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40년 만에 남은 건 아내의 차가운 등뿐, 나는 아직 뜨겁다

40년 부부, 아내는 관심이 끊겼고 나는 아직 타오른다. 이미 끝난 줄 알았던 욕망이 밤마다 침대 옆에서 되살아날 때, 과연 참을 수 있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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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아내의 어깨 너머로

김현수는 새벽 두 시, 아내 정숙의 어깨를 바라보고 있었다. 네 살 터울인 그녀의 머리카락이 희게 섞인 지는 이미 오래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문제는 그녀의 숨결이 너무 고르다는 것이었다. 한 번도 뒤척이지 않고, 한 번도 그의 불쾌한 시선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었다.

"숙아."

차가운 침실에서 그의 목소리는 메아리 없이 흩어졌다. 40년 전, 초혼밤에도 이렇게 조용하지 않았는데. 그때는 숨소리 하나하나가 서로에게 닿았고, 정숙은 그의 손끝에 떨었다. 지금은 그녀의 어깨가 그의 손끝보다 차갑다.

이제는 만져도 반응이 없어. 만지는 나만 이상한 놈이 되는 거야.


타오르는 것은 불이 아니라 먼지

사실 현수는 아내가 몇 년 전부터 관심을 끊었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오늘은 피곤해"라는 말이 매일이 되었고, "조금만 안아줘"라는 그의 말은 "나이가 무슨 수입니까"라는 대답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의 손길이 닿았던 곳, 그녀가 숨을 쉬던 곳, 그녀가 눈을 감던 순간마저. 65세의 몸은 25세의 기억을 그대로 품고 있었다. 더 잔인한 건, 그 기억이 젊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젊음이 갈수록 날 선 칼날이 되어 자신을 찌르고 있다는 것.

현수는 침대에서 조심스럽게 일어났. 발밑에 낀 슬리퍼는 20년 전 정숙이 사준 것이었다. 아직도 남색 바탕에 하얀 꽃무늬가 남아 있었지만, 그 꽃들은 시든 지 오래였다. 그는 거실로 향했다. 거기엔 아내가 한 달 전에 구입했다는 새로운 담요가 있었다. 마치 그들 사이의 차가운 거리처럼, 담요는 두껍고 부드러웠다.


첫 번째 이야기: 이웃집 창문의 불빛

현수는 창문 너머로 보인 이웃집 거실을 바라보았다. 처음엔 우연이었다. 몇 주 전, 불면증에 시달리던 그가 창밖을 내다보다가 본 것이었다. 이웃집 부부는 아직도 깨어 있었다. 그들은 서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여자가 남자의 뺨을 살짝 어루만졌고, 남자는 그녀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우리도 저랬어. 정숙아, 기억나지? 당신도 내 뺨을 어루만졌잖아.

하지만 기억은 점점 희미해졌다. 대신 이웃집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그의 머릿속에 선명해졌다. 그들은 몇 살일까? 40대 중반? 그들은 아직도 그런 관심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현수는 아내가 자신의 몸을 보면 "아직도 그런 생각이야?"라는 눈빛만 던질 뿐이었다.


두 번째 이야기: 온라인의 그림자들

현수는 몇 달 전부터 스마트폰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는 검색창에 "결혼 40년 부부 관계"를 입력했다. 나오는 건 대부분 의학 정보였다. 남성호르몬 감소, 여성 감정소모, 그리고 "이해와 배려". 하지만 그는 이해와 배려를 40년이나 했던 것 같았다.

그는 조금 더 나아갔다. "중년 부부 다시 불타게 하는 법". 거기엔 판타지가 있었다. 어떤 글은 "아내를 다시 유혹하는 7가지 방법"이라 했고, 다른 글은 "잃어버린 욕망을 되찾기 위한 심리학"이라고 했다. 모두가 거짓말처럼 보였다. 아니, 어쩌면 그는 거짓말을 듣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어느 날, 그는 한 여성의 블로그를 발견했다. 그녀는 "결혼 35년, 남편은 아직도 나를 원한다"고 썼다. 글 속의 여성은 60대 초반이었고, 그녀의 남편은 여전히 그녀를 원했다. 현수는 화가 났다. 왜 저 사람은 가능한데 나는 불가능할까. 그는 댓글을 달았다: "당신은 행운아입니다. 나는 아내가 아예 관심을 꺽었습니다." 몇 분 후, 그는 댓글을 삭제했다. 왜냐하면 그건 너무 초라해 보였기 때문이다.


금기를 품은 욕망

사람은 왜 끝난 줄 알았던 욕망이 되살아날 때 더 타오르는 걸까.

심리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금기의 힘"이라 부른다. 누군가에게 금지된 욕망은 오히려 더 강렬해진다. 하지만 이건 단순한 금지가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서 오는 거절이었다. 그리고 그 거절은 매일매일 반복되었다. "피곤해", "나이 먹었어", "이제 그만". 그 말들은 현수의 욕망을 분노로 바꾸었다. 그리고 분노는 다시 더 깊은 욕망으로 바뀌었다.

현수는 정숙이 자는 동안 그녀의 머리카락을 한 올씩 바라보곤 했다. 그녀는 그런 시선을 전혀 모른다. 아니, 알면서도 모른 척한다. 그게 더 잔인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의 욕망을 "이제 그만둬야 할 것"으로 보았지만, 그의 욕망은 "이제야 시작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지막 질문

현수는 다시 침실로 돌아갔다. 정숙은 여전히 깊이 잠들어 있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이불을 들추고 그녀의 어깨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피부는 그가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훨씬 부드러워졌다. 세월이 그녀를 감쌌지만, 그 감쌈은 그를 외롭게 했다.

40년 동안 함께 잔 이 침대에서, 내가 가장 외로운 건 왜 지금일까.

그는 이불을 다시 덮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물었다. 과연 이 욕망은 끝나지 않는 걸까, 아니면 끝나버리는 게 더 잔인할까. 그는 답을 찾지 못했다. 대신 창밖으로 새벽 하늘을 바라보았다. 어둠이 걷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몸속에는 아직 불꽃이 튀고 있었다.

"정숙아."

그는 다시 속삭였다. 이번엔 더 작은 목소리로.

"나는 아직도 너를 원한다는 걸, 너는 알고 있을까."

침묵이 대답이었다. 그리고 그 침묵은 아마 내일 아침, 모레 아침, 그리고 먼 훗날까지도 계속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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