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다른 남자의 손끝이 내 팔을 스칠 때, 남편은 숨을 참는다

결혼 반지 너머 스친 낯선 손끝. 그 찰나에 남편은 숨을 멈추고 나는 불꽃처럼 달아오른다. 관람과 전시라는 은밀한 규칙 속, 두 사람이 금기의 경계를 밟는 방식.

결혼질투관계의 경계관람과 전시금기의 유희

电梯门이 열리며 유현이 먼저 걸음을 뗀다. 가죽 잠바 소매에서 늘쳐진 손이 내 팔끝을 스친다. 짧은 접촉, 0.3초. 그러나 민재의 시선은 정확히 그 지점에 꽂힌다. 아, 또 걸렸군.


민재의 눈이 흰자위를 드러내며 굳는다. 숨을 참는 동작이 눈꺼풀에 전해져, 나도 모르게 따라한다.

‘이번엔 또 얼마나 가까워질까.’

유현은 모른 척 웃으며 회사 문을 나선다. “오늘 회식 끝나면 먼저 갈게요.” 문이 닫히자 민재가 입을 연다.

“옷깃이 구겨졌네.”

손끝이 오므려진다. 깃을 툭툭 두드리는 손길이 어김없이 정확하다. 그 손이 닿는 곳마다 열이 오른다.


우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경계를 즐긴다. 나는 ‘거의’ 넘어가는 선을 밟으며 자극을 얻고, 민재는 ‘거의’ 잡히는 순간을 음미한다.

‘내가 조금만 더 가까이 다가가면, 그가 부숴버릴까 봐.’

이 불안이 내 몸에 불꽃을 지핀다. 동시에 그 불길을 감시하는 민재의 시선도 또다른 불꽃이다. 둘이 서로를 지켜보는 구도, 그게 우리 은밀한 유희의 전부다.


지난겨울, 회식이 끝난 새벽 2시 17분. 성진의 승용차 뒷좌석. 차창에 서리가 낀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재즈베이스가 가슴을 두드린다.

“시동 꺼도 돼?”

“아니, 괜찮아.”

잠시 뒤로 물러났던 성진의 팔이 다시 오른쪽 팔걸이 위로 올라온다. 손등이 내 허벅지를 스친다. 0.8초, 충분한 시간. 내 시야 한켠에 굳은 민재가 비친다.

어떻게 알았을까. 나와 연결된 위치 추적 어플을 깔았을지도, 혹은 지하주차장 CCTV를 들여다봤을지도. 문을 열고 내린 민재는 말없이 나를 끌었다. 성진이 불러준 택시는 텅 빈 도로 위에 서 있었다.

그날 밤 민재는 속삭였다.

“너는 내가 지켜줄 테니까, 계속 반짝여.”


여름, 회사 동아리 후배 경수와 맥주를 마신 뒤. 엘리베이터 거울 속 우리 둘이 겹친다. 경수의 손이 내 뒤통수를 향한다.

“머리에 뭐 묻었어요.”

0.5초 만에 민재의 카톡이 울린다. 지금 집에 와.

사실 나는 민재에게 모든 접촉을 보고한다. “손등이 스쳤다, 옷깃을 잡았다, 숨결이 닿았다.” 내 보고가 가장 선명한 불꽃이다. 민재는 그걸 먹고 산다.


심리학자들은 ‘부적절한 욕망’이라 부른다. 우리에겐 부적절한 것이 없었다. 다만 ‘관람’과 ‘전시’의 구도만 있을 뿐.

민재는 나를 관람하고, 나는 민재에게 전시된다.

‘내가 다른 남자와 스쳐도, 결국 민재의 손끝으로 돌아오는 순간이 가장 뜨겁다.’

이건 경쟁이 아니라 협연이다. 상대가 누구인지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건 그들이 우리 규칙을 부수지 않는 한에서 민재의 존재를 불씨 삼아 내 몸을 달군다는 사실이다.


미래의 어느 날, 또 한 남자가 나를 스칠 것이다. 민재는 그때도 숨을 참을까. 아니면 더 이상 숨죽이지 않을까. 그날이 오면, 우리는 서로를 어떤 방식으로 다시 불태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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