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7년 전 그의 체취가 다시 온 건, 나를 떠났다는 말이었어

갑작스러운 재회와 2개월 뒤 남긴 말 없는 공백. 우리가 다시 붙잡고 싶은 건 상대일까, 아니면 실종된 나일까.

재회침묵집착기억
7년 전 그의 체취가 다시 온 건, 나를 떠났다는 말이었어

“주말에 보는 거 어때?”

그 한 마디가 카톡방에 떨어진 건 7년 만이었다. 이유 없이 흐릿해지다 만, 아직도 때때로 목끝에서 맴도는 이름이었다. 나는 회의 중이었고, 핸드폰을 뒤집어 놓은 채 발가락을 움직였다. 떨렸다. 떨리는 게 아니라, 몸이 기억했다. 2017년 3월, 그의 손등이 내 손등을 스친 순간을.


손끝에 남은 이름

우리는 2년 동안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지만 알고 있어’의 온도를 유지했다. 키스는 했고, 격렬한 밤도 몇 번 있었지만 둘 다 관계의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그는 어느 날 유학 간다며, 아무 말 없이 사라졌다. 카톡 프로필은 ‘완전히 지워졌다’가 아니라, 더 무서운 방식이었다. 계속 온라인이었지만 대화방에선 끝까지 ‘읽음’ 표시가 생기지 않았다. 읽지 않은 채 살아있는 메시지. 그게 7년 동안 내 안에 남아 있었다.


돌아온 이유 따윈 없어

그가 보낸 메시지는 5월의 어느 밤이었다. 강남역 부근 술집, 우리는 처음 만난 그 곳으로 갔다. ‘왜 이제야?’라는 말은 차마 못 꺼냈다. 대신 그는 말했다.

술 한잔 하려고 했어.
그냥 술?
…그냥.

손에 드라이 마티니, 등 뒤로 오래된 재즈가 흘렀다. 우리는 예전처럼 어색한 농담을 주고받았다. 그의 눈매는 낯설고도 익숙했다. ‘이 사람도 나를 떠올리며 지냈을까.’ 그 생각에 목끝이 달아올랐다. 손끝에서 눈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또 시작하는 걸까, 아니면 끝나지 않은 걸까.


두 달, 모든 장면은 데자뷰

그 뒤로 우리는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났다. 익숙한 패턴이었다. 불금 저녁, 술집 뒷좌석, 그리고 각자의 집. 키스할 때마다 눈을 감으면 시간이 2017년 3월로 돌아가는 착각이 들었다. 그는 여전히 내 귀에 말했다.

너 밖에 안 떠올려.

나는 그 말을 믿고 싶었다. 그리고 동시에 그 말을 믿지 않으려 애썼다. 7년 전 나를 버린 사람이, 다시 2개월만 보고 또 사라질 것만 같았다.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가 돌아온 건 사랑 때문이 아니라, 무언의 핑계 때문이라는 걸.


다시 잠적된 밤

7월 12일, 새벽 2시 17분. 카톡방에 마지막으로 ‘지금 출발’이라는 문장이 찍혔다. 그 뒤로는 아무것도 오지 않았다. 전화기는 조용했다. 나는 새벽 내내 창밖을 봤다. ‘이번엔 내가 먼저 연락하면 안 돼’라고 다짐했다. 7년 전에도 그랬다. 한 달, 두 달, 세 달… 그는 ‘읽지 않음’으로 남아 있었다.

나는 그의 침묵을 해석하기 시작했다. 혹시 아프다거나, 혹시 가족 문제거나, 혹시 나 때문은 아니겠지. 혹시는 자꾸 퍼즐처럼 커졌다. ‘연락이 끊긴 건 내가 잘못했을까.’ 돌아보면 늘 그랬다. 상대의 빈자리를 내 결함으로 채우는 습관. 사실은 내가 아니라, 그의 방식이었다. 사라지는 걸 미덕으로 여기는 사람.


왜 우리는 다시 잡고 싶을까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과거의 미완결 감정은 뇌를 ‘오픈 루프’로 만든다고.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끝나지 않은 대화는 머릿속에서 계속 재생된다고. 그래서 우리는 다시 돌아온다. 상대를 찾는 게 아니라, 끝내지 못한 나를 찾아서.

그 2개월은 사실 7년 전의 나를 위한 시간이었다. 그를 다시 품에 안는 순간, 나는 결국 과거의 나를 안고 있었다. 입맞춤 속에서 27살의 나를, 울먹이던 나를, 사랑한다 말하지 못했던 나를. 돌아온 건 그가 아니라, 내 안의 유령이었다.


마지막으로 묻는다. 당신도, 지금 문득 ‘왜?’라고 되묻는 침묵 하나쯤 품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그 침묵이, 다시 당신의 입술 위에 올라와 닿기를 바라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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