 그러다 그녀가 갑자기 벽 쪽으로 몸을 돌렸다. 작은 어깨의 떨림이 이불 위로 전해졌다. 처음엔 웃음인가 싶었는데, 곧 턱 끝을 타고 떨어지는 눈물 소리가 들렸다. 뒤에서 "괜찮아?" 하고 물었지만, 대답 대신 침대 시트에 번지는 젖은 자국만 커졌다.
그녀는 왜 갑자기 울었을까
정사가 끝난 뒤 갑작스레 찾아오는 무력감. *내가 방금 뭘 한 거지?*라는 자문이 목뒤를 조르듯 붙는다. 아니, 사실은 이제 더 이상 가질 수 없을 거야라는 예감이 더 정확하다. 생리학적으로는 프로락틴이 분비되면서 기쁨보다는 살아 있음의 공허함이 먼저 찾아온다.
내가 원한 건 너였는지, 아니면 그 갈망 자체였는지 지금 와서는 구분할 수 없어
우리는 육체가 닿는 순간만큼 영혼이 닿지 못한다는 사실을, 뜨거운 피부 뒤로 느낀다. 그래서 눈을 감는다. 눈을 감으면서도 손은 더 깊이 파고든다. 내가 지금 만지는 건 너의 몸인가, 아니면 내가 끌어안고 싶었던 상실의 두려움인가.
정면, 그녀의 눈물
"채원아, 왜 우니?"
나지환은 여자친구 서채원의 눈가를 닦아주려다 손을 멈췄다. 왜냐하면, 채원이 대답했기 때문이다.
나도 몰라. 진짜로.
다만, 너무 좋아서… 견딜 수 없어서…
그래서 슬퍼.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채원은 울음을 터뜨렸다. 소리 없이, 숨을 삼키듯. 나지환은 채원의 어깨를 감쌌지만, 그녀는 더 작아졌다. 오히려 그의 품이 커다란 공허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른다.
벽시계는 새벽 2시 17분을 가리켰다. 30분 전까지만 해도 그들은 서로의 이름을 계속 불렀다. 이제는 침묵만 흘렀다. 섹스가 끝난 뒤에 남는 정적은 늘 너무 커서, 그 안에 뭘 채워 넣을 장소가 없었다.
나지환은 떠올렸다. 오늘 처음으로 ‘사랑해’라고 말했던 순간, 채원이 순간적으로 표정을 굳혔던 기억. 그 뒤로도 몸은 열렸지만, 시선은 피했다. 그때서야 그는 깨달았다. 사랑한다는 말은 또 다른 이별의 문을 여는 열쇠였다는 걸.
두 번째 사례, 어젯밤의 김준혁과 유리.
화려한 호텔 스위트. 유리는 남편 몰래 만난 김준혁과 세 번째 정사를 나눴다. 끝나자마자 그녀는 욕실로 뛰어가 문을 꽉 닫았다. 샤워기 물소리 사이로 흐느낌이 새어 나왔다. 김준혁은 침대 끝에 앉아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이러다가 진짜 사랑에 빠질까 봐.
유리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샤워 속에서도 그의 냄새가 사라지지 않았다. 이 몸이 누구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남편에게 돌아가면 돌아갈수록, 남편의 품에서는 더 이상 울지 못한다는 사실이 두려웠다. 오히록 이별을 각오하고 누군가의 품에 안길 때만 눈물이 났다.
금기의 뒷면에 적힌 글씨
정사 후 우울증(Post-coital dysphoria)이라는 병리학적 이름이 붙기도 하지만, 그건 겉일 뿐이다. 실제로 우리가 느끼는 건 공포다.
이 감정의 끝에서 날 기다리는 게 뭔지.
육체가 최고조에 달할수록 심장은 ‘끝’을 본다. 모든 문은 닫히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그래서 눈물이 난다. 사랑이 아니라, 사랑이 사라질 거라는 확신 때문에. 우리는 내내 최면에 걸려 있었고, 그 최면이 풀리자 자신이 사실은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존재였는지 깨닫는다.
정사가 끝난 뒤의 공허함은 결국 나는 결국 혼자일 거야라는 원초적 고독의 맛을 보여주는 시식 코스다.
아직 침대 위에 누워 있다면
네 손끝은 아직도 뜨겁다. 상대의 숨결은 귓가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갑자기 찾아온 이 눈물의 이름, 이 감정의 심연은 과연 뭐라고 불러야 할까.
이건 사랑의 끝에서 느끼는 슬픔인가, 아니면 사랑이 시작될 때 느끼는 두려움인가.
지금 이 순간, 너는 누구의 품에서 눈을 감고, 누구의 이름을 흘리며 울고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