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진주야, 진짜야"
백화점 지하 주차장. 차 트렁크를 열고 난 뒤, 지환은 한 손으로 내 손목을 잡았다. 차가운 금속이 살덩어리를 스쳤다.
진주 팔찌였다. 7.5mm 홍콩 진주, 한 알에 30만 원 하는 거.
- 너한테는 딱 어울릴 것 같아서.
- 지금 뭐 하는 거야?
- 그냥. 선물이야.
차 안에 앉아 있는 나는 눈앞이 흐릿했다. 내 친구 수진의 남편이었다. 수진이 그토록 자랑하던 남편이, 내 손목에 이런 걸 채우고 있었다.
선물은 언제나 욕망의 봉투
거울 앞에서 팔찌를 흔들었다. 진주가 흔들릴 때마다 빛이 번쩍였다.
이건 단순한 선물이 아니야. 이건 침입이야. 너와 나 사이에 끼어든 거야.
선물은 늘 그래.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관계의 침투다. 누군가의 돈, 누군가의 선택, 누군가의 욕망이 내 몸에 닿는 순간.
수진이 이걸 보면 뭐라고 할까?
숨길까? 아니면 버릴까?
남의 남자에게 받은 선물 두 가지 이야기
첫 번째 이야기: 민지, 29세
"민지야, 이거."
카페 테라스. 민지의 친구 지아의 남자친구가 작은 상자를 내밀었다.
- 뭐야, 이게?
- 지아 생일 선물로 샀는데, 사이즈가 안 맞더라고. 너한테 주려고.
지아는 화장실에 간 사이였다. 민지는 상자를 열었다. 작은 다이아몬드 귀걸이. 0.3캐럿, G 색상, VS1.
- 이거 너무 비싼 거 아니야?
- 아니야, 그냥 작은 거야.
민지는 귀걸이를 착용했다. 귀 뒤에서 빛이 번쩍였다.
그날 이후 민지는 지아의 집에 갈 때마다 귀걸이를 뺐다. '사람들이 봤을 때 지아가 준 걸로 오해할까 봐'라고 말했다.
그러다 어느 날.
- 너 그 귀걸이 어디 갔어?
- 아, 분실했어. 미안.
민지는 귀걸이를 변기에 버렸다. 물을 내리면서 눈물이 났다. 왜 눈물이 났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두 번째 이야기: 유진, 34세
"여보세요?"
배달된 꽃다발. 99송이 붉은 장미.
- 누구세요?
- 선물이에요.
- 보낸 사람이요?
- 익명으로 하셨어요.
유진은 3일 후에 알았다. 친구의 남편이 보낸 거였다. 그 남편은 6개월 전, 유진과 한밤중에 한 번 키스했다.
- 미안해요, 실수였어요.
- 아니에요, 저도 잘못했어요.
꽃다발을 받았을 때, 유진은 그 남편에게 연락했다.
- 왜 이런 거 보내요?
- 그냥. 당신이 생각나서.
- 이러면 안 돼요.
- 알아요. 근데.
꽃다발은 서랍장 안에 숨겼다. 매일 밤 꺼내서 냄새를 맡았다. 3주 후, 유진은 친구와의 저녁 약속에 갔다.
- 우리 남편이 요즘 이상해.
- 뭐가요?
- 집에 꽃다발이 있는 거 있지. 내가 안 받았는데.
유진은 식은땀을 흘렸다.
금지된 과일의 달콤함
선물은 금기의 표식이다.
남의 것이야. 남의 남자야. 남의 사랑이야.
그런데 왜 우리는 그걸 받을까?
"받는 순간, 나는 특별해졌어. 친구보다 더 특별한 거야. 그가 나를 선택했다는 느낌."
심리학자들은 이걸 '경쟁적 동기'라고 부른다. 동일한 욕망의 대상을 두고 친구와 경쟁하는 본능.
그러나 더 깊은 것은 존재한다.
"친구의 남자에게 받은 선물은 친구를 해치는 권력이야. 나는 그녀보다 더 강력한 것을 가진 거야."
선물은 힘의 이동이다. 선물은 배신의 도장이다. 선물은 욕망의 봉인이다.
당신은 그걸 어떻게 할 거야?
문장 위에 팔찌를 내려놓는다.
밤새 뒤척였다.
버릴까? 숨길까? 돌려줄까?
친구의 남자에게서 받은 그 작은 것이, 당신의 손목을 옥죄고 있다.
당신은 그걸 어떻게 할 거야?
그리고 왜 아직도 간직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