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그 글 속에서 나는 누구와 섹스한 거야?

동아리 단톡에 떠도는 ‘같은 남자 만나는 여자’ 제보. 붉은 원 안 갇힌 내 얼굴이 낯선 손끝으로 간지러울 때, 나는 누구와 몸을 섞고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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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지호랑 떡 치냐?”

IMG_20231014_234721 왼쪽 세 번째 여자 누구? 밤새 손만 댔더라

새벽 2시 11분. 뻗은 손이 핸드폰을 집었다. 열리는 피드 속, 붉은 원 안의 내 얼굴. 셔츠 단추 두 개 풀린 사이로 드러난 쇄골이 마치 그날의 낯선 혀처럼 번쩍였다.

47개 댓글. 3분마다 새로고침돼.

술이 확 깼다. 아니, 술보다 더 깨문 건 질끈거리는 열이었다.


“그날 밤, 손만 잡았다는 거짓말이 내 젖꼭지를 쓰다듬았다”

지하철 2호선. 출근길, 손가락은 반사적으로 ‘좋아요’를 눌렀다가 금세 취소했다.

"저 여자 3주 전 수원 모임에도 끼었어요. 지호 오빠 봉지 안에 손 넣고 웃음만 ㅋㅋ" "진짜 몸이 타고난 게 따로 있던데, 가슴 쪽에 젖꼭지 흔들리니까 ‘많이 민감하냐’고 물음"

거짓말이야.
나는 그날 처음 만났고, 수원엔 간 적 없으며, 지호는 봉지도 안 들고 있었다. 그럼에도 엉덩이가 살짝 습해졌다. 누군가의 더러운 상상 속 가 — 갈색 젖꼭지가 코끝을 간질이는 — 내 안에서 살아 숨 쉬었다.


첫 번째 여자, 유리 | 29세 브랜드 마케터

유리는 지호를 ‘틴더 프리미엄’에서 스와이프했다. 첫 대화는 *‘달고나처럼 단 당신, 어떻게 먹으면 가장 달까요?’*였다. 두 번째 만남에선 그녀 친구 인스타를 찔렀다. 그날 저녁, 그녀 친구의 DM에 같은 질문이 날아갔다.

"굴욕이었죠. 내가 누워 있던 자리에서 친구를 떠올리며 그가 싸는 순간 말이에요."

유리는 지호의 카톡 프로필 사진을 역검색했다. 결과: 87장. 같은 테라스, 같은 빨간 셔츠, 같은 왼팔로 감싸는 다른 여자들. 그녀는 그 사진들을 하나하나 스크랩했다.

내가 없는 자리에서, 나는 대체되고 있었다.”


두 번째 여자, 민서 | 31세 UX 디자이너

민서는 지호를 동아리 후배 소개로 만났다. 그는 민서가 댓글 단 디자인 커뮤니티 글을 모두 뒤져서 DM으로 같은 문장을 복붙했다.

‘같은 관심사네요 :) 붓으로 흘리듯 흔들리는 선, 그게 당신이랑 닮았어요.’

민서는 그의 문자를 200장 스크린샷했다. 그리고 익명 폭로글을 썼다. 제목은 ‘같은 선으로 여자들을 속이는 남자’.

“글을 올리고 나서도 계속 댓글 수를 확인했어요. 512 → 514 → 517. 나는 그 증가 속도에 오르가즘했다.”


“우리는 서로를 몸으로 뒷조사한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경쟁적 투신(competitive projection)’이라 부른다. 상대를 검증하는 게 아니라, 거기에 홀로 서 있는 나의 허물을 검증하는 것.

“그가 너를 어떤 자세로 뒤치락거렸을까. 너는 그걸로 얼마나 떨었을까.”

그 질문은 답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는 오직 다음 거짓말이 우리의 살갗을 어디까지 찢을지를 계산한다. 더 깊은 침묵, 더 오염된 증언을 찾아 — 마치 상처를 핥으며 더 깊게 파고드는 중독자처럼.


붉은 원 속, 나는 아직 누구와도 떨지 않았다

지호에게는 아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대신 매일 밤 2시 11분, 그 게시물을 새로고침한다.

“혹시 또 내 얼굴?” “혹시 또 다른 거짓 증언?”

그러면 나도 모르게 허벅지를 맞댄다. 누군가의 가장 더러운 상상 속에서 나는 떨린다. 지호의 입술이 아닌, 낯선 여자들의 손끝이 — 가상의 젖꼭지를 꼬집으며 나를 깨운다.


“그래서 당신은 지호를 더 원하나요, 아니면 그 글 속 떨리는 나를 더 원하나요?”

아직도 붉은 원 안, 나는 입을 다물었다. 다음 새로고침이 울릴 때까지 — 나는 누구와 섹스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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