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거절당한 그날 밤, 남편이 찾은 또 다른 여자의 몸

아내가 문 앞에서 거절한 밤, 남편은 옛 동아리 후배의 몸에서 위로를 구했다. 그러나 그의 욕망은 새로운 몸 위에서 오히려 부재를 확인했다.

금기욕망배신자기증식이중생활

"오늘은 안 돼"

밤 11시 47분. 현관문 앞에서 서현이 입을 내밀며 한마디 던졌다.

오늘은 안 돼.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남편 민우의 가슴에 쿵 하고 박혔다. 12년을 함께한 아내가 그에게서 거리를 두는 순간. 그의 손에는 흰색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안에는 서현이 좋아하는 딸기 생크림 케이크와, 아내 몰래 산 화이트 와인 한 병.

그는 쇼핑백을 현관 옆 쓰레기통에 그대로 버렸다. 케이크 상자가 뚜껑이 열리면서 생크림이 검은 비닐봉지를 더럽혔다.


욕망의 형태

왜 그녀는 거절했을까. 하고 싶지 않아서? 아니면 내가 하고 싶어서?

민우가 걸어간 곳은 단골 포차가 아니었다. 2호선 성수역 4번 출구, 골목 끝의 모텔. 그곳에서 그는 결혼 5년 차인 유진을 만났다. 유진은 민우의 옛 동아리 후배였다. 얼굴은 닮았지만 서현과는 전혀 다른 냄새가 났다.

나는 거절당한 게 아니라 선택한 거야.

그녀의 문 앞에서 선택한 거야.

다른 몸, 다른 냄새, 다른 소리.


두 개의 침대, 두 개의 진실

사례 1. 아내 서현의 기록

서현은 민우가 모르는 노트 하나를 갖고 있었다. 2023년 3월 12일자.

오늘 민우가 오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몸이 무거웠다. 아이를 잃은 지 열흘이 지났는데, 그는 아직도 아무 말이 없다. 그냥 덮어쓰고 싶은 것처럼 행동한다. 나는 그의 손길이 두려웠다. 내 몸이 아직도 피가 난다. 생리가 아니라, 실종된 아이의 혈흔처럼.

그녀는 현관문을 닫고 울었다. 민우가 가져온 케이크를 버린 건, 그녀도 알고 있었다. 아내는 남편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말했다.

저 사람도 나를 버리는구나. 이제는 케이크도.

사례 2. 유진의 기록

같은 시각. 모텔 304호.

유진은 샤워를 하고 나왔다. 민우는 침대에 앉아 조용히 와인을 따르고 있었다. 그녀는 민우의 왼쪽 팔에 있는 흉터를 보았다. 대학 시절, 그녀가 술에 취해 넘어질 때 민우가 받은 흉터였다.

언니, 그때 왜 그랬어요? 유진이 속삭였다.

민우는 대답 대신 유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의 몸을 확인했다. 유진은 민우의 반지 자국을 느꼈다. 서현이 끼워준 결혼반지가 아직도 자국을 남기고 있었다.

너는 그녀 대신이야.

아니야, 나는 그녀를 대신해주는 거야.


금기의 심리학

거절당한 후 우리는 왜 다른 몸을 찾는가. 심리학자 하비어 페르난데스는 이를 자기증식적 보복이라 부른다. 상대의 거절이 나의 욕망을 무효화시켰을 때, 우리는 다른 대상을 통해 그 무효를 재확인한다.

나는 여전히 누군가를 원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나는 아직 버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에는 역설이 있다. 새로운 몸은 결국 옛 몸의 부재를 확인시켜준다. 유진의 몸에서 민우는 서현의 부재를 확인했다. 서현의 부재는 민우의 부재를 의미했다. 그래서 그는 유진의 몸 위에서 눈을 감았다. 눈을 감아야만 서현의 몸을 기억할 수 있었다.

금기는 이런 식으로 작동한다. 우리는 금기를 깨뜨릴 때만 비로소 금기의 무게를 안다. 민우가 유진의 몸을 품을 때, 그는 서현의 몸을 그리워했다. 그리워한다는 것은 상실을 확인하는 일이었다.


마지막 질문

그날 밤, 민우가 유진의 몸에 있을 때 서현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그녀는 침대 시트를 갈았다. 아이가 없는 침대 위에서 피는 나지 않았다. 그녀는 새 시트를 깔고, 민우가 돌아올 자리를 비워두었다.

그 빈 자리가 바로 민우가 찾은 것이다.

너는 지금 누구의 몸을 그리워하며, 또 다른 몸을 품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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