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 냄새와 땀의 맛
"여기서… 누가 보면 어떡해."
내가 숨을 삼켰다. 클럽 뒷골목의 벽돌이 차갑게 등을 파고들었다. 결혼 5년 차, 디자이너 ‘서연’이었던 나는 그날 밤 뭔가에 홀렸다. 아니, 홀렸다고 말하기엔 지독히도 의도적이었다.
이름도 몰랐던 남자의 손가락이 목덜미를 훑고 내려왔다. 팔찌처럼 채워진 향수 냄새, 그 안에 섞인 내 코튼 셔츠의 직장 냄새. 그 차이가 흥분을 날카롭게 벼려 올렸다. 결혼반지가 얇게 울렸다. ‘이 손가락, 남편이 아닌가.’
아니라고 했지만, 손은 먼저 움직였다
왜 그랬을까? 남편 ‘도진’은 바람기 하나 없었다. 퇴근 후 맥주 한 잔이면 행복해하는 남자. 하지만 그 ‘무결점’이 지독하게 답답했다. 눈치 없는 사랑은 진부했다. 내가 원한 건, 한 치의 오점이라도 허용하는 관계였다. 다만 나는 그 오점을 내가 만들기로 선택했다.
그날 클럽 ‘루시드’는 새벽 두 시. DJ가 드롭한 베이스가 가슴을 두드렸다. 누군가의 시선이 나를 관통했다. 고개 돌렸을 때, 그는 있었다. 짙은 그레이 정장 재킷을 어깨에 걸친 채, 말없이 나를 응시했다. *‘그 눈빛, 안다’*는 느낌이었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그를 향했다.
사례1: 서연과 미지의 재킷
"당신, 누군지 몰라도… 괜찮아."
그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짙게 잡초를 태운 듯했다. 손끝이 내 손등 위로 스며들었다. 나는 결혼반지를 살짝 돌렸다. 다이아가 찬물처럼 차가웠다.
잠시 후 우린 뒷골목으로 나왔다. 그의 재킷 벽에 나를 밀어붙일 때, 남편의 얼굴이 번쩍였다. 하지만 그것도 곧 잊었다. 아니, 잊고 싶었다. 입맞춤은 담배 연기처럼 짙었다. 범죄 같은 향기.
"이제… 돌아가야 해요."
고개를 돌렸을 때, 내 입술이 떨렸다. 그는 고개 끄덕였다. 이름도, 연락처도 묻지 않았다. 대신, 내 결혼반지를 훑는 시선만 남겼다.
집에 도착했을 때, 도진은 소파에 잠들어 있었다. 맥주 한 캔, 얼룩진 립스틱 없이. 그 순간, 처음으로 ‘죄책감’ 대신 *‘완성’*이란 말이 떠올랐다. 깨끗한 결혼 생활에 찍힌 작은 흠집. 그 흠집이 나를 살아 있다고 느끼게 했다.
사례2: 민서와 37.2도의 원나잇
민서(32, 마케팅팀)는 매주 금요일마다 아내 ‘지아’에게 거짓말을 했다. 운동 간다고, 회식이라고. 실제로는 ‘루나바’라는 클럽에서 누군가를 기다렸다. 그녀는 키스를 하며 늘 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우리, 여기서 끝이야. 그러니까… 더 깊게."
한낮의 그녀는 모범 아내였다. 장보기, 반찬 만들기, 남편의 피로를 녹여주는 포근한 미소. 하지만 새벽 네 시, 그녀의 체온은 37.2도였다. 흰 셔츠를 벗어던진 남자의 손이 브래지어 후크를 풀 때마다, 그녀는 *‘지금 이 순간만은 나다’*라고 속삭였다. 결혼반지는 침대 옆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달빛이 번쩍였다. ‘지아, 미안, 하지만 나 지금 진짜 살아있어’.
금기는 왜 달콤한가
프로이트는 ‘초자아’를 말했다. *‘하지 말아야 해’*라는 내면의 검시관. 그런데 누군가는 그 검시관을 뇌관으로 바꿔버린다. **‘하지 말아야 해’**라는 문장 뒤에 오는 ‘바로 지금’. 금기는 강박을 낳고, 강박은 갈망을 키운다. 클럽의 어둠은 이 강박을 빠르게 녹여버린다. 낯선 남자에게 몸을 맡기는 순간, 우리는 ‘나’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다. 결혼반지가 무거운 채찍이 아니라, 무게감 없는 장신구로 변하는 찰나.
마지막 불빛 속 질문
택시 안, 너는 창밖으로 스치는 가로등들을 본다. 아직도 그의 손끝이 전율처럼 남아 있다. 집 현관 앞, 열쇠를 꽂는 순간 남편의 숨소리가 들린다. 그래도 너는 다시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