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착륙하자마자 죽자던 남자가 사라졌다

비행기 안에서 나눈 13시간의 치명적 유혹, 그리고 냉장고처럼 차가운 두 줄짜리 문자. 떨어지는 순간 끝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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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륙하자마자 죽자던 남자가 사라졌다

0. 기내식 나오기 15분 전, 내 무릎 위로 온 그의 손

인천공항 제2터미널, 게이트 249. 새벽 2시 47분, 싱가포르행 보잉 777이 드디어 이륙 준비 중이라고 복도 스피커가 흔들렸다. 좁은 이코노미석, 그의 엉덩이가 내 왼쪽 허벅지를 스칠 때 나는 눈을 감았다. 하얀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팔뚝에 푸른 정맥이 빳빳하게 솟았다.

이건 단순한 좌석 배치가 아니야. 13시간 25분, 지구 반 바퀴를 한 번에 넘기는 동안 우리는 눈을 맞추지 않았다. 대신 팔꿈치로, 무릎으로, 가끔은 발끝으로 말했다. 기내식 나올 때 손이 스치는 걸 계산하며, 담요 받아줄 때 손등에 살짝 닿는 온도를 몰래 쟀다. 그가 화장실 간 사이, 그가 앉던 자리에 남은 체온이 내게 흘러들었다.


1. 화장실 앞, 비행기가 흔들릴 때마다 부딪히는 어깨

복도 불빛 하나, 좁아서 숨이 막히는 공간.

"여기서 죽어도 될 것 같아요." 그가 속삭였다. 복도 조명 아래 그의 눈동자가 초록색으로 빛났다. 이건 어디까지인가. 나도 모르게 떨고 있었는지, 그는 슬슬 내 허리를 잡았다. 흔들리는 비행기, 미끄러지는 비행기, 그리고 우리의 숨소리만이 귓전을 가득 채웠다.


2. 창이 국제공항, 현지시간 6시 18분, 착륙 충격이 가라앉자마자

他的手機이 울렸다. 문자였다. 그는 핸드폰을 보더니 이마를 찌푸렸다. 뭔가를 확인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를 봤다. 딱 한 번, 아주 짧게.

"죄송해요. 제가 좀 급한 일이 생겼어요." 그게 마지막 대사였다. 그는 내게 간단한 인사도 건네지 않고, 보딩 브리지를 빠르게 걸어 나갔다. 내가 짐 찾는 데 15분이 걸렸지만, 그는 이미 사라졌다. 수하물 수취대에 서 있던 나는, 그의 뒷모습을 찾다가 결국 포기했다.


3. 그날 밤, 나는 뭐를 기다렸을까

"혹시,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나는 그 문자를 쳤다. 그리고 보내지 않고, 그냥 보관했다. 그는 아마도 지금쯤 시카고든 런던이든, 다른 비행기를 타고 있을 거다. 다른 여자의 팔꿈치를 스치고, 다른 여자에게 같은 말을 속삭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4.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알았다

비행기 안은 공기 중독이었다. 낯선 냄새, 낯선 온도, 낯선 눈빛. 10킬로미터 위에서 우리의 이름은 사라지고, 몸만이 말했다. 착륙하는 순간, 그 이름은 되살아나면서 다시 차가운 현실이 되었다. 보름이 지났다. 나는 아직도 그날 밤의 체온을 잊지 못한다. 팔꿈치 안쪽, 그가 스쳤던 살결을 밤마다 만지작거린다. 뜨거웠던 허벅지, 떨렸던 숨소리, 복도 불빛 아래 초록빛 눈동자까지.

나는 그 사람을 원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날 밤의 욕망 자체를 원했던 것인지 정말로 아는가? 그리고 당신도, 누군가 당신을 하룻백 만에 버렸다면, 그 사람을 원했던 것인지, 아니면 그날 밤 비행기 안의 체온을 원했던 것인지, 정말로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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