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이혼녀의 거친 손길, 한 번 맛본 후에 중독됐다

금이 간 반지 자국만 남은 손끝, 그녀는 더는 속지 않으려 했지만 나는 이미 그 불길에 홀려버렸다. 불타버린 결혼의 잔해 위에서 피어오른 ‘끝난 사랑의 온도’에 중독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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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녀의 거친 손길, 한 번 맛본 후에 중독됐다

“손, 떼세요. 제가 뭐, 길 잃은 강아지라도 되나요?”

주희가 피식 웃으며 내 손등을 쳐 냈다. 동시에 그녀의 손바닥이 내 팔끝을 스쳤다. 거칠다 못해 스산한 느낌, 모래바닥 같은 치밀한 살결.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한 사람의 과거가 손가락 끝에 남는다는 걸.


네 번째 회식, 첫 번째 불빛

회식 끝에 술집 골목을 헤매다 들어간 가게였다. **‘나쁜 결혼’**이라는 이름의 포장마차. 주희는 그곳 단골이었다. 혼자.

  • “혼자 오는 게 편해요. 아무도 묻지 않으니까.”
  • “뭐를요?”
  • “왜 떨어졌는지, 아직도 미치도록 아프지는 않은지.”

그녀는 잔을 기울일 때마다 손등에 새겨진 반지 자국을 문지르는 습관이 있었다. 12년 차 부부였다더니, 헤어진 지는 채 9개월. 금이 가버린 반지 자국만 남은 손끝이 나를 찔렀다.


손끝의 지문

결혼한다는 건, 자신의 손끝 전부를 내맡기는 일 같은 거라 했던가. 주희의 전남편은 영화 촬영감독이었다. 매일 새벽마다 집으로 돌아와 그녀의 이마, 어깨, 손등에 지문을 찍어댔다.

‘혹시 내가 돌아왔다는 걸 잊어버릴까 봐.’

그 지문은, 결국 다른 여자의 목덜미 위에서도 똑같이 찍혀 있었다. 주희는 한동안 문 앞을 지나칠 때마다 발걸음을 뒤로 뺐다. 문 손잡이를 잡는 순간, 자신의 몸 위에 남겨진 지문이 번쩍이는 환청이 들렸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이제 손을 툭툭 던지듯 내밀었다. 만지거나 잡히는 걸 거부했다. ‘이번엔 내가 먼저 떠날 테니까 네가 움켜잡지 마.’


두 남자의 위험한 동시접속

사례 1) 준혁(39, 은행원)

준혁은 아내와 사별한 지 2년 차였다. 아이들이 잠든 뒤, 그는 주희가 운영하는 와인바 문을 열었다. 주희는 계산대에 서 있었는데, 준혁의 지갑을 건네받으며 손가락으로 조용히 세 번 톡톡 두드렸다.

  • “오늘은 뭘 죽이고 싶어요?”
  • “죄송해요?”
  • “아니, 오늘 하루를요.”

준혁은 그날 밤 침대 머리맡에 놓인 사별한 아내의 사진을 뒤집었다. 왜냐하면, 주희의 거친 손끝이 그를 단지 반쯤 웃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진 속 아내는 선하게 웃고 있었지만, 준혁의 손등 위로는 주희의 지문이 아직 화끈했다.

사례 2) 성우(42, 고등학교 교사)

성우는 아내와 10년째 베란다를 건너 앉는 사이였다. 월요일마다 도서관 앞을 지나치는 길에 주희를 마주쳤다. 그녀는 항상 검은색 장갑을 끼고 있었다. 어느 날 빗방울이 흩날리자 주희가 장갑을 벗었다.

  • “장갑 사이로 빗물이 스며드는 게 더 시려서요.”

성우는 그녀의 맨손을 본 순간 숨이 멎었다. 무릎까지 이어진 긴 흉터, 결혼반지 착용 부위의 흰 살갗. 그 흔적이 마치 내일의 나를 향한 경고 같았다. 그날 이후 성우는 아내의 손을 잡지 못했다. 너무 매끄러운 손끝이 오히려 불안했던 것이다.


왜 우리는 끌릴까

이혼녀의 손끝엔 세 가지 냄새가 남는다. ‘신음’, ‘질려버린 눈빛’, ‘다신 믿지 않겠다는 각오’. 우리가 그 손을 잡는 순간, 사실은 자신의 결혼이 얼마나 연약한지를 확인하려는 심리다.

‘저 여자는 이미 깨졌는데, 나는 아직 멀쩡하다.’

거짓 자신감이야. 주희의 전남편 지문은 사실 우리 모두의 손끝에도 언젠가 남을 운명이니까.

또 다른 욕망은 복수심이다. 내 아내, 내 남편에게서 느끼지 못한 불안을, 누군가의 불안한 과거를 마주함으로써 대리만족한다. 끝장난 사랑을 다시 내 손으로 부수고 싶은, 잔인한 욕망.


문을 나서며

그날 이후 나는 다시 그 포장마차에 가지 못했다. 다만, 문득 아내의 손등을 볼 때마다 주희의 거친 손끝이 스친다. 아내는 모른다. 내가 한 번 맛본 후에 **‘끝난 사랑의 온도’**에 중독됐다는 걸.

너는 지금, 내 손등에 남은 지문이 누구의 것인지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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