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울어?”
그녀가 물었다. 침대 옆 조명은 아직 꺼지지 않았고, 땀에 젖은 시트 위에 그의 눈꼽이 떨어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냥... 갑자기.
그는 고개를 돌렸다. 눈물이 코 끝으로 흘러내리는 게 민망했는지 손등으로 훔쳤다. 아직 포옹의 온기가 남아 있던 순간이었다. 그녀는 당황했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지만, 손을 뻗으면 뻗을수록 그의 어깨는 더 움츠러들었다. 몸이 닿은 자리가 차가워졌다.
울음 뒤에 숨겨진 것
눈물은 언제나 반전이다. 관계에서 남자는 ‘투사’의 위치에 서야 한다. 투사란, 상대를 관장하고, 리드를 하고, 끝까지 끌고 가는 존재. 그런데 눈물 한 방울이면 그 구도는 산산조각 난다. 그는 더 이상 ‘투사’가 아니라 ‘아이’로 돌변한다.
여기서 생기는 기묘한 쾌감. 연약함을 목격하는 순간, 서브가 된 기분.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다정한 말로 감싸지만 속으론 이 사람의 무기를 봤다는 사실이 설렌다. 언제든 눈물 한 방울만 흘리면 끝낼 수 있는 관계. 그건 너무 큰 권력이다.
지혜의 사연
지혜(31)는 지난겨울, 회사 동기 민재(32)와 첫 잠자리를 가졌다. 술은 거의 안 마셨고, 대화는 잦았으며, 그날은 그녀가 먼저 키스했다. 침대 위에서 민재는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몇 분 뒤, 그는 울었다.
죄송해요. 제가 너무 좋아서 그래요.
그 말은 믿기 어려웠다. 사랑한다는 말은 지금까지 수백 번 들어왔지만, 눈물로 말해선 처음이었다. 지혜는 순간적으로 돌아버릴 뻔했다.
민재는 좋은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그날 이후로 제가 변했어요. 민재는 눈물을 흘렸지만, 저는 그 눈물로 뭔가를 얻은 것 같았거든요. 그가 더 연약해지기를 바랐고, 그래서 제가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죠.
유진과 승호의 뒤집힌 나날
반면 유진(28)은 다르게 말한다. 그녀는 6개월 전, 승호(29)와 헤어졌다. 헤어진 이유는 단순했다. 섹스가 끝나면 승호가 늘 울었다. 처음엔 유진이 위로했지만, 세 번째부터는 짜증이 났다.
왜 자꾸 울어? 내가 뭘 잘못했어?
승호는 대답 대신 눈물만 흘렸다. 유진은 결국 물었다.
너 울면 나는 뭘 해야 하는 거야?
왜 우리는 이것에 끌리는가
그 이유는 단순하다. 우리는 눈물을 두려워하지만, 동시에 눈물을 갈구한다. 눈물은 권력 이동의 징후다. 남성이 울면, 관계의 주도권이 여성에게 넘어간다. 그 순간 여성은 나만 아는 약점을 획득한다. 상대를 조종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다.
심리학자들은 이걸 ‘비-침팬션 기쁨’이라 부른다. 타인의 고통에서 오는 쾌감은 금기이기 때문에 더 강렬해진다. 남자의 눈물은 금기를 깨는 행위이자, 동시에 금기를 재생산하는 도구다. 우리는 그 모순에 홀린다.
마지막 질문
침대 위에서 눈물 흘리는 남자를 당신은 사랑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 눈물로 그를 끝까지 지배하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