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고치지 못하는 남자와 결혼한다는 착각

그를 구원하면 나도 구원받을 수 있을까? 고장난 연인과의 미래를 끝내기 전, 먼저 꺼내야 할 환상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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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치지 못하는 남자와 결혼한다는 착각

그가 술에 취해 넥타이를 끌어당기며 말했다. 너만 있으면 나를 알아줄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나는 그때 왜 그 말이 달콤하게 들렸을까.


그의 파열음이 내 음악처럼 들린 밤

지하 주차장 불빛이 흔들릴 때마다 우리는 더 깊은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유리창에 비친 우리는 말라비틀어진 부부처럼 보였다. 그는 아직도 회사에서 안 나온 애인을 기다리며, 나는 그를 기다리며. 서로의 고통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연애를 지속했다.

'이 사람은 나 없이는 죽을지도 몰라.' 그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흥분했다. 세상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카드를 쥐고 있다는 착각.


욕망의 해부

고치지 못하는 사람과 미래를 꿈꾸는 건 결국 자기 자신이 고쳐지길 바라는 역설이다. 그를 구원하면 나도 구원받을 거라는 환상. 하지만 우리는 그저 끝없이 서로의 부서진 조각을 주워 담는 거야.


실제 같은 이야기 1: 수진, 32세, 연쇄 구원자

수진은 약혼자 현수를 만났을 때 이미 알고 있었다. 그가 전 여자친구와 헤어질 때 집값 전액을 떠넘겨 파산 직전이라는 걸. 하지만 수진은 오히려 '나라면 다르게 할 수 있어' 라고 속삭였다.

결혼 6개월 만에 현수는 다시 도박을 시작했다. 수진은 비밀번호 바꾸고, 통장 압류하고, 통장까지 새로 개설했다.

그러고도 여전히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현수가 새벽 3시에 들어오며 말했다.

너도 이제 지쳤지?
나 때문에 인생 망친 거 알아.

수진은 그 말에 화장실로 뛰어가 울었다. 왜냐하면 그 순간에도 '그래도 나를 떠나지 않는구나' 라는 역겨운 안도감이 들었으니까.


실제 같은 이야기 2: 민재, 29세, 끝나지 않는 재활 프로젝트

민재는 애인 하연이 음주운전으로 면허 정지되자 그날로 술 끊겠다고 했다. 하지만 하연은 술 대신 약으로 갈아탔다. 민재는 하연이 니코틴 패치를 붙이고 있을 때 뒤에서 감싸 안으며 이렇게 말했다.

너 아픈 걸 내가 다 안아줄게.

그녀는 실제로 안겼다. 하지만 민재의 품은 점점 무거워졌다. 어느 날 하연이 또다시 과음하며 운전하다가 사람을 칠 뻔했다. 민재는 그때서야 깨달았다.

자기가 고쳐야 할 건 하연이 아니라, '고치겠다'는 자기 자신이었다는 걸.


왜 우리는 이것에 끌리는가

심리학자들은 이걸 '희생적 사랑'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정확한 이름은 '자기 연민의 왜곡된 형태' 다. 내면의 '고쳐지지 않는 나'를 투영해서, 그 사람을 구원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나를 구원하려는 욕망.

더 어두운 층면이 있다. 바로 권력이다. 그 사람이 나 없이는 살 수 없다는 희열. 결국 고치지 못하는 사람과 미래를 꿈꾸는 건, 끝없는 재앙 속에서 유일한 빛이 되겠다는 오만이다.


마지막 질문

그를 고치려는 당신의 손길은, 과연 그를 위한 건가? 아니면 당신 스스로 깨지길 원하지 않는 욕망을 숨기기 위한 가장 아름다운 기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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