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그레한 턱, 가슴골 속으로
청담동 예식장 3층 대기실. 거울 속 하얀 드레스는 너무 선명해서 눈이 시렸다. 나는 새카만 실리콘 팁으로 속눈썹을 한 올씩 올리며, 혜진을 떠올렸다. 그녀는 단추 하나 풀어헤친 웨딩드레스 사이로 슈퍼—우리가 단 이틀 만에 입양한 새끼 고양이—를 꼭 끌어안고 있었다. 고양이의 발가락이 그녀의 가슴골을 간질이면, 그녀는 흰 목덜미를 뒤로 젖히며 속삭였다.
"지훈 씨, 고양이가 너무 뜨거워요."
나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의 약혼녀였다. 28번째 봄, 서울의 햇살이 3층 창문을 두드릴 때, 우리는 스튜디오에서 앙증맞은 행복을 찍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 장소에서 가장 투명한 유령이다. 혜진의 드레스 단추 하나가 풀렸고, 슈퍼의 촉촉한 코끝이 그녀의 살결을 콕콕 찌른다. 지훈의 손이 고양이 머리 위로 얹히는 순간, 그 손가락은 이미 드레스 끝자락을 스칠 듯 말 듯 떨려 있었다.
하얀 드레스, 그리고 숨겨진 흰 살
"슈퍼가 너 싫어하나 봐." 지훈이 작게 웃었다. 웃음 끝에 달린 떨림은, 여자의 가슴 위에 올라탄 고양이의 발끝만큼 교묘했다. 혜진은 고양이를 꼭 끌어안으며, 드레스 안쪽으로 스며드는 뜨거운 숨을 눌렀다.
"너무 민감해서, 괜찮아요?"
"괜찮아. 슈퍼도, 너도."
그는 말했다. 동시에 그의 엄지가 고양이 귀 뒤를 긁는 듯 혜진의 가슴골 아래쪽을 어루만졌다. 나는 그들이 나를 보던 3초를 떠올렸다. 고양이는 나를 향해 미묘하게 입을 벌렸고, 지훈은 그 입 속으로 내 이름을 삼켰다. 그날 밤, 슈퍼가 내 발목을 가볍게 긁었을 때, 지훈은 침대 반대편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고양이의 발톱 한 올이 우리 사이를 끊었다. 아니, 우리 사이에 남은 마지막 실 한 가닥을.
신부의 품속, 금기의 실리콘 팁
혜진은 24살. 나보다 6살 어리고, 화장기 없는 얼굴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슈퍼를 안을 때, 드레스 안쪽으로 스며드는 그녀의 체온은 고양이보다 뜨거웠다. 지훈은 고양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 손끝으로 혜진의 살결을 더듬는 듯 했다. 나는 화장대 앞에서 실리콘 팁을 떨어뜨렸다. 팁 하나가 굴러가며, 혜진의 발치에서 멈췄다.
"사진 찍을게요. 슈퍼랑 같이."
"나도… 찍어주면?"
"사진작가가 필요해."
그는 말했다. 그 순간, 고양이는 혜진의 가슴골을 콕 찌르며 반쯤 눈을 감았다. 나는 드레스 단추를 다시 채우려다 멈췄다. 단추 사이로 보이는 혜진의 흰 살결, 그 위에 얹힌 고양이의 발가락.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지훈의 눈빛. 그 눈빛은, 이미 나에게는 차가웠다.
고양이는 알고 있었다
결혼식 당일 밤, 나는 지훈의 집 앞에 섰다. 창문 너머로 슈퍼가 나를 바라보았다. 고양이는 나를 알고 있었다. 나를 무시했던 고양이, 나를 대신했던 고양이. 고양이는 말했다. 너는 나와 다르니까, 너는 떠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지훈은 떠날 수도 있는 고양이를 선택했고, 떠날 수 있는 나를 버렸다.
누구의 품에 안기고 있나
우리는 왜 고양이와 같은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가. 혹은 왜 사랑이 고양이보다 약한가. 혜진의 가슴골에 턱을 비볐던 슈퍼, 그리고 그 손끝으로 고양이 털을 쓰다듬던 지훈. 그들은 이미 서로의 금기를 알고 있었다. 나는 떠날 수 있는 여자였고, 고양이는 떠날 수도 있는 고양이였다. 하지만 지훈은 떠날 수도 있는 고양이를 품었고, 떠날 수 있는 나를 지웠다.
고양이와 신부 사이, 그가 버릴 것은 나였다.
당신은 지금 이 순간, 누구의 품에 안기고 있나. 그리고 당신이 버릴 수 있는 대상은 과연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