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그녀의 향기가 독이 되던 새벽 3시 18분

당신이 사랑의 시체를 품고 있음을 코 끝이 먼저 알아챘다. 후각이 가장 먼저 감지하는 배신, 그리고 그 냄새가 사라지는 순간의 고통.

후각배신이별관계의 온도

문을 두드리는 첫 향기

지하철 4호선 막차. 지훈은 문에 기댄 채 유리 너머 어둠에 얼굴을 비췄다. 흔들리는 전광판이 05:47이라 찍었다. 갑자기 후두에 닿은 머리카락, 미끈한 실크가 아니라 축축한 풀잎처럼 손끝에 달라붙었다.

라벤더는 언제 썩었지.

그녀의 숨결이 목뒤를 간질 때, 지훈은 혀끝에서 철쭉 같은 신맛을 느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이 냄새에 취해 종점까지 가곤 했는데, 오늘은 차장 문이 열리자마자 뛰쳐나가고 싶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봤다. 터널 너머로 비친 그녀의 얼굴은 낯설었다.

"너 머리 감았어?"

그녀가 말했다. 지훈은 대답 대신 침을 삼켰다. 손끝에 닿은 머리카락은 샴푸 향 아래에서 흙냄새를 뿜었다. 누가 묻혔을까. 아니, 언제부터였을까.


기억 속 부패

사람들은 연인의 냄새를 사랑한다고 착각한다. 사실 우리가 사랑하는 건 기억 속에 필터링된 향기다. 첫 키스의 맥주 잔냄새, 봄밤의 피어싱 알코올, 이불 속의 땀. 시간이 지나면 그 모든 게 달콤하게 변한다.

하지만 매일 밤 맡는 숨결은 기억 속 향기가 아니다. 그건 냉장고에 박힌 살아 있는 숨결이다. 어제까지는 익숙했던 옷이 오늘은 낯설게 느껴지는 것처럼, 단, 옷은 벗을 수 있지만 향기는 벗을 수 없다.


새벽 03:18의 불쾌감

서울 노량진 원룸. 다혜는 거울 앞에서 머리를 만지작거렸다. 샴푸를 하고 나온 지 두 시간째, 그러나 머리에선 여전히 끈끈한 불쾌감이 떠나질 않았다. 화장실 바닥엔 아직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가 나를 안을 때 얼굴을 찌푸렸어.

한 달 전만 해도 그는 다혜의 머리카락을 맡으며 "너는 체취가 없어서 좋아"라고 속삭였다.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 것이 깨끗함이라고 굳게 믿던 다혜였다. 그런데 그날 밤, 그가 돌아서는 순간, 그녀는 자신의 목덜미에서 진득한 냄새를 맡았다. 누군가가 그녀의 몸에 숨어서 킁킁거리는 듯한 느낌.

다혜는 샤워를 다시 했다. 샴푸 두 번, 바디워시 세 번. 물이 차가워질 때까지. 그래도 향기는 지워지지 않았다.

"너 요즘 뭘 먹었어?"

그가 물었다. 다혜는 대답 대신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그녀도 몰랐다. 단지 그가 나를 안을 때마다 숨을 멈추는 것이 느껴질 뿐이었다.


향수 뒤의 그림자

「나는 그녀의 냄새가 싫어진 게 아니야. 나는 그녀의 새 향기를 싫어하는 거야.」

준호는 친구와 한낮 클라이언트 카페에서 말했다. 점심 12시 47분, 스피컈에서 흘러나오는 재즈 피아노가 유리창을 진동시켰다.

그녀가 새로 바꾼 향수. 처음 맡았을 땐 신선한 머스크 같았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코를 찌르는 악취로 변했다.

「그건 네가 그녀를 의심하기 시작한 향수야.」

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향수를 새로 시작한 회사 동아리에서 받았다고 했다. 동아리 회장이 여자라고도 했다. 하지만 준호는 향수 뒤에서 남자의 냄새를 맡았다. 뜨거운 피부, 담배 한 모금, 그리고 몸이 섞인 뒤의 오염된 공기.

준호는 그녀를 안을 때마다 그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향기가 그녀에게서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냄새는 점점 더 강해졌다.

"너 향수 바꿨어?"

준호가 물었다.

"아니, 왜?"

준호는 대답 대신 그녀의 목덜미를 맡았다. 그곳에서 풍기는 건 향수가 아니라 낯선 사람의 체취였다.


숨결이 녹는 순간

지훈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마지막으로 맡았다. 샴푸 향 아래에서 풍기던 흙냄새는 사라졌다. 대신 피어싱 알코올 냄새가 났다.

"왜?"

지훈이 물었다.

"그냥."

그녀가 대답했다. 지훈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놓았다. 그리고 그녀의 향기를 마지막으로 맡았다.

그건 더 이상 그녀의 향기가 아니었다.

지훈은 그녀의 향기가 싫어진 이유를 알았다. 그건 그녀가 더 이상 그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향기의 고해성사

후각은 가장 오래된 감각이다. 태어나기 전 엄마의 냄새를 먼저 맡고 울었다. 그래서 우리는 냄새를 통해 누군가를 가장 깊이 인식한다. 또한 냄새를 통해 가장 깊이 배신한다.

연인의 향기가 변하면 우리는 그들의 몸에 대한 권리를 상실한 것이다. 우리가 맡은 향기는 그들의 몸에 대한 증거다. 그리고 그 증거가 변하면, 우리는 그들의 몸을 잃어버린 것이다.

당신이 연인의 향기가 싫어진 순간, 당신은 이미 사랑의 시체를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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