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심리연구소 사랑과 연애의 심리학

신혼 8개월, 완벽한 아침을 가장하는 그녀의 축축한 숨소리

SNS에 올리는 아침밥 사진은 여전히 완벽하지만, 침대 끝에서 스르륵 녹아내리는 그녀의 욕망은 더 이상 숨길 수 없다. 신혼 8개월차 부부의 침묵과 위장된 행복을 날것 그대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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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냉장고 문을 닫으며 윤정의 목소리를 들었다.

감자는 왜 이렇게 썰었어? 네가 알잖아, 난 사각형이 싫어.

그녀는 유리접시 하나를 내려놓으며 미소 지었다. 하지만 눈빛이 아니었다. 미소 뒤에 깔린 피로가 뚜렷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했다가는 또 얼굴이 굳어질 테니까. 그래서 난 그냥 천천히 계란 프라이를 뒤집었다. 기름이 튀는 소리가 유일하게 살아 있는 듯했다.


사라진 체온이 묻은 침대

밤마다 우리는 한 침대에서도 서로 다른 시간대를 보냈다. 그녀는 네이버 시리즈를, 나는 유튜브 하이라이트를 틀었다.

오늘도 힘들었지?

응, 너도?

응.

대화는 여기서 끝. 그녀는 스마트폰을 도크에 올려놓고 눈을 감았다. 8개월 전만 해도 단 한 번의 숨결만으로도 서로의 몸이 반응하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그저 옆구리의 체온만 확인할 뿐이었다.

나는 조심스레 손끝을 그녀의 손등 위에 올렸다. 겨울 이불 아래에서 피부와 피부가 스치는 감각은 여전히 뜨거웠다. 그러나 그녀의 새까만 눈동자는 흔들리지 않았다. 잠시 떨던 속눈썹마저 잠에 취해 내려앉았다.

나는 손가락 하나를 움직여 그녀의 손목 안쪽으로 살짝 들어갔다. 맥박이 뛰고 있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그저 정상적인 맥박. 그 맥박이 내 손끝에 닿는 순간, 그녀는 아주 작은 한숨을 뱉었다. 그러나 이내 몸을 돌려 내 손을 자연스럽게 떨궜다. 거기서 끝이었다. 거절은 한숨이 아니라, 단 한 번의 몸짓으로 완성됐다.


완벽한 SNS와 부실한 현실

그녀의 인스타그램은 여전히 행복했다.

아침은 사랑으로 만든 #신혼요리 반찬이 5종류나 되는 건 남편을 위해서♡

사진 속 우리는 웃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녀는 접시를 정리하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진짜 사진 찍고 나면 먹는 거 별로잖아.

나는 그 말을 들었지만, 모른 척했다. 거실에 앉아서 나는 그녀가 혼자 뒷정리하는 모습을 힐끗거렸다. 세 번째 수저가 쌓일 때, 나는 그녀의 눈이 젖어 있는 걸 봤다. 그래도 걷어차듯 눈물을 닦았다. 그리고 다시 웃음을 지었다. 완벽한 아내로 다시 태어났다.


실화처럼 들리는 두 이야기

민서와 재혁, 29세/31세

민서는 매일 새벽 4시에 눈을 떴다. 시어머니가 올라온다는 날이면 더 일찍. 재혁은 그녀가 부엌에서 계란 후라이를 하나씩 뒤집는 소리를 들으며 다시 잠들었다.

어느 날 민서는 계란이 뒤집히는 순간 눈물이 떨어지는 걸 알았다. 또 실수했어, 굽기 싫은데 왜 굽고 있는 거야.

그날 아침, 재혁은 SNS에 올라온 아침상 사진에 하트를 눌렀다. 그게 전부였다. 그녀는 한 입도 먹지 않고 출근했다. 회사 화장실에서 토했다. 아침을. 그리고 결혼을.

수진과 도현, 27세/30세

수진은 어느 날 밤 도현의 다이어리를 발견했다. 누가 봐도 위장된 일기였다. 그 안에 적힌 건 그녀에 대한 불만이 아니었다.

오늘도 부인에게 화장실에서 7분, 거실에서 3분, 침대에서 0분을 보냈다. 그리고 혼자 43분을 보냈다.

수진은 그날 밤 도현이 잠든 뒤, 침대 끝에 걸터앉아 혼자 오줌을 쌌다. 조용히. 눈물이 아니라 오줌이었다. 속옷에 스며들어가는 따뜻함이 이상하게 위안이 되었다. 그녀는 그 옷을 그대로 입은 채 잠들었다. 아침에 도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냄새를 맡고, 말없이 세탁기에 넣었다. 그게 그들의 첫 번째 싸움도, 마지막 대화도 아니었다.


우리가 완벽에 중독되는 이유

결혼이라는 게임은 처음부터 불공평했다. 행복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우리는 그 답을 인터넷 검색창에 타이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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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알고리즘이 우리에게 던진 답은 단순했다. 더 많은 사랑표현, 더 많은 선물, 더 많은 사진.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은 거짓을 사고 있었다. 서로를 향한 애정이 아니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애정을 사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완벽한 아침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아침이 우리의 얼굴을 지웠다. 우리는 행복이라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그 마스크 뒤에 우리의 진짜 얼굴은 서서히 부패하고 있었다.


침대 끝에서 숨죽이는 그녀

새벽 2시 17분, 윤정은 침대 끝에 앉아 스르륵 속옷을 내린다. 조심스럽게, 소리 나지 않게. 방 안이 온전히 잠든 듯 고요하지만, 그녀는 남편의 숨소리가 너무 가까워 숨을 죽인다.

손가락 하나가 살짝 안으로 들어간다. 축축하다. 그러나 그 습기는 남편과의 기억이 아니라, 오늘 아침 부엌에서 우연히 마주친 배달원의 땀방울에서 시작되었다. 그 땀방울이 목뒤로 흘러내리는 장면이, 하루 종일 그녀의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손가락이 점점 빨라진다. 숨이 가늘어진다. 그녀는 입을 벌려 침을 삼키고, 다른 손으로는 이불 끝을 꼭 잡는다. 이불이 미세하게 떨린다. 그 떨림이 전부다. 7개월 만에 처음 맛보는 오르가즘은 침묵 속에서 터진다.

윤정은 한참 동안 그 자세로 머물렀다. 손가락은 아직 안에 있고, 숨은 조심스럽게 고르게. 그녀는 천천히 손을 뺐다. 그리고 그 손을 코에 가져가 살짝 맡았다. 약간의 젖은 천, 약간의 땀, 약간의 냄새. 그 냄새가 이상하게도 편안했다.

이불 속으로 들어가기 전, 윤정은 잠시 남편의 뺨을 바라봤다. 그는 여전히 무표정하게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입을 살짝 벌려 남편의 이름을 불렀다. 단 한 번, 그러나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준영아.

대답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다시 누워, 완벽한 아내로 돌아갔다. 아침 7시가 되면, SNS에 올릴 오늘의 아침상을 차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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