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그날 밤, 남편은 나를 처음 본 남자가 되었다

친구들과의 새벽 파티. 7년 만에 남편이 낯선 시선으로 나를 바라본 순간, 우리는 다시 첫사랑이 아닌 첫 욕망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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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웃기다. 하지원 씨, 당신 지금 패닉 났잖아.

샴페인 잔을 흔들며 웃음이 터졌다. 새벽 세 시. 바닥엔 부서진 포테이토 칩 가루와 빈 와인병들이 뒹굴고, 여섯 명의 대학 동창이 둘러앉아 있었다. 우리 집은 오랜만에 살아 움직이는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그때 뒤통수가 따끔했다. 누군가 나를 노려보고 있다는 느낌. 돌아보니 소파 끝에 앉은 지훈—내 남편—이었다. 그의 눈빛이 이상했다. 차갑고 동시에 뜨거운, 호기심 어린 관찰자와 질투 어린 소유자가 한 몸에 뒤섞인 듯한 시선이었다.


입꼬리에 걸린 미소가 낯설었다. 7년 만에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눈꺼풀이 내려앉아 동공이 깊게 패이고,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지만 미소가 아니었다. 그건 증오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야, 민서야. 너 여전히 한 잔만 하면 얼굴이 발갛게 되는구나." 하진이 내 뺨을 살짝 건드렸다. 그 손길이 지훈의 시야에 들어간 순간, 그의 눈이 더 좁아졌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지만 술 때문이 아니었다.


결혼 생활은 원래 따뜻한 무관심으로 가득했다. 서로의 몸에 익숙해지며 더 이상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러나 그날 밤 지훈의 눈빛은 7년 만에 처음으로 나를 낯선 여자로 바라보고 있었다.

단순한 질투를 넘어선 감정이었다. 결혼 후 줄곧 그에게만 웃어주던 내가, 누군가의 농담에 허리를 휘청거릴 만큼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본 그는—흥분하고 있었다.


"벌써 세 시 반이야. 우리 이제 가볼까?" 다들 아쉬운 표정으로 일어났다. 나도 모르게 지훈을 쳐다봤다. 그는 여전히 소파에 앉아 있었고, 시선이 내 허리에 머물러 있었다. 정확히는 하진이 잠깐 내 허리에 손을 얹었던 자리를 보고 있었다.

"오늘 진짜 재밌었다. 민서야, 담엔 우리 집에서 하자." 하진이 나를 꼭 안았다. 그 순간 지훈의 손이 무릎 위로 움직였다. 손등에 푸른 핏줄이 드러났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냄새를 맡는 것처럼.


나중에 비슷한 이야기를 두 번 더 들었다.

유진은 남편 성준이 회사 동료들과 술을 마신 뒤, 처음으로 그녀의 목덜미를 물었다고 했다.

"마치… 내가 다른 사람이었던 것처럼. 그 남편이 아니라, 처음 보는 남자가 나를 탐하는 느낌이었어."

수현은 남편 민호와 클럽에 갔던 날, 민호가 다른 남자들이 그녀를 쳐다보는 걸 지켜보며 이상하게 흥분했다고 했다.

"그 눈빛, 정말 무서웠어. 내가 남의 여자인 듯이…"


결혼은 소유의 제도다. 하지만 인간의 본능은 ‘뺏기는’ 상황에서도 흥분한다. 다른 이가 내 배우자를 원할수록, 그 배우자의 가치는 올라간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순간, 사랑하는 사람이 한순간에 대상이 된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캉케이드 효과’라 부른다. 캥거루 수컷은 암컷이 다른 수컷과 짝짓는 걸 보면서 더 격렬하게 교배한다. 인간도 다르지 않다. 다만, 우리는 그걸 의식하지 못할 뿐.


그날 이후 지훈은 나를 조심스럽게 만졌다. 마치 첫날밤처럼. 하지만 그 눈빛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내가 어디갈 땐 뒤를 쫓았고, 누군가 나에게 말을 걸면 관찰했다.

그리고 나는—그 눈빛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7년 만에 다시 ‘여자’로 불태워지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결국 타인의 욕망 속에서만 다시 뜨거워질 수 있는 걸까?


문이 닫히고 집 안에 적막이 내려앉았다. 지훈이 천천히 다가와 내 뒤에서 속삭였다.

"민서야."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낮았다. 손끝이 내 목덜미를 간질였다.

"오늘 네가 웃던 모습… 처음 봤어." 그의 숨결이 내 귀에 닿았다. 떨리는 숨소리였다.

"다음엔… 그런 웃음도, 내가 만들게."

창밖으로 새벽 4시의 도시가 보였다. 아직 어둑한 하늘 아래, 우리는 서로의 몸을 처음 보는 남녀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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