훅 — "이건 진짜 특별한 거거든"
나는 아직 그녀에게 이름조차 붙이지 않은 3주 차 관계의 대상에게만 줬던 것들이 있다.
지난 주말, 올림픽공원 근처 와인바에서였다. 나는 언제나처럼 먼저 도착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유리잔에 따르는 레드 와인의 붉은색이 조명에 반사되어 그녀의 뺨에 어리는 그 순간을 떠올리며.
또 오는구나. 이 새로운 떨림에 다시 돈과 시간과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첫사랑이 아닌 첫사랑.
그녀가 들어서며 처음 건넨 말이었다. 이거 진짜 특별한 거거든.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알았을까? 나는 그 말을 3년 넘게 만나온 내 여자친구에게는 결코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는 걸.
욕망의 해부 — 몸에 새겨진 첫 키스의 흔적
왜 우리는 새로운 연인에게만 그 특별함을 아낌없이 쏟아 붓는가? 그건 단순한 색다름 때문이 아니다. 이건 더 어두운, 더 깊은 심리적 투자의 문제다.
'이 사람에게는 내가 최고가 되어야 해. 그래야 이 관계가 영원히 첫 페이지에 머물러 있어.'
새 연인에게 주는 "특별한 것"은 사실은 상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나의 시간을 위한 것이다. 그녀가 아직 나를 똑바로 알지 못하는 이 순간, 나는 영원히 180도로 돌릴 수 없는 지점을 만들어 버린다. 그녀가 받아들일 수 없는 나의 어두운 면은 아직 보여주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이건 마치 초기의 순수한 나를 봉인하는 의식 같은 것이다.
실제 같은 이야기 — 지선과 미라의 두 개의 시계
지선의 시계 (2년 3개월)
지선은 내가 어떤 시계를 좋아하는지 몰랐다. 사실 나는 시계에 관심이 없었지만, 그녀가 "당신은 가죽 밴드가 어울릴 것 같아"라고 말한 첫 데이트 이후로, 나는 결코 가죽 밴드 시계를 차지 않았다. 그녀가 준 건 네가지니까. 같은 시계. 매년 생일마다.
나는 그것들을 서랍 깊은 곳에 넣어두었다. 그녀에게는 이 중 하나도 차지 않았다. "하나도 안 차고 다니냐"고 투덜대는 그녀에게 나는 대답했다. 나는 특별한 날에만 차려고 해.
그건 거짓말이었다. 나는 단지 그 시계를 차면 지선의 2년 3개월이 내 팔목에 달린다는 걸 알고 있었다.
미라의 시계 (17일)
미라를 처음 만난 것은 전시회에서였다. 그녀는 설치미술 작품 앞에서 시계를 보지 않고 있었다. 오후 5시 반.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던가요? 그녀는 아니라고 했지만, 그녀의 눈빛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나는 그날 바로 명품 시계를 주문했다. "특별한 우리만의 기념일"이라고 주문서에 적었다. 17일 만난 우리의 첫 번째 "특별한 날"을 위해서.
그 시계는 2주 만에 도착했고, 나는 그날 밤 미라의 손목에 직접 채워 주었다. 그녀는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우리 아직 17일 밖에 안 됐는데. 나는 웃었다. 그래서야 말이지.
왜 우리는 이것에 끌리는가 — 끝나지 않는 첫사랑의 기술
심리학자들은 이를 '초기 밀월의 환각 초기화'라고 부른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우리는 뇌의 도파민 회로를 과다 자극한다. 이건 마약 중독자가 더 이상 처음의 쾌감을 느끼지 못해 더 강한 용량을 찾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더 깊은 진실은 이것이다. 우리는 새 연인에게 주는 특별한 것들을 통해 과거의 실패한 관계들을 지우려는 의식을 한다. 지선에게는 안 줬던 것들을 미라에게 주는 순간, 나는 지선과의 2년 3개월을 부정하고 있었다.
이건 소위 '새 연인 특별 투자 증후군'이다.
- 더 이상 받을 수 없는 것들을 새로운 대상에게 과잉 제공
- 과거 관계의 '한계'를 새로운 관계에서 보상
- 새로운 사람은 아직 실망시킬 가능성이 없으므로 무한 투자 가능
마지막 질문 — 당신은 누구에게서 도망치고 있는가
그래서 나는 미라에게도 이 특별함을 계속 줄 수 있을까?
아니, 진짜 물어야 할 건 이것이다. 나는 지금 미라에게 주는 것들이 실제로 그녀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지선에게서 받았던 상처를 메우기 위한 것인지를.
우리 모두는 누군가에게서 받았던 실망을 다른 누군가에게서 보상받으려 한다. 하지만 그 특별함은 정말로 새로운 사람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내 안의 허영심과 집착을 위해 소비하는 또 다른 방식일까?
새 연인에게만 주는 특별한 것. 그건 사실 내가 아직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그래서 아직 실존하지 않는 나의 최고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언젠가 그녀도 그 특별함이 사기였다는 걸 알게 되는 날이 올까?
지금 이 순간, 당신은 누구에게서 도망치고 있는가? 그리고 당신이 새로운 연인에게 주는 그 특별한 것들은, 정말로 그들을 위한 것인가?