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럼 너부터 시작하지 뭐. 가장 가까운 사람이니까."
그가 말했을 때 나는 어떤 대답을 했던가. 아마 그저 웃었을 것이다. 술잔을 돌리며. 이게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도 안 된 채. 하지만 그날 밤 민서가 올 때까지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짧은 치마를 입고 왔고, 형부라 부르던 그를 처음으로 이름으로 불렀다.
맨 처음 손이 닿은 곳
열린 관계. 단어는 멋지다. 서로를 믿는다는 뜻처럼 들린다. 하지만 실제로는 누가 먼저 상대를 가져가느냐의 전쟁이다.
우리는 규칙을 만들었다.
- 누구든 괜찮다
- 감정은 없다
- 보고식으로 하자
그런데 왜 첫 타깃은 민서였을까.
민서는 내 여동생이다. 3살 어린. 어릴 때부터 내가 입던 옷, 내가 하던 연애, 내가 떠난 남자들까지 흉내 냈던 아이. 그녀가 우리 집에 놀러왔을 때, 남펜스는 이미 계획하고 있었다는 듯이 말했다.
"민서랑은 편할 것 같아. 너랑 닮아서."
내가 닮은 것은 아니야. 내가 없는 부분을 빼앗고 싶은 거야.
그녀의 첫 숨소리
처음 있었던 건 금요일 밤이었다. 나는 거실에서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그들은 침실 문을 열어놓았다. 의도적으로.
"언니, 그냥 있는 거 맞지?"
민서의 목소리가 떨렸다. 하지만 그 떨림 속에는 어떤 흥분이 있었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발걸음 소리를 들었다. 옷이 벗겨지는 소리. 키스하는 소리. 그리고 민서가 "오빠"라고 부르는 소리.
나는 왜 일어나지 않았을까.
그날 밤 나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봤다. 옆방에서 들리는 소리 하나하나가 내 몸에 스며들었다. 가슴이 뜨거워졌다. 분노였는지 흥분이었는지 구분할 수 없었다.
희생의 축제
다음 날 아침, 민서는 부끄러운 듯 나를 바라봤다.
"미안해 언니. 정말 미안해."
그러나 그녀의 눈은 미안함보다는 도취에 가까웠다. 그날부터 민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우리 집에 왔다. 때로는 토요일까지 머물렀다.
나는 관찰자가 되었다. 내 방문을 살짝 열어두고 그들의 소리를 들었다. 이게 내가 원했던 것인가. 아니면 단지 상대가 민서라서 거부할 수 없었던 것인가.
한 번은 그가 민서의 목뒤에 키스하며 말했다.
"너는 네 언니랑은 다르네. 더... 순수해."
그 순간 나는 이해했다. 이건 단순한 열린 관계가 아니었다. 이건 수련회였다. 내가 민서에게서 빼앗았던 것들에 대한 복수.
욕망의 심리학
금기란 무엇인가. 지울수록 선명해지는 선이다.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남매간의 경쟁은 성적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특히 누나가 있는 남자는 그 여동생의 남편과 비교하게 된다고. 하지만 우리 경우는 반대였다.
나는 민서에게서 매번 뭔가를 빼앗아왔다. 놀이터 친구들, 첫 키스의 상대, 대학 선배. 그것이 내가 나를 증명하는 방법이었다. 그러니 이제 그녀가 내 남편을 가져간다는 것은.
놀랍게도 공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 같은 이야기들
준영(32)은 결혼 3년 만에 열린 관계를 제안했다. "처음에는 아내가 수줍어했죠. 그래서 제가 먼저 시작하자고 했어요." 그가 선택한 건 아내의 절친 혜진이었다. 결혼식 축가를 불러준 그녀. 첫번째 밤 이후 아내는 이틀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내는 내가 생각보다 더 아팠던 것 같아요."
서연(29)의 경우는 더 복잡했다. 그녀는 남편이 제안한 열린 관계에서 첫 파트너로 남동생의 대학 선배를 택했다. "복수심이었을까요?" 6개월 후 그 선배와 진짜 사랑에 빠졌다. "남펜스는 화냈죠. 그때서야 알았나 봐요. 열린 관계는 누구나 원하는 대로 열리는 게 아니라는 걸."
왜 우리는 여기에 머무는가
두 달이 지났을 때 나는 민서에게 말했다. "그만하자. 이제 됐잖아."
하지만 민서는 고개를 저었다. "이제 와서 어떻게 그만해요. 나도... 나도 이미."
그녀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그녀도 빠져들었다는 것을. 내가 뺏었던 것들을 되돌려받고 싶은 것처럼, 그녀도 이제는 내 것을 아예 가져버리고 싶어졌다.
남펜스는 더 이상 나를 바라보지 않았다. 민서를 볼 때만 눈이 살아났다. 그리고 나는.
나는 왜 아직도 여기 있는가.
마지막 질문
당신도 한번쯤 그런 적 없는가. 연애가 너무 평화로워서 무언가를 부숴 보고 싶은.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고통이, 알고 보면 달콤하다는 걸 깨닫는.
그리고 만약 그 때 누가 당신에게 말한다면. "첫 타깃은 당신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어도 괜찮을까요?"
그대로, 당신은 그 차가운 문 앞에서 얼마나 오래 서 있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