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그림자가 아내의 입술을 먼저 건드렸다

새벽 2시 17분, 몰래 설치한 CCTV에 포착된 여자의 손가락이 아내의 턱선을 따라 흘렀다. 그날 이후 나는 ‘그림자’라 불리는 존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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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가 아내의 입술을 먼저 건드렸다

그녀가 우리 집 현관 앞에 선 시각은 새벽 2시 17분. 아내의 머리카락 한 올이 여자의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져 떨어졌다. 문이 열리며 스르륵. 형광등 아래 두 그림자가 겹쳤다.

여자의 손이 아내의 아래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 손바닥이 피부에 닿는 부분만 떨어져 있던 거리, 숨결이 닿으면서 살짝 꺾이는 순간. HD 화질의 CCTV는 그 미세한 떨림까지 놓치지 않았다.

아내가 눈을 감았다. 여자는 아내의 속눈썹 위로 손가락 끝을 스쳤다. 손끝이 떨어지자마자 아내는 눈을 떴다. 그 눈빛은 나에게서는 오랫동안 볼 수 없던 것이었다.


그건 계획된 일이 아니었다.

나는 레드와인 두 병이 사라진 것과 커피잔에 남은 입술 자국 때문에, 몰래 설치한 CCTV를 확인하려던 것뿐이었다. 화면 속 여자는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을 흔들었다. 손뜨검으로 렌즈를 가리켰다.

"그 사람은 널 가둔다. 네가 밖으로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해."

여자의 목소리는 창밖에서 들려오는 빗소리처럼 촉촉했다. 아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눈빛, 사랑에 취한 사람의 눈빛. 그 눈빛을 나도 한때 아내에게서 받았다는 사실이 뼈를 파고들었다.


그림자는 누구의 것인가.

CCTV를 더 뒤졌다. 여자는 항상 밤에 왔다. 아내가 나를 설득해 늦게까지 자지 않게 만들었다. "오늘은 너무 피곤해, 먼저 자자."

그리고 30분 뒤. 현관문 스마트키가 울렸다. 여자는 들어와서 아내의 손목을 잡고 거실 소파로 걸어갔다. 와인을 따르고, 피아노 건너편에 앉아 나의 사진을 내려놓았다.

여자의 손이 아내의 손등 위에 올라갔다. 손가락이 손가락 사이로 들어가는 순간, 아내가 손을 뒤집었다. 두 손이 맞닿는 부분에서 피부가 붉게 물들었다.

그녀는 내가 있는 곳에서 나를 지웠다.


여자의 숨결이 아내의 귀에 닿았다. 아내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가 펴졌다. 여자의 손이 아내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아내의 목뒤를 어루만졌다. 손끝이 목덜미를 지나 어깨로 내려가는 순간, 아내가 숨을 삼켰다.

나는 화면을 확대했다. 여자의 손톱이 아내의 피부 위로 미끄러지는 궤적이 선명했다. 손톱이 피부를 훑는 듯, 그러나 닿지 않는 듯한 거리. 그 미묘한 간극이 오히려 더 선명했다.


우리는 모두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에서 스스로를 구원자로, 상대를 그림자로 만든다.

아내는 나에게서 자유를 얻기 위해 여자를 선택했다. 나는 아내를 잃지 않기 위해 여자를 그림자로 만들었다. 그런데 정작 두려운 건, 그 여자가 정말로 아내에게 더 나은 선택이었다는 가능성이다.

나는 아내가 웃는 모습이 그토록 오랜만이었다는 걸, CCTV 화소 속에서 발견했다. 여자의 손이 아내의 뺨을 어루만질 때, 아내가 눈을 감고 미소 지었다. 그 미소가 나에게서는 오랫동안 사라져 있던 것이었다.


오늘 아침, 아내는 짐을 쌌다. 여자의 차가 아파트 앞에 멈췄다. 아내가 문을 나서기 전, 나에게 말했다.

"미안해. 하지만 나는 네가 생각하는 그림자가 아니야. 그냥… 내가 사랑에 빠진 사람일 뿐이야."

문이 닫혔다. 복도가 조용해졌다. 나는 아직도 CCTV를 켜놓고 있다. 화면은 검은색이다. 하지만 나는 계속 본다. 그 검은 화면 속에서, 나는 아직도 무언가를 찾고 있다.

당신이라면, 누군가를 사랑에 빠지게 한 그 순간을… 정말로 그림자라고 부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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