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7년차 연인, 휴가에서 다른 여자와 잤다…아직 그녀는 알지 못한다

모든 게 완벽해 보이던 7년 차 커플. 휴가 뒤로 미묘하게 달라진 그의 눈빛과, 여전히 몰랐던 그녀의 믿음. 불륜은 어떻게 침묵으로 뒤덮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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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샤워 먼저 할게. 너무 덥더라."

무인도 리조트의 직사광선이 내리쬐던 오후. 29도 수영장 물결 위로 흩날리던 수박 향과, 굳게 닫힌 유리문 너머 들려오던 그녀의 웃음소리. 이두훈은 수영복 바지 옆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꺼냈다를 반복하다, 결국 핸드폰을 수건 아래 깊이 묻었다.


땀과 침묵 사이의 4박 5일

잠실에서 떠나기 전부터 그는 알고 있었다. 유리, 여자친구,는 7년째 한 번도 의심해본 적 없는 눈빛으로 휴가 계획을 좋아했다. 체크리스트를 외우듯 ‘맛집-포토스팟-선셋바’를 읊조리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두훈은 반대편 좌석에 앉아 ‘혹시 만날까?’라는 카카오톡을 한 명에게만 남겼다.

수영장 바에서 마주친 그녀—흰 비키니와 새빨간 스트로 햇. 이름은 지수였고, ‘우연히’ 같은 리조트였다. 우연이라고 해도 될까? 투명한 칵테일 잔 너머로 마주친 시선은, 서로의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낀 반지를 스쳤다 가만히 떨어졌다.

두 번째 밤, 유리는 해변 파티에 먼저 합류했다. “나는 술이 약해서…”라던 변명은 이제 그녀도 알고 있었다. 이두훈은 리조트 뒷길로 걸었다. 지수는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열대 나무 그늘 아래, 맥주 캔이 땀으로 미끌거렸다. 키스는 불쑥, 그러나 익숙한 듯 다가왔다. 우리는 단지 덥고, 바람이 불고, 그래서 이게 맞는 거라고 합리화했다.


귀국 이후, 방 안의 코끼리

인천 공항을 벗어나 택시 뒷좌석에 앉은 순간, 이두훈은 본능적으로 한 손으로 유리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카카오톡 대화방을 삭제했다. ‘지수’라는 이름이 사라진 화면을 보며, 문득 식은 땀이 목뒤로 흘렀다.

‘만약 걸린다면? 아니, 이제부터는 안 만난다면?’

집에 도착하자마자 유리는 여행 사진들을 노트북에 백업했다. 그녀는 “우리 올해도 잘 놀았다”라고 말했고, 이두훈은 “응”이라 답했다. 그 반응은 굳은살처럼 둔해졌다. 침대에 누워 유리가 잠든 뒤, 그는 화장실에서 47초간 거울을 바라봤다. 그 속의 자신은 귀국 피로인지, 아니면 죄책감인지 알 수 없는 붉은 눈을 하고 있었다.


너는 왜 아직도 못 느끼니

서른두 살 재활치료사 김유리는 매주 수요일 오후, 강남의 한 카페에서 동기를 만난다. 그날도 친구가 던진 말이 있었다.

“우린 봤어, 휴가 때. 네 남자가 여자랑 같이 있는 거.”

유리는 잠시 카라멜 마끼아토를 입에 머금었다. 맛이 없어졌다. 그러나 고개를 저었다.

“그건 필라테스 강사였대. 현지인 섀도잉 체험이래.”

친구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유리는 화면이 꺼진 휴대폰을 보며, 알림이 울릴 때마다 가슴이 쿵 떨어지는 걸 느꼈다. 죄책감인지, 아니면 아직 몰라서인지.


금기의 단맛, 그리고 뒷맛

앞으로의 일요일마다 이두훈은 눈을 감고 그날의 지수를 떠올린다. 흰 비키니 위로 흐르는 물방울, 그녀의 숨소리, 달콤한 열대 과일 향이 섞인 땀. 머릿속에서야 자유고,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행동한다.

그러나 진짜 욕망은 회피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유리가 “밥 먹자”라 말할 때마다 “응”이라 답하고, 스마트폰 화면을 뒤집어 놓으며, 그녀의 머리카락 냄새를 맡는다. 7년이라는 무게가 만들어낸 무감각. 그 무게가 바로 보호막이 되어, 불륜을 일상으로 덮어버린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들키지 않으면 사실은 아무 일도 없다는, 그 끔찍한 진실을.


너는 언제까지 그녀의 눈을 피할 수 있을까

서랍 속 여권 위로 먼지가 살짝 쌓였다. 유리는 아직도 휴가 사진을 꺼내 보며 “내년엔 발리 가자”라 말한다. 이두훈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주섬주섬 칫솔을 집어든다. 거울 속 자신이 묻는다.

너는 지금 누구에게 숨고 있니? 그녀에게, 아니면 네가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는 사실에게?

침실 문 너머, 유리가 잠든 숨소리가 들린다. 침묵은 길고, 밤은 깊다. 너의 휴가는 끝났지만, 불륜의 후미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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