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이건 진짜 너네 엄마 20대 때야?"
화면 속 남자의 목소리가 떨린다. 23층 사무실 복사기 앞에서 그녀의 손이 멈칫한다. 프린터에서 천천히 나오는 A4용지 위에는 1997년의 여자가 서있다. 흑백 사진 속 그녀의 눈빛이 마치 지금 이 순간을 노려보는 듯하다.
나는 이 사진을 숨겨야 할까, 공개해야 할까. 이건 단순한 옛 사진이 아니야.
그녀가 미소 지었던 순간의 온도
프린트 캐칭. 틱톡에서 3억 번 넘게 재생된 이 단어는 단순한 챌린지를 넘어선다. 복사기에서 뽑아낸 사진 하나, 그 위에 해시태그 하나. #PrintCatching #엄마청춘시절 #어두운내욕망
그러나 화면 너머로 보이는 것은 과거가 아니다.
이건 정확히 말해, 내가 가질 수 없는 것의 증거야.
나는 그녀의 20대, 내가 존재하지도 않았던 시간의 여자를 마주한다. 그녀의 눈동자 속에는 아직 나라는 사람의 흔적이 없다. 그것이 나를 미치게 한다.
두 개의 사연, 한 명의 사냥꾼
사연 1. 지수와 민재의 3:17AM
밤 3시 17분. 은평구 맥도날드 24시간 복사실에 민재가 있다. 그의 손에는 엄마의 대학 졸업앨범이 들려있다.
지수야, 됐어?
...
진짜 미안하다는 말도 안 해?
민재는 고개를 끄덕인다. 지수는 그의 전 여자친구였고, 현재는 그의 엄마의 제자다. 7년 전 민재는 지수에게서 들었었다. "너 엄마 예전에 진짜 핫했대. 우리 학교 선배들이 다 좋아했었나봐."
지수는 그 말을 한 뒤로 민재의 손을 잡지 않았다.
복사기가 윙- 하고 작동한다. 1994년의 김미정이 튀어나온다. 지금의 엄마와는 다른 눈빛. 아들이라는 것의 가능성조차 없던 시간.
민재는 휴대폰을 꺼내 영상을 찍기 시작한다. 댓글들이 쏟아진다.
[댓글] 이분 지금도 미모 미쳤겠네 ㅎㅎ [댓글] 엄마가 원피스 입고 있는 거 봐 ㅋㅋㅋ 완전 핫 [댓글] 저 여자분... 남편 누구세요? 궁금하네요
그 댓글 하나하나가 내 가슴을 찌른다.
사연 2. 혜진과 프린트 캐릭터
강남구 논현동. 혜진은 오후 2시, 사장님께서 점심 나간 틈을 타서 사내 복사실로 간다. 그녀의 손에는 아버지의 1989년 미군부대 사진이 들려있다.
그녀는 TikTok의 #PrintCharacterChallenge 참여 중이다. 80년대 풍의 필터를 씌운 프린트 사진을 올리고, 가상의 캐릭터를 만들어 덧붙이는 챌린지.
이름: 최상현 (1989년 미군 K-6 기지)
취미: 라이트월커에게 담배 사주기
특기: 당신의 엄마를 웃게 만드는 것
혜진은 이 캐릭터를 만드는 순간마다 몸이 뜨거워진다. 아버지가 아닌, 그저 한 남자로서의 이미지. 그녀는 이 가상의 남자에게 매일 밤 DM을 보낸다.
왜 우리는 과거의 그들을 사랑하는가
이 욕망은 어디서 오는가.
프린트 캐칭은 단순한 복고 유행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지금 이 순간도 출생하기 전에 죽어간 가능성들을 애도하는 방식이다.
심리학자 제레미 사프란은 이런 욕망을 temporal fetishism이라 부른다. 시간을 넘어 타인의 욕망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병리적 욕망.
우리는 부모의 청춘을 통해 자신이 존재하지 않았던 시간을 증명한다. 그리고 그 증명이 너무 선명할수록, 우리는 그 시간에 끼어들고 싶어한다.
그녀가 나를 낳기 전에 나를 사랑했을까?
이 질문은 결코 대답할 수 없다. 그러나 TikTok의 프린트 캐칭은 우리에게 허구의 답을 제공한다.
마지막 질문
당신은 지금, 과거의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 사랑이 당신의 현재를 조금씩 어둡게 만들고 있지 않은가.
당신의 휴대폰에 저장된 그 프린트 사진. 그것이 당신이 가질 수 없는 시간을 향한, 당신만의 은밀한 집착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